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개관과 추천 관람 포인트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옛 문화체육관광부 터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열린다. 2012년 12월 26일 개관 행사를 연 후 27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12월 21일 오전에 있었던 초청설명회에 참석해 사전 답사를 하였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 체결과 개항 이후 오늘날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국립 근현대사박물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2008년 정부가 현대사박물관 건립을 천명한 이후 4년여의 준비·건립 기간을 거쳐 문을 열게 되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발전한 자랑스러운 기적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승하며, 국민의 자긍심 고양 및 국민통합으로 국가 미래발전의 원동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건립되었다. 다소 민감한 시기에 개관하게 되었으나,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와 사료 위주로 콘텐츠를 구성하였다.

 

6,445㎡(2천평) 규모의 부지에 건축 총면적은 10,734㎡(3천2백평)이고 지상 8층 건물에 4개의 상설전시실과 2개의 기획전시실, 수장고, 세미나실, 강의실, 카페, 상품관 등을 갖추고 있다. 기존 문화체육관광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비용을 최소화 하였으나 실내 공간이 박물관으로서는 다소 협소하고 주차 공간이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반인을 위한 상설 관람관은 3층 ‘제1전시실 - 대한민국의 태동(1876~1945년)’, 4층 ‘제2전시실 - 대한민국의 기초 확립(1945~1960년)’, 5층 ‘제3전시실 -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1961년~1987년)’과 ‘제4전시실 - 대한민국의 선진화, 세계로의 도약(1988년~)’이 있다. 1층에는 2개의 기획전시실이 있으며, 개관과 함께 ‘대한민국 재발견’과 ‘우리 역사 보물 창고’ 테마로 관람객들이 설치물과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한민족의 근현대사와 사실상 동의어이다. 박물관 전시관의 구성은 130여 년의 우리 역사를 4개의 큰 묶음으로 나누어 시간에 따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뤄져 있다. 하지만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배경지식이나 관심을 가진 관람객에게는 전시관의 동선을 따라 관람하는 것이 조금은 지루하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 박물관 구성 테마 자체도 포괄적이고 개괄적인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객은 나름대로 미리 관람 포인트를 정해서 방문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특히 광화문 일대를 자주 찾는 시민이라면 매번 관람 초점(포커스)을 달리해서 여러 번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매번 테마를 달리하여 관람하다보면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나 지식도 깊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개관하는 역사박물관을 재밌고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는 관람 포인트를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1. 세계사적 맥락에서 조망해 보기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역사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맥락에서 이해된다. 보편성은 인류 전체의 발전과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특수성은 다른 국가나 민족과 달리 우리만이 가졌고 만들었던 고유한 역사와 변화상을 엿보는 것이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후반까지는 전 인류가 대격동과 혼돈, 새로운 질서의 구축을 이룬 시기이다.

 

이런 대 변혁의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개항과 식민지 시대, 이념 갈등, 근대화와 산업화, 개발 독재와 민주화, 국제화와 세계화의 과정을 보편성과 특수성의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우리 역사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냉철한 이해를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반성도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 역사

과거 한국사 교과서가 각 시대를 분야별로 분류하지 않고 시대별로만 구성되다 보니 역사 교육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분류하여 분야별로 통사를 배우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근현대사의 경우는 여전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괄적으로 묶어서 배우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근현대사의 경우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분야를 나누어 정리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현대 사회는 구조적으로 더욱 더 다양하고 세밀해지고 있다. 그러니 근현대사는 분야를 더 나눌 필요까지 더해진다. 예를 들어 산업화, 과학기술사, 외교사, 민주화, 분단사 등이 그런 테마가 될 수 있다. 우리 역사 모든 부분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다. 하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부터 우리 역사에 접근해 보면 어떨까? 더 재밌고 즐거운 역사가 되지 않을까? 당신이 마음을 기울이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테마를 분명 만나게 될 것이다.

