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산 : 대부도] 시나브로 한국 와인의 향이 전해지는 곳, 그랑꼬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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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나는 사실 좋아한다 하기도 어설플 만큼 와인에 대해 모른다. 와인의 종류를 안다고 해봐야 레드와인이니 화이트와인이지 로즈와인이니 스파클링와인이니 정도밖에 모르고 더더군다나 와인이 생산지, 포두의 품종에 따라 명칭이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도 모를 정도이니 오죽이나 할까. 사실 그런 것은 있다. 세계주류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주류코너에 가서 와인을 죽 둘러보다가 이거 괜찮겠다 하고 하나 스윽 집어 계산하고 집에 가져와 턱 하니 개봉하여 신나게 마시고는 와인명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해도 도통 영어로 쓰여 있어서 얘는 대체 뭐라니 하고 고개만 갸웃거리다가 끝나니 기억하려고 해봐야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와인 중에 고집하는 것은 조금 떫은맛이 강한 레드 와인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달짝지근한 와인들과 먹기에는 음식들이 어울리지 않는데다 본래부터도 단 것보다는 약간 쌉쌀한 것을 좋아하는 혀를 가지고 있어 그렇기도 하다. 여하간 중요한 건 나는 와인을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안산 여행 때 들린 한국 와이너리라는 ‘그랑꼬또’는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곳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 그랑꼬또에 도착했을 때 느낀 기분은 “대체 여기가 와인 만드는 곳 맞아?” 하는 어이없음이었다. 나는 양조장이라고 한다면 너른 포도밭과 뭔가 고색창연한 분위기가 날 것 같은 건물, 그리고 커다란 오크통이 세워진 조금은 어둑한 창고와 은은하고 달콤하게 퍼지는 와인향 곳을 떠올렸건만 이건 아무리 봐도 시골 마을회관 같은 분위기에 쌀을 정미하는 정미소 분위기 나는 기계들만 즐비해 있는 것이었다. 진정 여기가 와인을 만든다는 그 와이너리가 맞는 걸까?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둘레둘레 둘러보던 차에 역시나 동네 이장님 같이 푸근하신 분이 어디선가에서 밝게 웃으시며 등장하신다. 바로 이분이 이 와이너리의 김지원 대표시다. 좌중을 휘어잡는 입담으로 그랑꼬또에 대해 설명하시는 김대표는 10여년 질곡의 세월 동안 이곳을 지켜온 굴지의 사업가다운 열정과 배포가 느껴져 와이너리의 규모를 남몰래 비웃던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랑꼬또는 프랑스어 ‘Grand Coteau’를 이르는 말로 직역하자면 큰 언덕을 이른다고 한다. 왜 대부도 와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가 하면 서해안에서 제일 큰 섬인 대부도가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하여 대부라고 불렸고, 그것은 조금 고급스럽게 표현하자니 이왕이면 한국의 와인매니아들에게도 익숙한 프랑스어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마침내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속살이 공개되었다. 사실 양조장에 뭐가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나로서는 오크통 하나 있으면 아 여기가 거긴가 보다 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고 한다.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와인을 저장하고 발효시키는 저장 탱크뿐 아니라 포도를 넣는 주입기, 포도를 으깨기 위해 쓰이는 파쇄기, 으깬 포도를 꾸욱꾸욱 눌러주는 압착기, 그걸 걸러주는 여과기부터, 예열기, 자동화 병입 라인 그리고 와인이 완성되고 병에 담아져서 예쁘게 포장되긴 위한 포장기에 이르기까지 와인의 생성부터 생산에 이르는 모든 장비가 두루두루 이곳에 갖추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김대표가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오크통보다 더욱 그 성능이 뛰어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저장 탱크였다. 와인의 보관은 대부분 오크통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이 오크통은 참나무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통 2~3년이 지나면 향이 떨어져 교체를 해야 하고, 나무의 빨아들이는 특성상 와인의 양도 맞추기 위해서도 오크통보다는 온도도 측정도 용이하고, 와인의 양도 보존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탱크를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와인의 생산을 위한 장비도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그랑꼬또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의 맛도 보아야지. 와인의 시음은 그랑꼬또 강의실에서 이루어졌다. 그랑꼬또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은 레드, 화이트, 로제뿐 아니라 평소에는 쉽게 마실 수 없는 아이스와인인데 이제까지 마음껏 마셔볼 수 없었던 와인들을 자유로이 마셔볼 수 있어서 그야말로 입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대부도에서 자란 포도는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과 일 년 내내 가득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너그러운 바닷바람과 큰 일교차로 그 맛이 뛰어나 그냥 먹어도 좋지만 이렇게 와인으로 재탄생하자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는 것 같다.
껍질과 씨, 그리고 과육을 넣어 발효한 레드와인은 타닌의 깊은 맛과 약간의 단맛 그리고 미묘한 신맛으로 혀를 사로잡고, 으깬 포도를 바로 압착해 나온 화이트 와인은 대부도 캠밸포도 특유의 짙은 색감으로 맑고 투명한 것보다 더 오묘한 아름다움과 함께 풍성한 과일향으로 입안에 즐거움을 더하며, 껍질을 같이 넣어 발효시켰다 후에 맛이 우러나면 껍질을 제거해 과육으로만 만들어 진다는 로제와인의 부드러운 타닌 맛과 상큼한 맛에 반하고, 마지막으로 제일 달달하여 그냥 마시기에도 더없이 좋은 아이스 와인까지 단 번에 마시니 이건 향에 취한건지 맛에 취한건지 알코올에 취한건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특히 사실상 처음 마셔보는 아이스와인의 경우 서리가 내릴 때 포도를 수확하여 1톤의 포도와 2리터의 포도즙만 생산되어 와인의 보석이라고 불렸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모금 머금어본 것으로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뛰어난 와인이니 이왕이면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랑꼬또는 일반 매장이나 대형마트에서는 구매할 수 없고 직접 그랑꼬또 와이너리에 방문하여 와인 매장에서 구매하거나 혹은 온라인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이는 무리한 유통을 통해 와인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김대표의 확고한 의지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은 사실 그랑꼬또는 익숙하게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대부도 포도의 그 풍부한 향과 맛, 품질 그리고 김대표의 열정과 대부도 영농조합의 힘과 사랑으로 10년, 30년, 100년 아니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 받는 와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여담이지만, 그 날 그랑꼬또에서 선물로 받아왔던 와인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뜯어 동생과 과자를 안주 삼아 모두 마셔버렸다. 그리고 나서도 뭔가 아쉬워서 입맛을 다셨다는 이야기, 랄라。
ADDRESS.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1011-3, 1011-4번지 / TEL. 032-886-9873 / FAX. 032-886-6143 Website. http://www.grandcoteau.co.kr/ / Online Shop. http://www.grandcoteau.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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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날 : [11-01-26 01:18] | 황희숙기자[maskaray@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