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여수세계박람회가 꼬박 1년을 앞두고 있다. 작년에 찾아갔던 것보다 더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건축들과 새 단장한 홍보관을 둘러보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 여수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리겠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제 박람회장은 차근히 마무리를 지어가고 있으니 남은 것은 그 외에 여수의 볼거리를 알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여수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관광지는 여수 오동도, 돌산대교, 향일암, 거문도, 진남관 등이 전부였는데 이번 여수 여행은 그것보다 좀 더 내밀한 여수의 비경을 둘러보게 되었다. 코스는 여수세계박람회장과 멀지 않은 오동도를 시작으로 하여, 여수 종포해양공원 일대의 하멜등대와 고소동 일대 벽화거리, 그리고 금오도 비렁길과 돌산대교 야경이었다.
많은 설화를 담고 있는 아름다운 섬, 오동도
오동도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의 방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선 오동도 너른 광장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여전히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대는 음악분수대와 울창한 숲이 눈에 들어오고 조금 다른 게 있다면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뽀얀 밤나무 꽃에서 율향이 퍼진다는 정도일까. 등대로 향하는 길 초입에 맨발로 걷는 길이 있고, 그 바로 위에 아직 채 지지 않은 동백꽃이 수줍게 피어있다.
녹색으로 반짝이는 빛을 따라 작게 피어난 동백은 오동도의 상징과도 같은 꽃이지만 진정 오동도에 와서 보게 된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반갑기도 했다. 오동도는 오동나무가 많아서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다고 하는데, 봉황새가 날아와 오동나무 열매를 따먹는 것을 보고 왕이 나올 징조라며 고려 공민왕이 모두 베어버리도록 하여 지금은 오동나무보다 동백나무가 더 지천인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푸른 숲의 그늘을 따라 걷노라면 어느새 울창항 대숲터널과 만난다. 조릿대 혹은 신이대라고 하는 가는 대나무로 돗자리나 죽부인 만드는데 쓰이고 잎은 식용으로써도 쓰이며, 임진왜란 때 화살 만드는 화살대로도 쓰였다는 설도 하나 가지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성곽을 쌓을 때 성 안에는 고립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우물을 파고 대나무를 심었다고 하니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겠다 싶기도 하다.

신이대 숲길을 걷고, 탁 트인 해안가를 감상하고 햇살조차도 투과되지 못할 것 같은 빽빽한 동백나무 숲을 거닌다. 남편이 고기잡이를 나간 틈에 도둑이 들어 혼자 있는 어부 아내를 겁탈하려 하자 바다에 몸을 던져,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아내의 시체를 절벽 아래서 발견하고 오동도 기슭에 묻었는데 아내 무덤가에 동백이 자라기 시작했다고 하는 슬픈 전설이 있느니만큼 어쩐지 조금은 애달프고도 슬픈 숲이다. 하지만 동백이 한창일 때 온다면 피처럼 붉은 동백이 뚝뚝 떨어져 필사적으로 달아나던 아내의 모습이 생각나 더 가슴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백숲이 끝나는 지점에 하얀 등대로 올라서 오동도 일대를 내려다본다. 해설사 선생님 말씀으로 이 오동도 앞바다에는 삼각형 모양의 물길이 있는데, 이 물길을 통해 이순신 장군께서 크게 해전에서 승리하였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해 다스릴 때 임진왜란 당시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곳에 신항구를 만들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올라간 날엔 그 삼각물길을 볼 수 없었지만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 펼쳐진 여수 바다의 풍경은 실컷 볼 수 있었다.

위치 : 전남 여수시 수정동 산 1-11
문의 : 오동도관광안내소 061-664-8978
찾아가기
- 여수시외버스터미널 : 1, 2, 3-1, 5, 13, 15, 15-1, 15-2, 18 버스 약 20분 소요 /
오동도정류장 하차 도보 20분.
오동도 동백열차
- 탑승료 : 어른 500원, 학생 400원
- 운영시간 : 동절기 09:00~17:00 / 하절기 09:00~18:00
오동도 등대
- 관람시간 : 5~8월 08:00~19:00 / 9~4월 09:00~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여수세계박람회의 상징 종포해양공원과 하멜등대
오동도에서 약 10여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는 종포해양공원은 익히 강태공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고, 하멜등대가 위치해 있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수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에 크게 기여했던 곳으로서의 상징적 의미도 큰 공원이다. 세계박람회기구 실사팀이 여수에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7만여명의 여수시민이 모여 실뱅 단장을 비롯한 실사팀을 열렬하게 환영했고,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통해 “여수는 엑스포를 개최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 도시”라는 찬사와 함께 개최지 선정을 이루어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역정적이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써낸 종포해양공원 일대는 그러나 조금은 한적한 항구 풍경이다. 멀찍이 돌산대교가 보이고 가까이에는 제2돌산대교가 한창 공사중이며, 정박한 배들이 한가롭게 떠 있고 하얀 방파제 길 끝에 세워진 붉은 등대만이 유난히 도드라지는 곳이라고 할까.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이 지역은 중요한 곳일 것이다. 돈을 받아내기 위한 보고서였든 뭐였든 하여간에 서양에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되는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이 머물렀던 도시였고, 기어이 탈출하게 되는 도시가 여수이자 여기 이 지역이니 말이다.
바다의 스카이라인을 꿈꾸는 고소 천사 벽화골목길
종포해양공원에서 도보로 약 15분, 차로 채 5분도 가지 않아 고소동에 도착했다. 산동네의 열악한 환경을 시각적으로 개선하고, 박람회 대비를 위한 볼거리로 2010년부터 조성된 고소동 천사 벽화 골목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주민자치위원회의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시작한 고소벽화골목길은 고소동 일대의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는 작업으로 7개구간으로 완성할 예정이며, 여수의 역사와 문화, 생활 등의 이야기로 통일성 있는 주제에 맞춰 그려내려 계획중이었다. 지금 완성된 곳은 중앙4길7-1~25-1길 2구간 길로 여수해양공원와 두 개의 돌산2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것과 역수세계박람회, 바다이야기, 천사이미지 등을 테마로 하는 벽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이었다. 벽화거리가 완성이 되면 중앙동에서 시작하여 고소동, 대첩비각, 진남관까지 이르는 벽화거리골목이 조성되니 또 하나의 아름다운 벽화골목을 기대해볼만한 곳이었다.

