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바디 올라잇 -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소재의 자극성보다는 공감대

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포스터를 보면 중년의 여인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있고, 반대편에는 그보다 젊어 보이는 남자를 사이에 두고 소년과 소녀가 앉아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어색한 구성지만 이들은 가족이다. 레즈비언 커플인 닉(아네트 베닝)과 줄스(줄리안 무어)는 각자가 낳은 조니(미아 바쉬이코브스카), 레이저(조쉬 허처슨)와 함께 행복한 가족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레이저의 생부인 폴(마크 러팔로)이 등장하면서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가족 구성원간의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우리네 정서에서 레즈비언 부부라는 설정은 자극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레즈비언이라는 소재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그러나 성적인 내용과 대사가 나머지를 채우고 있어 R등급(18세 관람가) 판정을 받게 된 것인데, 영화가 주는 교훈과 공감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독특하고 특별한 가족에서 느껴지는 자극성보다 그들의 평범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크게 와닿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인물간에 그물처럼 얽히고설킨 감정의 교류와 갈등이 그렇게 흥미롭고 공감이 될 수가 없다. 여성 감독(리사 촐로덴코) 특유의 감각적이고 디테일한 연출과 통찰이 등장인물과 관객의 교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을 뿐더러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커트머리에 투박한 말투를 자랑하는 아네트 베닝과 <
클로이>에 이어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탁월한 심리묘사를 표출하고 있는 줄리안 무어, <앨리스> 의 히로인 미아 바쉬이코브스카와 신예 조쉬 허처슨이 자연스러운 연대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꾸준하고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지성파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마크 러팔로는 폴 역을 맡아 마초적이면서도 가정적인 면모를 발산하고 있어 여성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좋아 오스카 여우주연상이나 남우조연상 부문에 후보로 지명받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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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

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원제는 이다. 아이들은 괜찮아요. 레즈비언 부모를 두고 있는 특별한 상황에서도 자녀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란 것이다. 또한 자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부모의 의미, 가족의 의미를 통찰하는 영화이다.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영화의 내러티브를 위해 존재하는 자녀들의 갈등 구조 즉, 조니와 레이저의 성장통과 그들이 친구나 부모 사이에서 겪는 갈등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일 뿐, 또한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여 영화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란 것이지 절대 특별하거나 이색적인 상황은 아니란 것이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란 영화가 있다. 그리고 최근 국내 개봉한 <
라임라이프> 란 영화가 있다. <에브리바디 올라잇> 못지 않게 독특하고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수작들이다. 각각의 영화가 그 내용과 설정에 있어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느낌은 아주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잔잔하게 퍼지는 익살과 감동, 묵직한 메시지 또한 잊지 않고 전달하는 방식이 참 좋다. 대단히 좋은 작품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들이 자라고, 자녀들의 성장은 가족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가족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구성원이 바뀌고, 새로운 가족을 꾸리게 되어도 가족이라는 틀은 언제나 유효하며, 지속적인 표현과 대화를 통해 보다 나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제목에서 이미 결말을 말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나에게 있어 가족이란 어떤 존재이고, 가족에 있어 나란 존재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또한 나와 내 가족은 괜찮은지 생각해 본다. 묻고 싶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괜찮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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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10-10-13 20:22] 김재원기자[reignman.c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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