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위원회 신년하례회, 외국인블로거와의 맛난 오찬과 신명나는 판소리

 

한국의 세시풍속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눈앞에 놓였다. 굴이 올려진 무채와 생선튀김, 전복조림, 연근과 만두튀김, 도라지와 버섯으로 버무린 무침에 아빠가 그렇게 좋아하셨던 막걸리까지. 군침이 절로 도는 한 상차림을 쟁반 하나에 고스라니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려니 블로거는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똑같은지 외국인블로거들도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쁘다.

 

 

사진도 다 찍었으니 맛을 봐야지.

냉큼 젓가락을 들었는데 이번엔 막거리로 건배를 해야 한단다. 모두 두 손 공손히 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다. 자, 이제 정말 음식 좀 먹어볼까?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건 한국의 예법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지만 바쁜 현대가 되며 그 자리에서마저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따로 자리를 마련할 수 없게 되어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너무 밥을 먹는 데에만 집중하면 기껏 외국인블로거와도 만났는데 재미가 없지 않을까.

 

슬쩍 가시장미님 옆에 앉은 아리따운 여성분께 말을 걸었다.

“젓가락질을 잘하시네요. 베트남에서도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나요?”

“전 미얀마 사람인데요.”

“……”

잠시 침묵. 아까 돌아가며 자기 소개할 때 딴 짓 한 게 덜커덕 티가 나버렸다.

“어머나 그렇구나. 그럼 미얀마에서도 젓가락을 사용하나요?”

얼른 말을 돌리자 얜 뭐야 하고 쳐다보신다. 그래도 차분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대답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

“네, 사용해요. 미얀마 전체적으로는 손을 사용하는데 북쪽에서는 젓가락을 사용해 식사를 해요.”

“그렇구나. 어쩐지 젓가락 사용하시는 게 익숙해 보이세요. 한국말을 정말 잘 하시는데 한국에 오래계셨어요?”

“2년 유학중이에요. 한국어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대학교에서 한국어학을 공부하고 있는 퓨퓨아웅씨는 미얀마로 돌아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하셨다. 어학을 좋아하는 그녀는 한국어를 제대로 알려주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국가브랜드 위원회 활동을 하며 한국에 대해 알게 되어 좋다고 말해주셨다. 잠시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이배용 위원장님 뒤쪽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옆에 계신 외국인 남자분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나 귀를 기울였는데 일본에서 오셨다는 이 분도 한국어가 아주 유창하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니 두 번째 쟁반이 올려졌다. 앞선 요리가 전채요리격이었다면 본격적인 식사차림이다. 한국 전통적인 밥상인 밥과 국과 반찬. 밥은 잡곡이요, 국은 설에 먹는 떡국, 반찬은 김치와 나물이다. 무슨 나물인지 몰라 입에 넣고 수수께끼 풀듯이 하면서 고민했는데 모르겠다. 결국 포기.

 

 

맛있는 식사를 끝내고 판소리 공연을 듣기 위해 이동했다. 짙은 청색 치마에 봄색 노랑 저고리를 입은 채수정 명창이 무대에 올라 오셔서 먼저 블로거들에게 추임새 넣는 법, 어깨춤을 추는 법 등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시고 어제 열심히 연습을 하느라 목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제자분의 애틋한 사랑가에 맞춰 어설픈 ‘얼쑤~’ 하는 추임새를 넣었다.

 

 

누구나 흥겹게 즐기는 공연인지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동영상을 남기기에 바쁘다. 열정적으로 소리를 듣고 기록을 남기는 외국인블로거들이 자신들의 블로거에 한국의 맛과 멋을 재미있게 풀어주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하는 소망을 해봤다.

 

 

 

그리고 뒤이어 채명창의 어깨춤이 절로 나는 신명나는 스르릉 스르릉 스르릉 흥부가를 듣는다. 박 타는 장면이 머릿속에가 그려지는 게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금은보화와 집채 만한 집이 덜커덕 쏟아질 것 같다. 정선 아리랑까지 듣고 나서 채명창께서 질문이 있냐는 말에 한 블로거가 아리랑이 언제 시작되었냐고 묻는다.

 

언제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리랑 쓰리랑이 아리고 쓰려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이 되었다는 명창의 말씀에 어쩐지 옛사람들의 애환과 삶에 대한 슬픔이 녹아 있는 것 같아 조금 마음이 아리다. 뒤이어 이배용 위원장님께서 아리랑이 언제 시작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민족의 오랜 음악인 아리랑은 아리고 쓰린 마음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하 나아간다는 희망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시며 그래서 G20 정상회의의 주제와도 같다고 하셨다. 전세계가 불황으로 힘겨운 이때에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 아리랑의 의미라는 말씀. 그래서 판소리 한 마당의 마지막은 희망의 미래를 노래하는 아리랑으로 이어졌다.

 

 

판소리가 끝나고 이배용 국가브랜드 위원회 위원장님과 블로거들과 명창과의 기념사진이 있었다. 활짝 핀 부채만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매서운 겨울 추위가 지나고 어느새 봄기운이 느껴지듯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곧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희망을 가져 본다.

 

다시 대회의장으로 올라왔더니 후식이 준비되어 있다. 과일과 오미자차이다. 호륵 차 한 잔 마시고 있자니 옆에 앉아 있던 블로거가 퓨퓨아웅씨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멋진 포즈를 취한다. 당신의 그 멋진 모습, 고향에 있는 친구들에게 안부 전해주며 한국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실 거죠?

 

 

 

글쓴날 : [11-02-27 13:00] 황희숙기자[maskar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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