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전곡리 구석기축제] 화면에서만 보던 구석기 시대를 직접 온몸으로 느껴보자!

제가 어렸을 때도 그렇지만 우리아이들도 자주 보는 애니메이션의 장르 중 하나가 옛날 구석기, 신석기 시대를 다룬 만화입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어떻게 먹고 살까에 고민하고, 추우면 추위를 피할 걱정, 더우면 더위를 피할 걱정만 하면 되는 듯한 단순해보이는 그들의 삶이 아이들의 천진한 생각과 잘 맞아떨어져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녹록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생존을 위한 삶보단 자아실현을 위한 삶을 사는 경우가 더 많은 반면 그땐 하루하루, 매순간순간이 이 하루를 어떻게 잘 살아남을까에 고민하던 때일테니 말입니다. 매일을 강렬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을 그들의 삶에 동참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연천 전곡리 선사 유적지

구석기 축제를 제대로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아마 전곡리 선사유적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로 벌써 19회나 맞는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는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지인 "전곡리 선사유적지"의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해마다 다른 슬로건을 설정, 구석기 문화와 선사문화에 대해 체험, 놀이, 교육 등을 통해 즐기면서 배우는 에듀테인먼트형 축제입니다.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으로, 구석기 역사를 새롭게 쓰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고롱이와 미롱이

연천군의 캐릭터이자 구석기 축제의 마스코트인 고롱이와 미롱이가 전곡리 선사유적지 앞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고롱이는 고대, 구석기, 고인돌 등 과거를 상징하고 있으며, 미롱이는 미래지향적, 미래 발전 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이런 가치관은 조금있다 이어질 전곡선사박물관의 외관에서도 잘 드러난답니다.

 

 

 

 

전곡리 토층 전시관

어느 축제가 되었든 제대로 즐길려면 그 축제가 사람들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바를 먼저 잘 알아야겠죠? 그럴려면 선사유적지 안, 토층전시관을 우선 들러보세요. 이곳은 과거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굴하던 발굴현장이 그대로 보존된 곳입니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왜 그리 중요한 의미인지 혹시 아시나요? 연천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돌을 다듬어 뽀족하게 만든 주먹도끼는 유럽,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서만 발견이 되어 그쪽의 구석기인들은 돌 하나도 다듬어 쓰는 머리 좋은 구석기인으로 여겨지고, 그저 굴러다니는 주운 돌로 사냥을 하는 동북아시아쪽 구석기인들은 머리 씀이 덜했다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머리 덜 쓰는 구석기인 쯤으로 치부되던 그 옛날 한반도 위에 살던 우리들의 조상 구석기인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었던 바로 그 주먹도끼를 포함 6,000점 이상의 석기가 출토된 현장이 바로 전곡리 선사 유적지이며, 이곳에선 아직까지도 주먹도끼가 발견될만큼 많은 양이 매장되어있다고 합니다.

 

이곳 전시관에선 이 지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주먹도끼가 전시되어 있으며, 고대 구석기인들의 삶을 재미있게 엿볼 수 있는 10분 안팎의 3D 애니메이션 "연천과 주먹도끼"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구석기인들의 삶을 직접 느껴봐!

전시관 바로 옆에서 선사체험마을이 있어 직접 구석기인들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으며, 이곳 이외에도 유적지 곳곳에서 나무를 이용해 큰 돌을 옮긴다던지, 구석기 집을 만들어보거나 원시인 옷을 입고 간이수렵체험도 해보고, 주먹도끼로 식물채집도 해보는 등 구석기시대의 가족이 되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습니다.

 

 

 

잔디광장

그렇다고 모두 체험을 하기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토층전시관 옆엔 아주 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 좋도록 되어있습니다. 이곳 한켠에 금속벽을 뚫고 나온 듯한 고롱이와 미롱이 조각상이 서있는데 여기에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이 지저분하게 느껴지기 보단 오랜 기간 해를 거듭하며 성공적으로 행사가 꾸려져 온 모습이 엿보이는 듯 싶어 친근하게 여겨졌습니다. 꼭 오래된 맛집의 벽에 남겨진 사람들의 낙서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잔디광장에는 2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정교하게 만든 두 맘모스 모자상과 더불어 다양한 고대 동물들이 꼭 살아있는 것 마냥 곳곳에 서있습니다.

