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소녀의 연분홍 미소 고려산 진달래。



고인돌 광장에서 시작되어 고려산을 오르는 길은 여느 등산로와는 조금 다르다. 잘 닦여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걸어 오르자면 군데군데 좌판을 깔고 갖가지 들이나 산에서 재취한 나물이나 곡식을 파는 할머니들이 계시고, 진달래 축제에 맞춰 전시된 예술품도 더러 눈에 뜨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하얀 천막 하나 두르고 핸드드립 커피를 멋지게 담아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닮은 아저씨 한 분이다. 사람 눈길 끄는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조금은 어설픈 듯 하면서도 향긋한 커피를 따르는 그의 모습은 역시 시선이 가게 만든다.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는 말에 끝내 걸음을 돌리고 나서 조금 더 올라가면 봄처럼 상큼한 개나리가 지천이고, 아직은 좀 겨울 색이 빠지지 않은 쭉쭉 뻗은 나무과 동행하여 걷기도 한다.

 

 


잘 닦여진 길은 등산길과 달라서 힘이 들 것도 없다. 같이 온 이들과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무 사이로 핀 연분홍 진달래를 곁눈질 하거나 성급하게 잎을 틔운 새싹을 살피거나 하는 사이에 어느 순간 고려산 중턱인 백련사에 이른다.

 

 


고구려 장수왕 4년에 고려산을 답사하던 천축조사가 오련지에 오색 연꽃이 찬란히 핀 것을 보고, 그 꽃잎을 채취해 공중에 날려 그 연꽃잎이 떨어진 곳마다 가람을 세웠는데 흑련이 떨어진 곳에 흑련사, 적련이 떨어진 곳에 적련사, 황련이 떨어진 곳에 황련사, 청련이 떨어진 곳에 청련사, 그리고 백련이 떨어진 곳이 여기라 하여 백련사라는 절이 지어졌다 한다.

 

그 후 조선 순조 5년에 사리비와 부도탑이 건립되었고, 1967년 극락전과 삼성각을 중수하였는데, 백련사는 독특하게도 새롭게 지은 극락전이 대웅전의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백련사는 2006년과 2007년에 찰만대장경이 봉안되어 있었고, 보물 994호인 철불 아미타불 좌상이 모셔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련사 아래 마당에서부터 포장길은 끝이 나고, 갈색 흙길과 이어진다. 지금까지 올라왔던 길과는 다르게 조금 경사가 있는 산길을 오르며 언젠가 잎이 우거질 숲을 상상해 보는 것도 산을 오르는 재미이다. 조금 숨이 차다 싶을 즈음에 숲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또다시 포장된 길과 만나며 눈앞이 탁 트이며 고려산 능선이 아래로 펼쳐진다.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다보면 천축조사가 오색 연꽃을 채취했다 하는 오련지가 있다. 고려산에는 크고 작은 다섯 개의 연못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엔 큰 연못에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한 제단으로 사용되었고 작은 연못 네 개는 연개소문이 군사 훈련시 말에게 물을 주기 위한 곳이었다. 연못을 좀 자세히 살펴보자면 네모난 연못 안에 동그랗게 다시 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천원지방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천원지방은 흔히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하는데 좀 더 깊게 보자면 하늘의 덕은 원만하고 땅의 덕은 방정하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큰 연못에서 하늘에 지내는 제사가 평안을 위한 것일 터이니 아주 잘못된 추측은 아니지 싶다.

 

 


 본격적으로 고려산 능선이 내려다보이는 정상에 이른다. 22일 만개 예정을 둔 진달래 군락지에는 아직 진달래가 가득히 피어있지 않지만 채 열리지 않은 봉우리가 수줍게나마 자태를 뽐내고 있어 활짝 핀 아름다움을 기대하게 한다.

 

 


나무데크를 따라 걷다 가장 진달래가 많이 핀 전망대에 올라서자 수줍은 소녀의 연분홍 미소를 닮은 듯한 진달래들이 지천이다. 고려산 진달래 축제가 절정일 22일에 온다면 그 황홀한 미소에 넋이라도 떨어질 듯한 풍경이다. 수로 부인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발 디딜 곳 없는 절벽에 핀 진달래를 꺾어오라 명했고, 암소 끌던 노인이 바치며 지었다는 헌화가가 지금까지 전해지던가.

 

 

자줏빛 바위 끝에 잡아온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에 오르는 길은 다섯 가지이다. 고인돌 광장에서 시작해 백련사를 지나 정상으로 올랐다 군락지로 가는 길이 첫 번째고, 국화리마을회관에서 청련사를 지나 가는 것이 두 번째, 고천리마을회관에서 청련사를 지나 가는 게 세 번째, 고배고개를 넘어 가는 게 네 번째, 마지막으로 미꾸지고개를 넘어 낙조봉을 지나 고인돌군을 거쳐 가는 게 다섯 번째이다. 시간은 고비고갯길이 가장 짧고, 미꾸지고개길이 가장 길며 보통 많이 찾는 길이 고인돌 광장에서 백련사를 통해 고려산 정상을 거쳐 진달래 군락지로 이르는 길이다.

 

근래에 들어 그야말로 봄날이라고 할만큼 날이 포근하고 따듯하다. 거기에 22일이 만개 예정인 진달래 군락지에 비 소식까지 있으니 비가 내린 후 그 주말에 슬쩍 고려산으로 향한다면 맑은 하늘에 아름답게 핀 진달래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1. 강화 찾아가기

    - 송정역 : 1번 출구에서 8, 3000번 버스 수시 운행

    - 신촌 : 아트레온 극장 앞에서 3000번 버스 15분 간격, 송정역 경유

    - 영등포 :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88번 버스 15~20분 간격, 김포공항 경유

    - 일산 : 호수공원 웨스턴돔 건너편 법원 앞에서 96번 버스 15~20분 간격, 백석역 경유

    - 인천 : 인천터미널 뉴코아 앞 70번 25분 간격, 인천터미널 뉴코아 건너편 700번 40분 간격, 부평역 90번 15분 간격

 

2. 강화터미널에서 고인돌 광장

    - 버스 : 23번, 24번, 25번, 27번, 30번, 32번, 35번, 30분 간격

 

3. 문의

    - 홈페이지 : www.ghfestival.com 

    - 문의전화 : 강화군 문화예술과 032)930-3623   

 

4.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등산로

    - 1 코스 : 고인돌 광장 → 백련사  → 고려산 정상  → 진달래군락지 / 3.7km, 약 1시간 20분 소요

    - 2 코스 : 국화리마을회관 → 청련사  → 고려산정상  → 진달래 군락지 / 2.9km, 약 1시간 소요

    - 3 코스 : 고천리마을회관  → 적석사  → 낙조봉  → 고인돌군  → 진달래 군락지 / 5.2km, 약 1시간 44분

    - 4 코스 : 고비고개  → 고려산정상 / 2.4km, 약 56분

    - 5코스 : 미꾸지고개  → 낙조봉  → 고인돌군  → 진달래군락지 / 5.8km, 약 1시간 56분

글쓴날 : [11-04-21 21:57] 황희숙기자[maskar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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