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물결 일렁이는 산수유 꽃담길 걸어봐요

남녘땅에는 향긋한 꽃 내음으로물들인 매화,산수유가 폭죽처럼 터지면서 봄의 꽃잔치가 시작되었다. 섬진강을 끼고있는 전남구례와 광양, 하동은 해마다 봄소식을 알리는 꽃들이 릴레이로 피어나는 명소. 섬진강변의 매화에서 출발한 꽃소식은 구례의 산수유로 이어지고, 하동 쌍계사 길의 벚꽃이 마지막 봄꽃의 바통을 넘겨받는다.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섬진강 주변 마을에는 꽃 잔치가 열리고 있다. 전남 구례에서는 산수유 꽃이 노란 제 빛깔을 자랑하고, 광양에서는 매화가 고고한 자태를 뽑내고 있다. 이맘때 구례의 으뜸가는 볼거리는 단연 산수유꽃?! 지리산 만복대 기슭에 기댄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은 산수유꽃 감상 1번지 만복대 자락에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흘러내린 다랑논과 마을 한 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이 산수유 군락과 어우러져 영락없는 풍경화를 그려낸다. 이쯤되면 그 누구라도 산수유꽃 멀미에 빠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래서 사진 동호회를 따라서 전남 구례 섬진강 일대로 꽃구경을 다녀왔다.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구제역 사태와 유난히도 길고 긴 혹한의 한파를 지내고 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 남쪽 지방으로 부터 봄의 전령들이 전하는 봄소식은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날아와 향긋한 꽃 냄새와 함께 봄을 알리고 있었다. 상위마을전망대 앞에 산수유 열매를 조형물로 만들어놓아 산수유 마을임을 알리고 있다.

 



상위마을 골목길 마다에는 온통 노란 산수유 나무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구례에서 산수유꽃을 가장 예쁘게 볼 수 있는 곳 꼽으라면 단연 산동면 일대다. 일단 나무가 많다. 국내 산수유 열매 가운데 약 67%가 산동면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산수유열매는 가을에 열리는데 정력에 좋고 신장 기능을 원활히 해줘 약재로 많이 쓰인다. 산수유 !“남자에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라는 어느 기업 대표의 광고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골목의 커브길에 세워놓은 원형 미러에 비친 산수유

 




흐르는 개울가에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



산수유 군락지로 통과하는 산책로

 





'산동'이라는 지명 유래도 산수유와 관련 있다고 전해진다. 약 1,000년전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산수유 묘목을 가져와 심었는데이를 계기로 이 일대 지명이 산동이 됐단다. 실제로 산동면 계척마을 들머리에는 당시 심어졌다는 산수유 나무가 있다는데. 구례군은 고증을 거쳐 이를 한국의 산수유 시목(始木)으로 지정했다.고 '할머니나무' 로 불리는 이 나무는 높이가 7m, 둘레가 4.8m, 수령이 1,000년에 이른다고 한다.

 



활짝핀 산수유는 마치 왕관과도 같은 꽃모양이 너무도 아름답다.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강아지 두마리가 모녀인 듯,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며 ?아가면 도망가고 돌아오면 졸졸 따라오고 하는모습이 참 귀엽다.

 

 

 

마을 돌담장 위에 흡사 개나리처럼 줄기도 그렇고 꽃모양도 개나리 같은데, 색갈을 보면 개나리가 아니고 무슨 꽃인지.



구례 산동면 중에서도 만복대가 가장 가까운 산동골 상위 마을은 지금은 20여 가구밖에 남지 않았지만 6.25전쟁 전만 해도 100여 가구 가까이 되는 큰 마을이었다. 전쟁 전 후에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빈집과 빈터가 늘게 되자 남은 주민들은 그곳에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

 

당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이유로 산수유를 심었는데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산수유 열매가 큰 수입원이 되었고 상위 마을을 포함한 산동면 일대는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한 폭의 수채화 그림으로 전국에 봄 소식을 전한다.

 



상위마을 아래에 있는 반곡마을의 풍경은 장쾌하다. 특히 계곡을 가르는 대평교 인근은 사진작가들도 즐겨 찾는 포인트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마을을 관통하는 계곡에 크고 하얀 너럭바위가 들어앉았고 이 주변으로 노란 산수유꽃이 지천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수유 축제지로서 널리 알려진 이곳은 해마다 산수유를 만나러 오는 인파로 즐거운 비명인데 구례군은 올해는 구제역과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지만 최근 구례와 인접한 담양에까지 확산됨에 따라 원래 는 3월24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하려던 ‘제13회 구례산수유꽃축제’를 취소하기도 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산수유 꽃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산수유 둘레길을 올해 처음 공개해 많은 상춘객이 찾고 있어 특산품 판매코너와 화장실 교통 등 관광객 편의시설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했다.

 



뒤로는 만복대가 웅장하게 솟았다. 마을에는 계곡을 건너고 돌담을 끼고 걸을 수 있도록 '산수유 꽃담길'이라 이름 붙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상위마을과 반곡마을 일대에는 '산동애가'라는 노래가 전해온다. 여순사건 때 백부전이라는 19세 처녀가 토벌대에 끌려가며 부른 노래인데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을 맺어놓고' 라고 시작하는 노랫말이 애절하다.

 



이 외에 견두산 아래 위치한 현천마을도 풍경이 곱다. 특히 알록달록한 함석지붕들 사이 산수유꽃이 많아 마을 풍경이 딱 수채화다. 마을 옆 동산에 전망대를 만들어 둬 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마을 입구 저수지와 산수유꽃이 어우러진 풍경도 볼만하다. 현천 마을은 반곡마을에서 차로 510분 거리에 있다.



반곡마을 태평교 옆의 마을담장에핀 매화꽃이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금 섬진강에 가시면 꽃과 맛이 함께합니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지요? 섬진강에 흩뿌려지는 꽃비를 맞으려면 서두를 일입니다.

 

 

찾아가는길

전남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

 

글쓴날 : [11-04-09 08:48] 정현모기자[jhmost@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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