 

 

 

광장 내 있던 동물사진들을 모아놓고 보니 아래 두 사진 속 녀석들이 꼭 잡은 먹이를 두고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듯한 구도가 되었네요. 같은 조형물 속에서도 나만의 느낌과 관점을 찾아내는 것! 축제를 좀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이 될 듯 싶습니다.

 

 

 

구석기인들은 어디서 잠을 잤을까?

처음에야 이렇게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어설픈 집을 짓고 살았겠죠? 그러다 주먹도끼도 만들어내면서 수렵활동이 용이해졌을테니 집 또한 점점 진화를 거듭합니다.

 

 

 

그리고 좀더 체계적으로 비와 바람,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집의 형태를 갖춰나갔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저 비바람을 온전히 피하게 해주면 고마웠던 집에 사람의 과시욕과 욕심이 더해집니다. 

 

 

 

매머드의 뼈를 모아 만든 집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이런 집을 하나 만들려면 메머드 100마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과거 메머드가 멸종한 이유는 빙하기가 큰 원인을 차지한다 여겨졌지만 이런 집의 잔해들이 발굴되면서 학계에선 인류가 메머드의 멸종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하는군요. 생존이 아닌 자기 과시, 자기 만족을 위해 살생을 하는 생물은 인간 뿐이라고 하죠?

 

<지구가 멈추는 날>이란 영화에서도 나오듯, 지구 밖에서 보는 인간은 지구에겐 가장 큰 해악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바꿀 힘이 있는 것 또한 사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아이와 함께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집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집에 머무는 이들은 주먹도끼를 비롯한 각종 연장을 가다듬고,

 

 

 

집을 나온 이들은 물고기를 잡고, 사냥을 하며, 잡아온 식량은 먹기 위한 살과 추위를 피할 옷 등을 만들 가죽으로 분리하기 등을 하며 지내는 모습이 역시 잔디광장 곳곳에 실감나게 조각상으로 표현되어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궁금증을 유발하는 조각상들도 보이는데요, 함께 포즈를 취하며 원시인처럼 사진찍기 놀이를 해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 싶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요? 눈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 낮은 언덕을 넘어가 보았습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용 모양의 전곡선사박물관

발걸음이 다달은 곳엔 이렇게 신기한 모양새의 건물이 하나 지어져 있었습니다.  연천군의 마스코트, 고롱이와 미롱이처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커다란 통로같은 이곳은 전곡선사박물관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원시 생명체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합니다. 외부의 반짝임은 용의 비늘을 상징하고 있어, 한편으론 용의 모습을 했다고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원시생명체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와 현대적인 재질의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용 형상의 전곡 선사박물관! 구석기 축제의 컨셉과 굉장히 잘 맞아떨어지는 잘 만든 박물관인 것 같습니다.

 

 

 

감상은 그만! 긴 박물관 외벽을 따라 움직여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원시생명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듯한 부드러운 곡선미의 아름다운 박물관 내부는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했습니다. 현대적 공간처럼 느껴지는 이곳에서 과거 구석기시대의 모습은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요?

 

 

 

발걸음을 조금 옮기니 전혀 색다른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한 가운데 위치한 이 유인원과 인간상들은 모두 출토된 유골을 토대로 정밀하게 복원된 실제 크기의 인류들이라고 합니다. 시대순으로 만들어진 조각상들은 아래 전시된 유골과 맞춰볼 수 있으며, 인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의 전문 복원가에게 맡겨 만들었다는 이 조각상들은 각각 수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합니다.

 

 

 

가운데 진화하는 인류들 주위론 그 시대에 함께 했던 동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금방이라도 제게 달려들 것만 같아 보였습니다.

 

 

 

눈높이에 보이는 정교한 동물상들에 감탄하느라 위를 못보는 실수는 말아주세요. 하늘 위를 나는 새들도 만나볼 수 있거든요.


