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엘리어트 감상 후기, 꿈 그리고 순수열정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드디어 8월 13일 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 초연의 오픈 런 장소였던 LA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해서인지 <빌리 엘리어트>도 공연을 개시하자마자 이미 대박이겠다는 감이 다가오네요.

 

8월 14일 토요일. 하루종일 먹구름인 하늘입니다. 공연 시간은 7시반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2시간전에 도착해서 서성입니다. 기대해도 좋을 작품인걸 알고 있기에 더욱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여자친구와 첫 데이트하는 소년마냥 미리 도착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립니다.

 

 

역삼역에 위치한 GS타워 건물을 두바퀴 돌고, 빌리 엘리어트 공연을 축하하는 화환들도 하나씩 살펴봅니다. 티켓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들도 훔쳐봅니다. 저처럼 이 공연에 대한 설레임이 주변 공기를 채웁니다.

좌석은 1층 01열 010번 R석 맨 앞줄입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숨소리와 땀내음이 바로 느껴지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 덕분에 선우빌리가 공연 중 계속 울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공연 마지막에 제 옆 통로로 떠나가는 선우빌리의 눈동자에 어린 감정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좋은 좌석이었습니다.

 

프로그램(10,000원)과 영국 런던 초연 캐스팅의 레코딩 음반(15,000원)을 구매합니다. 음반은 19세 미만 청취불가 ?? 공연은 연령제한이 없이 관람할 수 있는데?? 영국 공연 가사엔 조금 민감한 부분이 있었나보네요.

 

 

8월14일 저녁 공연의 캐스팅은 빌리 - 임선우, 마이클 - 이성훈이었습니다. 선우빌리가 가장 보고 싶었는데 행운입니다. 한국 공연은 4명의 아이들이 빌리역을 맡아 공연하는데, 애들이다보니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캐스팅을 정한다고 합니다.

 

 

좌석에 착석합니다. 두근 두근. 불이 꺼지고 1막이 시작됩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영화 제작진들이 그대로 뮤지컬의 제작진으로 투입된 작품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본 엘튼 존이 감동을 받아 뮤지컬 제작을 제안하였다죠. 영화와는 다른 음악을 뮤지컬에 사용하고 뮤지컬만의 특징을 잘 살려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2000년 개봉하고, 뮤지컬은 2005년에 영국에서 초연되고, 한국 공연은 2010년에 막이 올랐습니다. 영국, 미국, 호주에 이어 한국은 4번째로 공연되는 국가입니다.

 

 

연극과 뮤지컬은 캐스팅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지요. 처음엔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의 차이에서 적응하느라 조금 애먹었습니다. 제 맘대로 되는건 아니더군요. 다행히 초반부인 윌킨슨 선생(정영주 역)의 교습 장면에서부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재미에 푹 젖어들 수 있었습니다.

 

빌리에게서는 당연히 느낄 수 없는 성숙한 연기를 어른 연기자들이 잘 메워주어 균형을 맞춰주었습니다. 정영주와 장원령의 능청스러움이 맘에 들었습니다.

 

 

 

할머니 역할의 이주실은 연기를 통해 빌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무용 신동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질을 이어받았다는걸 설명해주었는데, 젊은 청년들과의 실루엣이 아름다워 보이는 춤사위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냥 치매노인이었는데 뮤지컬에선 배역이 살아나더군요.

 

 

  

반면 영화에서 아버지와의 부자이자 형제같은 관계, 빌리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형인 토니(임재현)는 뮤지컬에선 그저 반항적이고 부정적인 인간으로만 비춰집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빌리의 첫오디션 기회를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던 확실한 이유가 뮤지컬에선 부족했고, 빌리가 탄 버스를 쫓아 뛰어가던 형의 애정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는 주인공인 아역 빌리가 극을 이끌어가는 민감한 뮤지컬입니다. 변성기 이전의 남자아이들을 선발하지만 금방 아이들은 커버려서 몇 년뒤엔 그 배역을 맡지도 못하죠. 그렇다고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하기엔 주인공의 무게감이 엄청나 압박감에 못 견뎌할 것 같고요.

 

빌리는 11세 소년이지만 영화로 유명한 제이미 벨은 13세에 배역을 연기하였습니다. 헌데 선우빌리는 올해 겨우 만나이로 10세입니다. (1999년 12월 11일이 생일이라네요). 그럼에도 눈빛과 매력도는 최강입니다.

 

 

 

   

선우 빌리에겐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미성이 아름다웠지만 연기하며 부르는 곡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아빠와 크리스마스에 조용하게 부르는 곡은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연기하는 목소리론 파워가 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선우 빌리의 특징은 장점이기도 하였습니다. 영화나 오리지널 앨범의 빌리 목소리는 초등학생이 아닌 중학생 정도로 느껴졌는데 선우 빌리의 목소리는 제대로 배역에 맞는 11살 아이인 빌리로 여겨지게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윌킨슨 선생님에게서 배우면서 점점 성장하는 선우빌리의 발레 실력은 실제로 그런 것 처럼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1막의 하이라이트인 "Angry Dance" 선우 빌리의 춤 솜씨 꽤 멋졌습니다만, 아직 공연 초반이서인지 떨고있는 선우 빌리의 모습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려움과 화남이 동시에 느껴지니 제가 다 혼란스럽더군요.

 

   

하지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클라이막스인 전율(Electricity)에서의 선우 빌리에게선 두려움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한 손으로 의자를 돌리며 추는 연습은 얼마나 한 걸까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의자 밑에 모터 장치라도 해놨나 넋놓고 바라보게되더군요. 

 

   

성인 빌리(신현지)와의 호흡도 척척 맞아 떨어지는 모습에서 선우 빌리의 아름다운 선(Line)을 느꼈습니다.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공중 회전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하늘을 높이 날아오르는 선우 빌리의 모습에 모두들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씬의 제목은 '드림 발레'라는데 정말 꿈 속의 한 장면이 펼쳐지더군요.

 

 

빌리만큼 인기있는 배역은 빌리의 단짝 친구인 마이클이었습니다. 이 날은 이성훈군이 마이클을 연기하였는데 웃음을 선사해주는 역할에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빌리 아빠(조원희)는 영화에서만큼 뮤지컬에서도 매우 비중있는 배역이었습니다. 거칠고 시골 탄광 노동자일 뿐이지만 자기가 아닌 방법 안에서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아빠는 빌리의 진면목을 나중에 발견하고는 빌리를 위해 희생합니다.

 

조원희는 진지함 뿐만 아니라 코믹스러움도 매우 잘 소화해내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공연의 마지막 빌리는 이제 혼자 떠나갑니다. 공연은 끝나지만 로열발레스쿨에 입학해서 살아가는 빌리는 이제 시작이겠죠.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꿈과 순수한 열정을 품에 안고...

 

빌리는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석을 지나 저 멀리 사라집니다. 눈물을 뺨에 흘리며 선우 빌리는 한걸음씩 나아갑니다. (이제 끝이구나 했는데 깜짝 커튼콜이 이어져 뮤지컬만의 묘미를 살려주었습니다)

 

 

 

 

글쓴날 : [10-10-15 12:29] 신종현기자[vader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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