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즐거움! 인천중국주간문화축제동안 만난 중국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왕년의 외식종결자, 자장면!

지금이야 워낙 먹거리가 넘쳐나고, 외식할 곳이 많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돈까스 같은 음식을 먹기 위해 경양식 집을 찾는 건 1년에 한번도 드문 일이었던 때라 자장면은 대표적인 외식음식이었었습니다. 적당히 달콤짭조름하면서도 윤기가 흐르고, 평소 먹기 싫던 양파, 당근도 자장소스 안에선 어찌나 맛있게 변하던지... 어쩌다 탕수육이라도 함께 사주시면 세상 산해진미를 다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었습니다.

 

어렸을 때 마징가제트가 우리나라 로봇이었으려니 했던 것처럼 당연스레 중국에서 전해져온 중국음식이라 생각했던 자장면. 알고보니 1880년대 인천 개항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중국 노동자들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기위해 중국 산동 지방의 음식을 변형해 우리나라 식으로 만들어 먹던 것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 자장면은 얼마전까지는 중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중국요리였다고 합니다.

 

 

인천 차이나타운 내 본토 식당의 자장면, 언제나웃음

 

자장면이 이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게 된 것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해방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던 중국인들의 무역활동을 막으면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자 급속도로 중국음식점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해방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으로부터 값싼 밀가루가 대량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 값싼 밀가루로 만든 면에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쉽던 감자, 양파 등의 채소와 중국의 춘장이 결합, 저렴한 가격에 한끼 식사로 충분한 메류로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외식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식 장류와 미국의 밀가루, 우리나라의 식재료가 만나 완성된 자장면은 단순한 음식 한그릇으로 넘기기엔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긴 메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장면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은 인천 차이나타운(내 공화춘)으로, 지난 4월 29일(금)부터 5월 1일(일)까지 3일간, 국내 유일의 한중 문화예술 교류 축제인 '인천 중국 주간문화축제'가 차이나타운을 비롯한 자유공원, 아트플랫폼 등에서 열렸었습니다. 특별히 이 기간동안 축제가 열리게 된 배경은 중국소스와 우리나라 채소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자장면처럼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에서 중국과의 문화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의 3대 명절 (춘절, 노동절, 국경절)중 하나인 중국 노동절(4월 30일 ~ 5월 2일)기간을 ‘중국주간’으로 지정, 노동절 주간 동안 인천으로 중국관광객을 흡수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합니다.

 

3일기간 중 제가 찾은 날은 5월 1일로, 전날의 엄청난 폭우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맑은 날씨에 전날 온 비 덕분에 청명한 하늘빛이 축제의 기분까지 한껏 업시켜주는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2011 자장파티, 2011그릇의 자장면을 나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와 중국의 식재료가 합쳐진 메뉴가 자장면이고, 그 원조가 차이나타운에 있듯, 인천 중국주간문화축제에 자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축제 아이템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선 2011년을 맞아 2011그릇의 자장면을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행사가 열렸었는데요,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길게 늘어선 줄에서 자장면의 대중적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몰려드는 사람들 덕에 자장면을 만드는 조리사들의 손길은 점점더 분주해져갑니다.

 

 

 

수타면을 뽑는 모습을 바라기엔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기계로 만들어 내기에도 시간은 빠듯해보였습니다.

 

 

 

이윽고, 완성된 자장면!

 

 

 

뽀통령의 마법이 자장면에게도 걸린 걸까요? 이렇게 만들어진 자장면은 울상인 아이의 입도 한껏 벌리게 만듭니다.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을 체험하다!

중국의 먹거리

자장파티의 열기를 뒤로 하고, 자유공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에선 중국의 먹거리와 전통공예를 보고 구입할 수 있는 '중국 야시장 체험행사'와 중국차(茶)를 무료로 시음해볼 수 있었고, 중국의 다양한 전통의상과 전통놀이를 자유롭게 즐기며 마음껏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중국 먹거리 체험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양고기 꼬치는 절로 한잔 생각이 나게 하는 모양입니다.

 

 

 

한손엔 양고기꼬치에 다른 손엔 도수높기로 유명한 중국술을 들고, 축제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였었습니다.

 

 

 

또다른 중국의 대표먹거리인 월병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유공원에선 완제품의 월병만 가져다 파는 것이라 만드는 과정을 못봤었는데요,  이후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섰을 때 한 월병가게에서 양해를 얻어 만드는 과정을 가까이서 비켜볼 수 있었습니다. 만주처럼 온갖 견과류가 섞인 팥소를 얇은 반죽으로 감싼 후 전용틀에 찍어내는 방식으로 만드는 월병은

 

 

 

 

마지막에 계란물로 덧칠을 함으로써 특유의 글씨는 또렷하게 드러나고 월병 표면에 윤기는 더해주게 됩니다.

 

 

제 먼 친척 중에 화교와 결혼하신 분이 계셨었는데 이따금 뵙게 되면 선물로 항상 월병을 주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기억이 나 오리지널 월병이라는 5가지 재료가 들어간 오인 월병을 하나 사먹어봤습니다. 어렸을 때 먹었던 월병엔 말로 표현하기 미묘한 색다른 향과 맛이 나 늘 한입 베어물곤 미간을 살짝살짝 찌푸렸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의 월병은 완전히 한국식맛으로 바뀐 모양이었습니다.

 

아니면 제 입맛이 어른입맛이 되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스크림보다 커피를 먼저 찾게 되고, 나물의 씁쓸한 맛에 향긋한 봄을 느끼듯 인생의 씁쓸한 맛이 결코 씁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죠.

 

 

 

중국 의상체험

 

야시장 부스 중엔 중국 황실의 의상을 입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이날 하루만큼은 그 누구나 황제도, 왕비도, 공주, 왕자도 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전통놀이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선 중국 전통놀이 체험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는데요, 역시 축제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중국의 전통공예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공간은 중국의 각종 전통공예를 맛보는 부스들이었습니다.

 

 

매서운 눈빛으로 관광객의 캐리커쳐를 그려내는 화가에서부터

 

 

 

10분만에 뚝딱뚝딱 돌도장을 새겨주는 모습까지...

 

 

 

빠른 손놀림에 놀라는 시간이었습니다.

 

 

 

병에 그림을 새겨넣는 모습은 자리를 잠시 비우셨는지 직접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밀가루 반죽을 이용해 각종 동물캐릭터를 만들어내던 이분!

 

 

 

10~15분이면 요런 동물캐릭터를 하나씩 만들어내실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 많은 분들 가운데서도 가장 제 눈길을 사로잡았고, 오랜 시간 발길을 붙잡았던 분은 특유의 물엿을 사용해 순식간에 캐릭터 엿을 만들어내셨던 이분이었습니다. 1분이 채 안되는 시간 안에 이분 손에서 완성된 나비, 원숭이, 하마 등 각종 동물들은 각각의 취향에 따라, 때론 많아보이는 양에 따라 아이들 손에 하나씩 쥐어지더군요.

 

 

축제는 아이들의 마음을, 부모의 지갑을 쉽게 열게 만드는 놀라운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글쓴날 : [11-05-09 21:44] 이희진기자[mh9506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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