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 알바생, 3년 만에 연천 갔더니?(2)(Feat. 전곡 선사 박물관)

 

전곡리 선사 유적지 뒷편으로 향하면 그 당시 원시인들의 생활 모습 및 동물이 조형물로 재현된 또 다른 공간이 있었습니다. 저의 발걸음을 그쪽으로 내딛었습니다.

 

 

왼손에 주먹도끼를 쥔 원시인 조형물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외국 오지의 원주민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표정 자체가 매우 리얼합니다. 조형물이 잘 꾸며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물들의 조형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점박이 하이에나, 넙적큰뿔사슴, 검치호랑이, 쌍코뿔소, 새끼동굴곰의 모습 말입니다. 점박이 하이에나는 청원 두루봉 처녀굴에서 화석, 넙적큰뿔사슴은 평양의 상원군 검은모루동굴에서 뼈 형태로 발견되었습니다. 검치호랑이는 송곳니가 컸으며, 쌍코뿔소는 고인류의 점거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화석이랍니다. 그리고 새끼동굴곰 같은 경우에는 청원 두루봉 처녀굴에서 동굴곰 머리뼈 화석이 발견되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매머드 뼈로 만들어진 주거지를 복원한 모습 입니다. 후기 구석기 시대의 주거지라고 합니다. 멀리서봐도 하얀색이 선명하더군요.

 

저의 발걸음은 구석기 산책로로 향했습니다. 제가 원시인 알바를 했을때 존재하지 않았던 전곡 선사 박물관에 다녀오기 위해서죠.

 

전곡 선사 박물관 모습 입니다. 박물관이 운치있게 조성되었는데,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이무기(용이 되기 이전 단계의 동물) 형태로 외관이 꾸며졌다고 합니다. 박물관 앞에는 냇가가 있어서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공간으로서 특히 1층 내부 인테리어가 주로 하얀색 바탕 이었습니다. 아울러, 국내 박물관 최초의 국제설계 공모를 통한 건축 설계였다고 합니다. 정식 개장은 5월 25일입니다.

 

전곡 선사 박물관은 콘셉트를 어린이쪽에 무게감을 두면서, 구석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타임머신 같은 분위기로 조성됐습니다. 어린이들이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면서 그때의 인류 및 자연 환경을 볼 수 있도록 상설 전시실이 마련되었죠. 그 외에 어린이들이 고고학 체험을 할 수 있는 고고학 체험 학습실, 기자 간담회를 할 수 있는 카페도 있었습니다. 카페 이름은 '선사 레스토랑'이라고 하더군요.

 

상설 전시실 모습입니다. 인류 및 매머드를 비롯한 동물이 복원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저 사물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흐뭇한 느낌이 들더군요. 구석기 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이 잘 마련됐습니다.


'베이징원인'으로 불리는 호모 에렉투스의 모습도 복원 됐습니다. 40~50만년전 중국 베이징 동굴에서 발견 되었습니다. 서양 학자들이 구석기 시대 조사를 하러 중국에 갔는데, 한 약재상에서 '용의 뼈'로 불리는 용골이라는 화석을 팔았습니다. 그 약재중에 고인류들의 화석이 섞여있는 것을 그들이 발굴했죠. 베이징 인근 동굴에서 베이징원인류의 두개골을 비롯 불을 사용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주먹도끼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에게는 단순한 주먹도끼 같지만, 1978년에 연천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서양 구석기 학자들이 "동양에서는 구석기 시대가 발달되지 못했다"는 편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먹도끼가 공개되면서 나중에는 선사 유적지가 건립되었고 구석기 축제를 열게 됐습니다. 주먹도끼의 상징성이 정말 크죠. 지금도 발굴 작업을 하면 30만년전 주먹 도끼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상설 전시실에는 동굴 벽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석회암 동굴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복원했답니다.

 

고고학 체험센터는 직접 벽화를 그리거나, 고릴라 뼈 및 인간의 뼈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학습 체험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곡 선사 박물관에서는 김규선 연천군수를 만나게 됐습니다. 김규선 연천군수는 "전곡리 선사 유적지가 30만년전에 인류가 단순한 원시인이 아닌 머리를 써서 개화된 원시이니 살았던 최초의,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유적지 중에 하나라고 자부한다"는 소감을 나타냈습니다. 5월 초 연천 구석기 축제를 개최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한양대 배기동 교수(전곡리 선사 박물관 개관 준비 위원장)라는 분이 그 당시에 축제를 제안하셔서 1993년에 축제를 시작했고 올해가 19번째다. 처음에는 한양대학교와 전곡읍에서 주관했다가 축제가 점차 커지면서 10년 뒤 연천군이 맡았고, 지금은 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큰 규모의 축제가 됐다"는 발전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작년에는 5개국을 모시게 해서 토론회도 하고 세미나를 했는데 올해는 14개국으로 늘었다. 그 나라의 선사 문화에 대한 일종의 장을 만들어서 국제적인 엑스포쪽으로 가는 기틀을 잡는다. 그래서 박물관을 만들었고, 저희가 2015년 즈음에는 구석기 축제를 국제 엑스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려고 올해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연천이 구석기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킬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3년 전에 원시인 알바를 했던 저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고, 언젠가 결혼하여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연천 전곡리 선사 유적지는 지금보다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서울로 향할때는 유적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글쓴날 : [11-03-31 17:04] 이상규기자[puhahap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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