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의 명품낙조]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고려산

백련사에 올라와 고려산 정상에서 만난 진달래 군락지를 뒤로 하고, 적석사 낙조대로 향하는 길은 산 능선을 타고 걷기 때문에 한동안은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세상이 마냥 자기 것인듯 한껏 제 모양새를 뽐내던 진달래도 조금씩 사라져가고, 그 자리를 대신한 소나무 군락지를 새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 긴 겨울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산등성이에 초록빛을 더하는 든든한 위용의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 이곳은 솔잎산림욕을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는군요.

 

 

 

어느 나무 하나 같은 모양새가 없는 이곳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왔던 이 소나무는 진달래군락지를 지나 낙조대를 향해가는 이들에게 "이곳을 지나면 또다른 놀랍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겠다, 대신 어떤 힘든 길이 될지라도 참고 걸어갈래?"를 물어보는 고려산 정상의 문지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저의 대답은 "기대할께!!"

 

 

하지만 제가 그 소나무 문지기의 말을 단순한 경고로 생각했던 탓일까요? 낙조봉을 가는 길은 점점 제 인내력과 체력을 시험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평지와 다름없던 능선이 끝날무렵부터의 길은 급 오르막과 급 내리막을 거듭, 오르는 순간은 차오르는 숨에, 내려오는 순간은 미끄러지지 않으려 힘쓰는 발끝의 고통에 사람 맘이 어찌나 간사한지 오를 땐 내리막을, 내려올 땐 오르막이 그립더군요.

 

그러면서 점점 단순명료해지는 생각들...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찾나봅니다. 산을 오르는 순간만큼은 그저 산을 오르는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 괴롭거나 힘든 일들 잠시나마 잊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 힘든 걸음에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일 수 있었던 건 함께 했던 이 덕분이었습니다. 뒤쳐질 땐 말없이 기다려주고, 힘겨워할 땐 응원의 한마디! 혼자선 넘지 못했을 산이 함께여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산에서 만난 다양한 물상들도 제 지친 걸음을 앞으로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쌓여 이끼가 한껏 낀 나무둥치에선 고된 삶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생명의 잉태를 끝내고 떨어질 날을 기다리는 이름 모를 열매.

삶의 뒤안길에서 만날 것만 같은 이들이 다시금 산의 일부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그 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생명때문이겠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듯, 나무는 새로운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얼마전 본 <라푼젤>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꿈을 이뤘어요. 이젠 뭘하죠?"

"또다른 꿈을 꾸면 되지!"

 

 

 

끝남에 아쉬워하지 않고, 멈춤을 내 것으로 삼지 않는 한,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

인생은 이래서 아름다운 것이겠죠!!

 

 

 

드디어 낙조봉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 강화 8경이라는 제대로 된 낙조를 보기 위해선 낙조대까지 내려가야 한답니다.

 

 

 

낙조대로 내려오면 보타전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면서 낙조도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해는 점점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돌등 뒤로 내려앉는 해가 점점 붉은 빛을 더해가고 있네요.

 

 

 

해가 점점 동그란 제 모양새를 드러냅니다.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감추는 그 순간에만 온전히 자기의 동그란 모양새를 드러내는 해... 그 어떤 찬란한 빛도 완벽하게 신비주의를 가릴 순 없는 모양입니다.

 

 

 

낙조대에서 지는 해는 계절에 따라 떨어지는 위치가 다르다고 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석모도와 교동도 사이로, 겨울엔 석모도 위로 해가 진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바다 위로 떨어지는 해를 못 찍어 못내 아쉬웠었습니다.

 

 

 

산 위로 내려앉는 해에 아쉬운 소리를 더했더니 하늘이 구름을 수놓아주었군요. 이날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구름의 모양새가 멋스럽습니다.

 

 

 

이제 해는 산으로 숨어들기 시작합니다.

 

 

 

해가 자취를 감추기 직전 이때가 낙조시간 가운데 가장 어두운 때인 듯 싶습니다.

 

 

 

오히려 완전히 지고 난 후 좀더 밝아집니다. 아마 떠나는 마음이 아쉬워 마지막 빛을 발하기 때문일 듯!

글쓴날 : [11-04-27 13:19] 이희진기자[mh9506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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