비내리는 금오도 비렁길의 비경을 걷다
금오도를 가기 위해 신기선착장으로 향한다. 신기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날이 급격하게 어둑해지더니 배를 탈 때즈음 되자 기어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천선착장에서 하선하여 택시를 타고, 함구미 선착장에서 내리니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그야말로 장대같이 내리꽂히고 있었다. 기세가 조금 누그러들기를 기다려 우비를 단단히 여미고 빗길을 나섰다. 비가 내려 함초롬이 빗방울을 머금은 풀잎과 꽃의 싱그러움에 취하고, 싱그럽고 상쾌한 숲길에 취해 걷는 비렁길은 온갖 야생화가 피어나 눈도 마음도 즐거운 길이었다.

조붓한 숲길을 걸으며 슬며시 돌아보는 시선 끝으로는 자욱하게 안개가 내려선 다도해의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쾌청하게 맑은 날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경은 아니지만 마치 꿈결을 걷듯 보드라운 안개에 쌓인 다도해도 충분히 아름답다.
처음 비렁길이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고개를 좀 갸웃했었다. 하고많은 좋은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 ‘비렁뱅이’가 떠오르는 비렁길인가 싶어서였다. 헌데 알고 보니 비렁은 낭떠러지의 험하고 가파른 언덕, 벼랑을 뜻하는 경상남도의 방언이란 것 알고 무릎을 탁 쳤다. 그야말로 참 절묘한 이름이 아니던가. 끝없이 눈에 들어오는 다도해 풍경과 자작자작 자라난 풀잎과 울창한 숲길이 어우러진 천혜의 원시림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싶었다.

함구미선착장에서 시작된 비렁길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미역널바위에서 절정을 이루고, 편안한 나무데크가 깔린 수달피 전망대를 비껴 걸어, 이제는 다섯걸음만 걸어도 앞뒤 사람이 보이지 않을 자욱한 안개길을 따라 이어진다. 안개 사이로 딸랑딸랑 하는 누렁쇠 구경도 하고, 까아만 염소의 음메 소리도 한 번 들으며, 이제 막 고구마 심기에 손이 바쁜 금오도 주민들과도 반갑게 인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함구미 마을에 다다른다. 세 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비렁길은 함구미-두포, 함구미-직포, 함구미-여천 이렇게 나뉘고 각기 원시림과 석양길, 대부산 등산길 등 다양한 코스로 걷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한층 끌어올리도록 되어 있다. 아직 조성이 완료된 것은 아니고 지속적인 코스 개발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언젠가 제주처럼 금오도의 속살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완성되지 않을까.
1코스 : 함구미 ↔ 두포(초포)
- 주요코스 : 함구미 선착장 - 용두 - 절터 - 신선대 - 두포
- 소요시간 : 약 2시간 30분(6km)
2코스 : 함구미 ↔ 직포
- 주요코스 : 함구미 선착장 - 용두 - 절터 - 신선대 - 두포 - 굴등 전망대 - 직포
- 소요시간 : 약 3시간 30분(8.5km)
3코스 : 함구미 ↔ 여천
- 주요코스 : 함구미 선착장 - 용두 - 절터 - KT기지국 - 대부산정상 - 여천터미널
- 소요시간 : 약 3시간 30분(7.5km)
여수 야경의 대표주자 돌산대교
다시 여천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신기선착장에서 내려 해가 지고 난 후의 돌산대교를 찾았다. 여수 앞바다 돌산섬에 세워진 돌산대교는 여수의 상징이자 꼭 찾아가는 야경 포인트이기도 한 곳이다. 여수여행을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여행객에게도 사진사들에게도 인기 있는 돌산대교는 시시때때로 조형물의 조명 색이 바뀌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데, 다음번엔 아주 밤이 내려앉은 이런 시간 말고 맑을 날 해질녘에 찾아와 붉게 물든 여수 바다와 불이 반짝이는 돌산대교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