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로 확인한 유덕화와 서극의 건재함

 

무술감독은 홍금보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이 개봉하였습니다. 중국의 명탐정 셜록홈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막이 오른 이 영화는 무엇보다 유덕화의 출연과 서극 감독의 연출이 반갑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시작되며 무술감독 홍금보라는 자막이 올라오는데 그 한줄이 제 마음을 흐뭇하게 하네요. 이들의 건재함이 보고 싶은 마음과 기대감을 높이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대불상과 인체자연발화

때는 서기 690년의 당나라 측천무후 즉위식을 앞두고 무려 120m라는 엄청난 높이의 대불상 "통천부도"가 제작 중인 현장에 의문의 인체자연발화 사건이 전개됩니다. 이 불상의 얼굴은 아무리봐도 측천무후 역할을 맡은 유가령과 닮았네요. 역사상 측천무후는 실제로 18m가량의 "용문석굴 비로자나불"을 제작하였으며 유네스코 유물로 등재되어 현재도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친숙한 실제 역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영화와 역사간에 비교하는 묘미를 이 영화는 갖게 합니다. 역사인물인 적인걸과 측천무후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만듭니다. 인체자연발화 역시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300여건이 발생했는데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는 사건입니다. 인체자연발화에 대해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에서는 "적염금귀"라는 멸종된 벌레가 원인인 것으로 상상을 더하며 이야기에 살을 붙입니다.

 

 

 

 

 

 

적인걸은 중국의 어사 박문수

적인걸(狄仁傑)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인물이랍니다. 재상에 오르기전 1만7천여건의 사건을 판결하면서도 억울한 이가 생기지 않아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군요. 우리나라로 치면 어사 박문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측천무후가 통치하던 시절은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매우 태평성대하였는데(역사상 무주의 치라고 불리울 정도입니다) 이시절 재상을 지낸 적인걸이 측천무후에게 직언하여 좋은 정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영화에서 전하는 것처럼 측천무후는 적인걸의 청을 받아들여 태자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겨줍니다.

 

영화와 다른 점은 서기 690년에 적인걸(630년생)은 나이가 환갑이었으니 영화 속 유덕화(영화에서는 40대쯤으로 보이게 출연합니다)와는 나이차이가 납니다. 나이가 있으니 영화처럼 무술을 잘하진 못했을 것 같은데, 유덕화(1961년생)의 나이를 따져보니 올해가 50세이네요. 무술수준은 비슷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측천무후(623년생)는 적인걸보다 7살 나이가 많으니 영화의 배경인 690년에는 67세였네요. 그뒤로 15년을 더 살았으니 여든이 넘게 장수한 여장부였군요.

 

 

 

 

 

 

제 몫을 잘해준 조연들

측천무후의 최측근이자 비밀의 역할을 맡은 이빙빙, 적인걸의 옛동지로 같이 감옥에 갔다가 풀려나서 대불상 설계를 맡아 건설 중인 사타총 역할의 양가휘, 생긴건 건방져서 뭔가 실수할 것 같더니 의리로 똘똘뭉친 배동래 순감역할의 등초는 모두 제 몫을 잘해주었습니다.

 

이빙빙의 므흣한 누드 뒷모습도 눈길을 끌었고, 양가휘의 변신도 제대로였습니다. 이들의 액션과 무술은 전반적으로 볼만했습니다. 귀도시 장면에서만은 세트가 달라서인지 이질감이 느껴지고 액션도 80년대의 서극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고수들이었던 적들이 영화 막바지엔 힘없이 무너진건 균형에 맞지 않더군요. 후덜덜한 가짜 국사가 가면을 벗더니 왜그리 약하던지...

 

 

 

 

 

 

중국영화다운 인해전술과 무술씬

최신 영화기술이 접목되면서도 출연진과 규모가 엄청난 최근 중국영화의 특징은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에서도 장점으로 부각됩니다. 대불상은 물론 군대규모가 이정도는 되야지!하는 걸 보여주네요.

 

유덕화의 무술씬도 녹슬지 않아 좋네요. 물론 그렇다고 유덕화가 이연걸이나 성룡이 되진 않습니다. 유덕화다운 고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황제가 내렸다는 "항룡각"이 무기로 등장합니다. 적 무기의 약점을 파악하여 단숨에 부순다는 설정인데 그럴 듯 해보입니다. 

 

 

 

 

 

왠만하면 극장에서 보세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은 극장에서 볼 영화입니다. 스펙타클한 규모와 액션을 제대로 느끼려면 극장에서 봐야할 듯 합니다. <와호장룡>처럼 명작까지 불리울만한 영화가 되긴 힘들어 보이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극 전개 흐름도 빠른 편이라 계속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수사물이라 약간의 머리회전에도 좋습니다.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을 보는 내내 <별순검>이 생각납니다. 좀 더 좋은 장비와 좀만 더 액션이 화려해지면 <별순검>도 좋은 영화가 되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우리 영화에서도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의 장점을 흡수한 연출이 보고 싶어요!

 

하여간!!! 서극과 유덕화, 홍금보를 좋아하신다면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글쓴날 : [10-10-15 10:24] 신종현기자[vaders@naver.com]
신종현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