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집 딸, 엄마가 자랑스러워요!(재래시장 탐방-암사종합시장)

-핫떡집 주인 이영순씨와 딸-

떡볶이집 딸, 엄마가 자랑스러워요!(재래시장 탐방-암사종합시장)호미숙

-핫떡집 딸의 의젓하고 대견스러움을 보다-

 

올 겨울은 유난히 강추위에 사람들을 움츠리게 하는 한파가 이어졌다. 역시 이렇게 추울 때는 길거리나 시장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따끈한 어묵국물 한 컵이 아닐까한다. 뿌연 수증기를 뿜어내며 시장 한 쪽 핫떡집은 말 그대로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 듯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해 잠시 머물러 간단하게 요기도 채우고 추위도 덜고 쉬어가는 정거장의 빈 의자처럼 언제든 준비된 자리를 내어 놓고 있다.

 


점심을 거르고 들른 암사종합시장, 들어서자마자 코끝에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자전거를 가게 앞에 멈추었다. 머리에 노랗게 물들인 젊고 앳된 여학생이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에 음식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여느 아르바이트생이거니 생각했다. 편히 앉아 먹을 수 있는 실내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가게 앞에 서서 추위에도 어묵국물과 튀김과 떡볶이를 먹고 또는 포장해서 서둘러 돌아가기 바빴다.

 



주인인 이영순씨(49세)와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금방 친구가 되어 떡볶이 가게를 하게 된 연유를 듣게 되었다. 수 년 동안 길거리 노점상으로 떡볶이 장사를 해오다가 이렇게 번듯하게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가게는 아저씨와 운영하고 있단다. 옆에 있던 노랑머리의 학생이 딸이라고 소개했다. 어머니의 일손을 돕고 있던 딸을 보니 대견해보여 물어보았다. “엄마가 떡볶이 장사하는 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요?, 혹시 친구들에게 숨기거나 그렇지는 않나요?”라고 물으니 “저요? 저는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를 자랑하고 이곳에도 자주 데리고 오는데요? 우리 보모님이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는 모습으로도 자랑스럽지요!”당당하게 옆에 엄마를 꼭 안아주면서 대답했다.

 

여러 손님들이 딸의 행동을 보며 웃어주고 기특하며 착하다고 한마디씩 건네주었다. 매번 시장에 들러 아이들 간식으로 순대와 떡볶이와 튀김을 사간다는 천호동에 사는 솔비엄마(41세)는 요즘 젊은이들 대부분이 궂은 일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정말 착하다며 주문을 더하며 “이건 예쁘고 착한 따님 덕에 더 팔아주는 겁니다.”라고 깔깔 웃는다. 주방 한 쪽에서는 가락시장을 다녀온 아저씨가 귀마개까지 두르고 고구마 손질에 여념 없이 일하다 말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딸을 바라본다.

 


한 손님이 튀김을 주문하며 뜨겁게 데워달라고 하자 선뜻 뜨거운 기름 솥에 거침없이 튀김을 튀겨내던 딸은 아주 익숙하게 튀김을 건져내어 기름을 탁탁 털어내고 있었다.

 


이영순씨는 대학 재학 중인 딸 외에도 두 명의 딸이 더 있다고 했다. 딸들 덕분에 장사하는데 훨씬 수월하게 한다고 딸 자랑에 한창이었다. 인근에 산다는 65세 아주머니는 올 때마다 들러 인사라도 나눈다며 무엇보다 맛은 물론이며 청결하고 다른 시장보다 훨씬 싼 가격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시장만 오면 사지 않아도 될 것을 단골의 정이라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팔아줘야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핫떡집만의 특별한 맛의 비법이 있는지 소개해달라고 하니 이곳의 떡볶이에 이용하는 것은 고추장이 아니라 고추장용 고춧가루를 이용하고 물엿을 사용하지 않기에 텁텁하지 않아 담백해서 맛이 있다고 했다. 특히 어묵국물은 따로 육수를 내어 사용할 때 마다 덜어 내어 쓴다고 했다. 주 고객들의 연령층을 물어보니 다양하지만 젊은 층 주부가 많고 학생들도 꽤 찾는다고 했다.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기본보다 많은 량을 준다고 했다. 이유는 딸처럼 생각하기에 한창 자랄 나이니만큼 추가로 준다고 했다. 무엇보다 튀김옷도 얇아서 바삭하고 아삭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계절 중 잘 되는 계절이 겨울이라며 아무래도 무더운 여름철이 장사가 덜 된다고 했다.

 



오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많은 가운데 인터뷰하는 동안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주부, 아이를 대동하고 나온 주부, 손녀에게 사다준다고 나온 아주머니, 남편 술안주를 사러왔다는 주부 등 지나가던 신사들과 청년들도 곳간에 쥐가 드나들 듯 핫떡집 앞은 불이 났다. 노랑머리 딸은 여전히 밝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을 하고 있었다.

 

행복이란 어떤 공식도 없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즐기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는지,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온 가족이 한 마음이라면 그 안의 자녀들 또한 부모님을 자연스레 공경하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임할 것으로 본다. 끈끈한 정으로 맺은 단골손님들의 오가는 인심이야 말로 재래시장의 삶의 진수라고 생각한다.

원본주소-http://homihomi.tistory.com/561

열심히 살고 있는 시장 사람들,  정을 주고받는 따스한 현장, 추천 꾹!!

글쓴날 : [11-02-11 09:56] 호미숙기자[homihomi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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