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기차 여행 우레시노, 사푼사푼 산책하는 우레시노거리 산책

동양에서 대체로 3(三)은 천지인을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숫자로 완성을 뜻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그래서 숫자 삼은 예로부터 긍정적인 의미 혹은 길조어로 쓰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 인식에서인지 일본에서는 유난히 삼으로 묶인 시리즈가 많다고 한다. 일본의 3대 절경이라는 마츠시마와 미야지마 그리고 아마노하시다테, 일본 3대 야경이라 불리는 고베와 나가사키와 하코다테, 일본 3대 명산 후지산과 다테야마, 하쿠산, 일본 3대 폭포인 화엄폭포와 후쿠로다 폭포 그리고 나치 폭포, 일본 3대 진미라는 우니의 성게와 카라스미의 숭어알절임과 코노와타의 해삼장절임, 일본 3대 온천이라는 벳부, 아타미, 시로하마 등등 그야말로 셋을 짝지어 놓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온천 유난히 많은 일본은 온천에 대한 3대 시리즈가 많은데 3대 고천, 3대 명탕, 3대 미인탕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명탕에는 아리마, 게로, 쿠사츠 온천이 고천으로는 아리마 시리하라 고우고 온천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인탕으로 기쓰레가와 온천, 히노카미 온천과 더불어 우레시노 온천이 그것이다.

 

 


 

즈이코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호교쿠히메 신사는 이런 우레시노 온천 마을에 어울리는 미용의 신으로 이곳에서 참배를 하면 피부가 고와진다는 속설이 전해진다고 하는 곳이다. 히메의 신사이다 보니 들어서는 입구에도 분홍색 등이 세워져 있어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신사 입구 도리이의 옆에 길쭉하니 뻗은 나무가 가을색으로 물든 게 한결 더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신사 자체는 즈이코지보다 규모도 작고 더없이 한적하여 휘휘 둘러보고 미쳐 들리지 않고 지나쳤던 시볼트 족탕으로 향했다.

 

 



 

시볼트 족탕 바로 옆에는 빨간 간판이 눈에 뜨이는 10엔 만쥬 가게가 있다. 아직 점심 전이라 출출하여 이곳에서 녹차로 만든 만쥬 팩 하나를 사서 족탕으로 가 신발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근다. 비가 와서 날이 제법 쌀쌀하여 오슬오슬 몸도 추웠는데 따듯한 물에 발을 담그니 추운 기색이 좀 가시는 것 같다. 기껏해야 예닐곱 명이나 앉을 수 있을까 싶은 시볼트 족탕은 일본 서양의학에 공헌한 독일 의사 시볼트가 우레시노 온천에 들린 것에서 이름이 유래되어 지역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발의 피로도 풀고 수다도 떨 수 있는 휴식 장소로 이용되는 곳이라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가 족탕에 앉아 있을 때는 사람이 없더니 만쥬를 모두 먹고 쓰레기도 버릴 겸 손도 닦을 겸 바로 옆에 있는 개방화장실을 다녀오자 어느새 몇 사람이 앉아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일본어가 좀 능통하면 가까이 다가가 사근사근 말이라고 걸어 볼 텐데 기껏해야 여행 회화책 펼쳐놓고 더듬더듬 하는 게 전부인 나에게는 좀 어려운 일이라 단호하게 포기한다.

 

 



 

족탕에서 벗어나 아까 걸었던 길을 되짚으며 우레시노바시로 돌아와 작은 길을 따라 내려가 혼진 유적을 지나 우레시노강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우레시노 강변에 놓인 우레시노 산책로의 총 길이는 3km이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하여 제법 볼만하다고 하지만 겨울로 접어드는 우레시노 강은 조금 쓸쓸한 감만이 맴돌아 산책길에서 올라와 큰 도로를 따라 걷다 잊혀진 놀이터에 켜켜이 쌓인 낙엽과 재미있게 생긴 놀이터의 미끄럼틀을 발견하곤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가 멀뚱히 서서 쳐다보고 다시 큰 길로 돌아왔다. 길을 따라 걸어가다 마침내 우레시노 산책길의 끝자락인 도도로키다키 공원에 이른다.

 

 


 

차 한 대 없는 주차장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와 다리 밑의 길을 따라 걸어 나가니 시원한 폭포소리가 들려온다. 흐르는 물소리가 천둥 같다고 하여 도도로키라고 붙여진 삼단 폭포이다. 폭포 바로 앞 의자에 앉아 해바라기도 할 겸 여유를 부리는데 바로 옆 의자에 일본인 커플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말소리를 음악삼아 듣고 있다 슬며시 일어나 반대쪽 공원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는데 폭포에서 흘러나온 물이 개천을 이루어 나가는 바닥의 독특한 모습이 자못 눈에 뜨인다.

 


 

 

 

마치 시멘트를 반죽하여 스윽 스윽 발라 낮은 계단으로 이루어 놓은 것 같은 곳으로 수심도 낮고 하니 저런 곳에서 빨래하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다 문득 규슈 여행을 준비하며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니치난의 도깨비 빨래판 해변이 떠올랐다. 밤새 도깨비들이 빨래를 하기 위해 들린다는 그곳도 이런 기이한 풍경이겠구나 생각하니 새삼스럽게 남쪽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가기를 포기했던 게 조금 아쉬워졌다.

 

 

 

다리를 건너 사람이 타지 않아 녹슨 그네를 지나쳐 흐트러진 공원의 뒤쪽으로 향하다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하얀 구름 사이로 빛이 산란되는 것이 보였다. 아침의 그 흐린 하늘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가뭇가뭇 파란색을 비치던 하늘은 기어이 맑은 모습을 되찾더니 이제는 하늘의 제왕 태양이 나타나려 하는 듯 싶었다.

 

 

 

그로인해 비교적 어둡고 적막했던 도도로키다키 공원의 분위기도 따듯한 기운이 서리는 것 같아 아까 커플의 옆에 앉아 내려앉은 조금 쓸쓸했던 기분도 한결 좋아지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슬며시 웃고 만다. 평소에는 그런 감정이 잘 들지 않는데 꼭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에 나를 제외하고 커플이 등장하면 못내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혼자 여행 간다는 건 그렇듯 갑작스럽게 외로움이 스며들어 당혹감에 들게도 한다. 그럼에도 홀로 여행을 즐기는 나도 참 웃기긴 하지만 말이다.

 

 

참고자료

 

블로그 포스팅 - http://blog.naver.com/chinppo/80102483238

매일신문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8675&yy=2009

글쓴날 : [11-03-01 12:24] 황희숙기자[maskar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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