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 물씬! 쌀가루로 버무린 쑥버무리

결혼하기 전엔 늘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 감사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친정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제철음식이었습니다.

 

봄이 되면 봄기운 가득 머금은 각양각색의 향긋한 나물들로 채워졌던 밥상도, 여름이면 시원하게 들이켰던 냉국들도, 가을이면 각종 오곡들이 풍성한 고소한 밥한그릇도, 겨울이면 구수함이 살아있는 묵은 장과 묵은 나물, 장아찌들의 가득한 저녁식탁도 어쩜 그리 당연스레 여겼었는지... 결혼해 제 살림 꾸리며 살아보니 그것이 얼마나 정성이 필요한 일인지 보통의 노고로는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고 살고 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탐하느라 제철따라 바뀌는 상차림에 신경 또한 쓰지 않았기도 했고 말이죠.

 

 

얼마전 장에 나가보니 벌써 쑥이 나와있더군요. 여느 음식들처럼 때가 되면 늘 친청할머니께서 쑥버무리를 해주시곤 하셨는데 그땐 간식삼아 먹었지 그닥 맛있구나하면서 먹었던 것 같진 않아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요런 토속적인 것에 입맛이 끌리곤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아이들이 잘 먹는 걸로 봐선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아마 할머니 손맛이 그리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왜 그때 해주셨을 당시에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이 최고라고, 정말 맛있다고 못해드렸었는지 못내 아쉽습니다.

 

 

 

쑥버무리 재료로는 쑥 1바구니, 멥쌀가루(소금간이 된) 1컵당 꿀 1큰술씩을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쑥버무리를 만드실 땐 먼저 어린 쑥으로 준비하셔서 밑둥을 정리하신 후 물에 깨끗하게 씻어놓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쌀가루를 파는데  보통 소금간이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따로 소금간은 하지마시고, 멥쌀가루 1컵당 꿀 1큰술씩 넣어주세요. 이정도 양이면 살짝 꿀향이 나고 달지 않은 상태이니 달달한 걸 원하시면 1/2큰술~1큰술 정도 더 넣어주세요.

 

그리고 쑥에 살짝 가루만 입힌 정도의 쑥버무리를 원하시면 멥쌀가루는 1과1/2컵정도만 준비하시면 되구요, 저처럼 백설기느낌이 살짝 나도록 쑥버무리를 만드실려면 3컵정도 준비해주세요.

 

 

 

꿀을 넣은 멥쌀가루는 사진에서처럼 비벼서 쌀가루에 고루 꿀이 배도록 해주세요. 출연한 손은 큰아이 손이랍니다.

 

 

 

그런 다음 아직 물기가 있는 상태의 쑥을 넣고 고루 섞어주세요.

 

 

 

찜통에 젖은 면보를 펴고

 

 

 

쌀가루가 묻은 쑥 한겹 > 쑥에 안 묻혀진 여분의 쌀가루 한겹 > 다시 쌀가루가 묻은 쑥 한겹, 이런 식으로 차례차례 담고 뚜껑덮어 15~20분 정도 쪄냅니다.

 

 

 

쪄낸 모습이에요. 김이 모락모락, 사진이 뿌옇습니다.

 

 

 

만드실 땐 단맛이 거의 나지 않도록 만드셔서 식구들 기호에 따라 각자 조청이나 꿀에 찍어먹을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여기에 꽃차를 곁들여 함께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글쓴날 : [11-03-21 09:39] 이희진기자[mh9506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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