 

 

이곳에서도 만난 메머드 뼈로 만든 집. 먹이 피라미드에서 사람이 가장 위라더니 그냥 생각하기엔 매머드 한마리 잡기 힘들겠다 싶은 것도 잘못된 생각인 듯, 이리 100마리 뼈로 집을 만들어 낼 정도면 인간의 파괴력은 정말 무섭습니다.

 

 

 

동굴탐험과 벽화그리기 체험

구석기축제가 체험과 교육을 함께 이루어지는 에듀테인먼트형 축제인만큼 박물관에서도 체험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특히 제 눈길을 사로 잡았던 것은 동굴탐험과 동굴벽화 그리기 체험이었습니다. 원래 이 동굴은 불이 다 꺼져 있는 상태에서 체험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불 꺼진 동굴 속을 사진 왼쪽 위처럼 횃불 하나 들고 구석구석을 비추며 동굴 벽에 그려진 벽화를 찾아가는 탐험여행인데요, 눈높이의 벽에서 천장까지 구석구석 잘 비춰보아야 다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 동굴벽화가 발견된 일화를 살펴봐도 고고학자들이 열심히 탐험하다 발견하기보다는 아이들이 뒷동산에서 놀다가 우연히 들어간 동굴에서 우연찮게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하니 과거 그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원시인들의 동굴벽화를 찾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안겨주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이렇게 동굴벽화 찾기 탐험을 마친 후엔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 벽화체험벽에서 직접 벽화를 그려보는 재미도 느끼도록 해줘보세요. 축제가 끝날 때 쯤 아이들의 상상력이 듬뿍 담긴 그림이 가득할 이 벽을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박물관 2층에는 이외에도 잠시 지친 다리 쉬게 하고, 마른 목을 축일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습니다. 무지개색 조명과 앙증맞은 의자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에서 김규선 연천군수와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김규선 연천군수는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결되면서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가 생기게 된 계기, 축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발전해온 이력 등으로 인터뷰의 포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처음엔 동북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주먹도끼의 역사적 의의를 좀더 널리 알리고자 자그마하게 시작했다는 연천군의 구석기 축제는 이제 7년연속 대한민국 우수축제로 꼽힐 정도로 성공적인 축제가 되었으며, 이젠 좀더 세계적으로 나아가 10개국의 학자들을 초청, 세미나와 각국의 선사문화를 비교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을 건립하여 "선사 EXPO"로 가는 기틀을 마련코자 한다고 합니다.

 

프랑스와 연천, 전세계 단 두 곳에서만 열리고 있는 자랑스런 구석기 축제는 여는 축제와 달리 체험을 위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 하면서 아이들이 직접 석기를 만들고, 구석기 시대처럼 주먹도끼로 직접 돼지고기를 썰어 구워먹는 바베큐 체험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하시더군요. 활용할 아이템이 한정된 구석기 시대 유물의 한계를 가족단위 체험프로그램으로 극복해냈다는 연천의 구석기축제는 작년 80~9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올해는 2~30% 더 많은 관광객을 예상하고 있다네요.

 

그런데 어느 여행이든 축제든 먹거리가 빠질 수 없잖아요? 이번 축제기간(5월 5일 ~ 8일까지)에 연천을 찾는 분들께 권하고픈 연천의 대표먹거리를 소개해달라는 물음에 한탄강에서 건진 민물고기로 끓인 매운탕, 고소함이 남다른 연천콩으로 만든 두부요리, 한번 마시면 자꾸 손이 간다는 연천의 막걸리, 도정 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찰지고 맛나다는 연천쌀을 소개해주시더라구요. 저희는 이날 점심, 두부는 맛봤다지요. 다음 기회에 또 가게 되면 나머지들도 꼭 맛봐야 겠습니다.

 

 

배우고, 즐기고, 느끼는 가운데 절로 자랑스러워짐을 알게 되는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로, 놀러오세요!

글쓴날 : [11-04-04 11:26] 이희진기자[mh9506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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