 

 

3. 특정 시기나 사건으로 보는 역사

기자는 박물관을 둘러보다가 1970년대의 역사 전시물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1970년 중반에 출생하였기에 자신이 태어난 시대의 역사에 더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또 1905년 체결된 을사늑약(한일협상조약) 체결서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 당시의 정황이 항상 궁금했고 그래서 자료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알기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람객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특정 시기나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세밀하고 집중적으로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사료나 유물, 유품 등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계속해서 기록물이 보완되고 전시물이 추가된다면 이러한 전문적이 관람도 좋은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4. 인물을 매개로 역사 따라가기

‘한 사람의 역사관을 알고자 한다면 그가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을 물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은 그가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을 대변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또 역사에서 위인이나 영웅, 지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실로 막대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물론 세계사적으로 근대 이후 특정 위인이나 지도자가 역사를 주도하는 행태는 상당 부분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현대사에서 주요 인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영향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며 여전히 중요한 축을 이룬다. 특히 한국의 근현대사라면 ‘인물’이 갖는 의미는 오히려 더욱 더 커진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역사를 둘러보는 코스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공부가 될 것이다.

 

 

5. 역사 속의 나와 추억 따라가기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들어서면 유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반갑고 익숙한 전시물과 기록물, 영상물을 만날 수 있다. 자기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똑같은 스마트 폰이 박물관의 유물로 전시되고 있는 장면을 보는 순간, 당신은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한일월드컵 당시 광화문 거리를 뒤덮었던 응원 물결 속에 내가 있었음을 기억하면서 한 개인의 추억이 이제는 역사가 됨을 깨닫는다. 언젠가는 나의 삶과 흔적도 역사가 될 것이라는 장구한 시간의 진리가 말을 건네는 순간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을 살아가는 국민 모두가 근현대라는 숲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전시물이나 자료 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추억을 반추하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역사박물관을 둘러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 자신이 근현대라는 시대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일부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이 더욱 커짐을 깨닫는다.

 

6. 균형 잡힌 대한민국 역사관 정립

역사를 공부하는 주요한 두 가지 흐름에는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있다. ‘사실로서의 역사’는 주관적인 해석이나 가치적 해석을 배제하고 사료나 자료를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으로 연구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역사적 기록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기록자의 해석이 개입된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 역시 시대나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의 근현대사를 둘러싸고 학계가 많은 논쟁과 몸살을 앓았다. 근현대사 곳곳에 이념이나 평가, 객관성과 관련한 시비꺼리가 지뢰처럼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해석에 대한 갈등과 진통은 사실 불가피하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의 역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무엇보가 국민들 스스로가 중심을 잡고 균형 있는 역사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현대사박물관 관람을 통해 균형 잡힌 역사관을 정립하는 것도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다.

 

 

7.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한민국 역사

최근 연구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가 한국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역사가 ‘재미없는 한국사’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는 역사 교과서 안에 이야기나 드라마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역사 해석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과 갈등에 큰 책임이 있다. 또 많은 외세 침략과 왕조 흥망, 식민시대,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많은 역사적 자료와 사료가 소실되고 왜곡된 것도 큰 이유이다.

 

그렇지만 사학계의 논쟁이나 사료의 소실, 왜곡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우리 역사에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지나치게 딱딱하고 외울 것 많은 역사 교과서를 버리고 이야기와 감동이 있는 역사를 전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찾아서 온가족이 우리의 역사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8. 역사로 대한민국의 미래 밝히기

박물관 4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계단을 따라 3층으로 내려오면 뮤지엄숍 앞에서 대한민국 희망 등불 밝히기 코너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이 자기 사진을 찍고 멘트를 기록하여 등록하면 디지털화면 상으로 자신의 사진이 희망등불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개인 아이디를 등록하면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우리의 근현대사를 통해 미래를 조망하고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과거와 현재는 미래의 거울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박물관을 통해 미래를 읽는 코스를 많은 국민들이 선택하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적 갈등과 빈부격차, 주변 정세 악화 등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와 분열을 맞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중 그 누구도 진심으로 대한민국이 잘못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내 가족과 이웃,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기에 논쟁도 하고 갈등도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정파나 이해관계, 역사관을 떠나 우리의 가까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이해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 지금 우리는 우리 역사를 향한 적절한 자부심과 또 그에 상응하는 반성을 함께 지녀야 할 때이다. 그러니 우리의 근현대사를 통해 모범으로 삼을 것은 배우고 반면교사로 삼을 것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글쓴날 : [12-12-24 12:03] 파워블로거타임즈기자[pbatimes@pbatimes.com]
파워블로거타임즈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