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 진달래축제] 분홍빛 꽃단장을 시작한 강화도 고려산 | |
지난 수요일, 볕좋은 봄날을 맞아 강화도 고려산으로 진달래 꽃놀이를 갔습니다. 산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긴합니다만 436m의 낮은 산높이도 부담을 덜해주었고, 무엇보다 그 꽃!에 반해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땐 장미처럼 화려한 꽃이 예쁘더니, 요즘은 무슨 꽃이 되었든 꽃은 다 예뻐보입니다. 거기다 봄꽃 소녀같은 수줍은 분홍빛 진달래라면 열렬히 환영입니다. 제 나이대에선 이젠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수줍어보이는 그 분홍빛이 탐나서일까요? 첫사랑의 설렘이 담겨있을 것 같은 부끄럼쟁이 소녀를 닮은 진달래를 보러 무거운 몸을 마음만은 가볍게 움직여봤습니다.
누구하나 내침없이 받아들이는 400m미터가 좀 넘은 낮은 산높이 덕분에 진달래로 물든 아름다운 고려산을 보기 위해 주말이 아닌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려산을 찾고 있었습니다.
백련사로 이르는 고려산 초입길은 도로포장이 끝난 상태라 별 무리없이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백련사입니다. 세월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고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목 아래 서서 위를 바라보니, 아직은 잎이 돋아나지 않는 나무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무엇이 그리 애달파 손을 뻗어내나 싶었더니 두 나뭇가지가 뻗은 모양새가 꼭 한몸에서 분리된 듯 같은굴곡을 가지고 있네요. 이제새순이 돋고, 잎이무성해지는 5월이 되면 서로간의 간극도 줄고, 어쩜 만날 수도 있겠죠?
그 나무들 아래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해 백련사에서 매달아놓은 연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연등 안엔 누구의 소망이 담긴 걸가요? 혹, 함께 하고파 하는 나무들의 소망이 담긴 건 아닐까요?
그 연등줄을 따라 백련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백련사는 416년에 인도승려가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백련사라는 절 이름에는 독특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는데요, 절터를 물색하던 인도의 한 승려가 강화도 고려산에 이르러 연못에 핀 다섯색깔의 연꽃을 보고 연꽃을 꺾어 하늘로 날린 후 그 다섯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각각 절을 세웠고, 그 중 흰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세워진 절이 백련사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려산은 과거 오련산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잠시 숨도 고를 겸 둘러 본 백련사의 단청을 보면서 꽃신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꽃신이 아닌평생 수수한 옷차림을 했던시골 아낙의 첫 꽃신말입니다.내딛는 걸음에 치맛자락 사이로 보일 듯 말듯한 그 꽃신처럼 눈을 두는 곳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마음 씀씀이에 따라 알아차릴 수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검은 기와에 가려 위에서 내려다보면 보이지 않는, 그래서 아래에서 올려다보아야만 보이는 단청.
사찰이나 고궁 앞에 서면 절로 낮아지는 우리들이기에애쓰지 않아도 검은 기와아래 감춰진 단청을 볼 수 있다지만 과연 다른 이들을 대할 때도 이렇게 낮은 자세로 그 사람의 진면목을 바라보려 한 때가 몇번이나 있었을까요? 그리고 제 안의 숨은 열정과 본모습을 알아차려준 이는 누구일까요?
아직 갈길이 멀기에 생각을 잠시 멈추고, 백련사 옆 약수터에서 물 한모금에 기운을 차린 후, 다시금 정상을 향해 갈 힘을 얻습니다.
이제부턴 산길 그대로를 따라 올라가게 됩니다. 이때가 고려산 산행의 첫 고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산을 늘상 오르신 분들에게나 다른 운동으로 다진 튼실한 몸을 가지신 분들께는 런닝머신 빠르게 10분걷기정도로 끝날 일이겠습니다만 운동이 생활화되어있지 않은 저에겐 숨이 조금씩 가팔라지게 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잠깐의 가쁜 숨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보상받게 됩니다.
오르는 길목마다 진달래가 분홍빛 눈웃음을 건냅니다.
"안녕?!!"
이제 정상에 다다랗습니다. 나무 사이로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전망대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지난 겨울 탓에 아직은 충분한 봄단장을 끝내지 못했지만 여인의 아름다움이 화장한 얼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듯, 화려한 아름다움이 아닌 수줍은 소녀의 살짝 상기된 표정이 떠올라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전망대를 향해 가는 길목에 만난 진달래들. 정해진 때가 되면 정해진 일을 꼭 해야하는 FM 성향의 사람처럼 추위 따윈 신경 안쓰고 활짝 피어오른 진달래도 있는 반면 제 고집을 꺽지 않고, 제 뜻대로 피기 위해 때를 기다리는 진달래도 있고, 둘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한 진달래도 보입니다.
하지만 적당한 때가 되면 하늘아래 모두 다 분홍빛으로활짝 피어오르겠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듯 전망대 주변의 진달래들은 꽃봉우리를 한 채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주말부터 다음주까지 만개한 그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망대를 지나 능선 북사면을 따라 낙조봉 쪽으로 난 산길을 좀더 걸으면 전망대로 난 코스길과는 다르게 가름막이 없어 바로 곁에서 진달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그 길 위에서 카메라 속에 진달래를 담고, 같이 한 지인과의 추억을 담고, 아름다운 진달래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함께 한 풍경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여인의 속눈썹 같은 진달래의 수술. 어쩜 저리 당당하게 위로 싸악싸악 올라갔는지... 빛깔은 꼭 수줍은 어린 소녀같더니 그 안엔저런 힘있는 눈빛이 들어있었군요. 마냥 부끄럼쟁이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당당해서 더 아름다운 그들입니다!
지금부턴 진달래는 잠시 뒤로 미루고, 또하나의 강화 8경이라는 낙조대를 찾아 발걸음을 옮겨보았습니다. 이 이후의 고려산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도록 할께요.
고려산을 오르는 길은 다섯코스로 나뉘어있습니다.
1코스(백련사-진달래군락지) 총연장 : 3.7km, 소요시간 : 1시간 20분
2코스(청련사-진달래군락지) 총연장 : 2.9km, 소요시간 : 1시간
3코스(적석사-진달래군락지) 총연장 : 5.2km, 소요시간 : 1시간 44분
4코스 (고비고개-진달래군락지) 총연장 : 2.4km, 소요시간 : 56분
5코스(미꾸지고개-진달래군락지) 총연장 : 5.8km, 소요시간 : 1시간 56분
이중 저희는 1코스와 3코스를 연결해 걸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1코스를 걷은 풍경을 담아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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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11-04-25 10:33] | 이희진기자[mh95062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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