도심 속 숨겨진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천하제일 비색청자 전
 
 

 

가을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11월 초 저녁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하제일 비색청자’ 기획 특별 전시 마당에 다녀왔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7년 10월에 지금 용산 자리로 이전하고 5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용산 박물관을 네 번 정도 찾았던 것 같습니다만 이번 방문이 제겐 제일 뜻 깊고 즐거웠던 방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날씨가 좀 쌀쌀했지만 그래도 바로 박물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찬찬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중앙박물관 뜰에서 만난 멋진 석양빛에 잠시 취해보다가 수도권에 살면서 일 년에 한 번 정도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지 못했던 제 자신을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수많은 우리의 국보급 문화재를 갖춘 중앙박물관이지만 그 유물들을 이미 한 번쯤은 어디선가 보았다는 이유로, 또 아이러니 하게도 너무 가까이 있어 언제든 가볼 수 있다는 이유로 항상 방문 순위에서 뒤로 밀리곤 하였겠지요.

 

 

물론 더 큰 이유들도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 방문객이나 관광객, 학생 단체 관람 등으로 항상 붐비는 곳이기에 찬찬히 전시물을 즐기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또 평일 낮에 일터에 있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쉽게 찾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주말에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벗하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요.

 

그런 점에서 평일 야간에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 전시 마당은 도심 속 일상에 지친 도시 직장인들에게 보물과도 같은 프로그램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전시 프로그램은 국가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관람료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와 큐레이터의 해설, 안내를 받을 수 있고 퇴근길에 시간을 내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프로그램입니다.

 

실제로도 전시관에는 혼자서 또는 삼삼오오 관람하고 계신 직장인들이 많이 눈에 띠었습니다.

중앙국립박물관에서 약 두 달 간 열리고 있는 천하제일 비색청자 전시 프로그램의 매력은 몇 년 전 서해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청자 운반선의 유물들이 대거 전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천 년의 세월을 바다 속에서 잠자고 있던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빛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비색청자에 감탄하게 됩니다.

 


또 일본과 대만 등지로 유출되어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국보급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국가가 지정한 국보 18점, 보물 11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반갑습니다.

낮에는 해설사의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고 야간 프로그램에서는 큐레이터의 상세한 설명과 안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야간 관람은 수요일과 토요일에 가능한데 제가 방문했던 수요일 저녁이 평일이기 때문에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제격이 아닐까 합니다.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40분 정도 설명을 들으시고 나서 다시 개별적으로 둘러보시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고려청자의 매력과 색다른 멋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비색(翡色)이라는 색상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한자로 비(翡)는 ‘물총새’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물총새는 파랑새목에 속한 새라고 하니 파랑새 중에서 그 빛깔이 녹색에 가까운 새를 일컫는 것이겠지요.

또 옥석 중에 비취라는 경옥이 이 비색을 띠고 있으니 비취를 보신 분들은 그 색상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비색은 물총새도 비취도 아닌 바로 고려청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고려청자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비색에 반한 중국인들은 고려청자를 그저 ‘비색’이라 불렀다 합니다. ‘비색’이라 칭하면 송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고려청자를 말하는 줄을 알았다는 것이지요.

당시에 진정으로 아름다운 ‘비색’을 구현한 사물이 물총새나 비취가 아니라 고려청자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연한 살구색’을 우리가 편의에 따라 ‘살색’이라 불렀던 것과 같은 이치라 여기면 되겠지요. (지금은 ‘연한 살구색’을 ‘살색’이라 부르면 안 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어쨌거나 1천년이 지난 지금도 고려청자의 빛깔을 설명할 그 어떤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려청자가 지닌 은은하면서도 깊은 빛은 다른 그 어떤 것으로도 비유할 수 없을 만큼 고유하고 아름답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니 고려청자 빛은 그저 고려청자 빛일 뿐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또 그 선과 멋 역시 제가 어떤 비유로도 설명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려시대에는 고관대작의 집에서는 청자를 기와로 쓸 만큼 귀족적인 문화가 번성했다 합니다.

중앙박물관 뜻을 거닐다 보시면 고려시대의 귀택처럼 청자로 기와를 인 정자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청와대는 아니니 거기로 가시는 일은 없으리라 믿고요.

그 숨겨진 보물을 보시려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셔야 합니다.

 

백문불여일견이라 하였지요.

그 어떤 뛰어난 전문가나 작가의 묘사나 설명도 청자의 아름다움과 빛깔을 설명할 수 없다 여깁니다. 그러니 이번 늦가을엔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직접 한 번 비색청자를 맛보시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아니면 늦가을의 바람을 벗 삼아 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도 맛보시고, 야간 관람 프로그램도 경험해 보시고, 조용한 식당에서 여유로운 저녁을 즐겨보시는 코스를 권하고 싶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바로 가기 : http://www.museum.go.kr/main/index/index001.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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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성자 : 라베벨르

원글 : http://blog.daum.net/lavie75/17039672

글쓴날 : [13-01-12 22:25] 파워블로거타임즈기자[pbatimes@pb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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