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맘의 아띠아모, 송영길의 아나바다
인천맘 아띠아모 벼룩시장 방문한 송영길 인천시장

2014년 5월 16일 인천 도화동 숭의경기장에서 인천 지역 예비맘과 육아맘의 모임인 ‘인천맘 아띠아모’ 주최로 벼룩시장이 열렸다.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와 따가운 햇살에도 수천 명의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모여 모처럼 활기차고 반가운 바자(bazaar)를 벌였다. 

 

5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꼭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뜻하지 않은 사고와 비극에 지난 한 달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겨 애도의 시간을 보냈다.

세월호의 출발 장소이자 사고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소재지며, 이번 사고에서 가장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해양경찰청의 소재지인 인천의 슬픔은 더욱 남달랐을 것이다.

인천 시민들의 희생도 있었다.

 

- 아띠아모 벼룩시장. 엄마의 사랑은 오늘도 쉼이 없다.

 

수학여행과 여행의 설렘을 가득 안고 떠났던 귀한 목숨이 희생되었고, 희생자의 대부분이 안산단원고 2학년 꽃다운 청소년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슬픔과 애통함은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비극 속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날 준비를 하고 태어나며 자라고 있다.

내 아이들이 더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엄마들은 그래서 오늘도 아이에게 무엇을 먹일까, 무엇을 입힐까, 무슨 즐거움을 줄까 고민하고 있다.

 

인천맘 아띠아모 벼룩시장은 매달 한 번씩 인천 지역을 돌며 열린다.

아띠아모는 친구를 뜻하는 순우리말 ‘아띠’와 이탈리아어로 ‘사랑해’의 뜻을 가진 ‘띠아모’를 합친 말이다.

영유아들을 위한 중고 의류와 장난감이 주요 판매 아이템이지만, 임신부와 산모를 위한 의류와 용품, 기호식품 등도 나오고 있다.

아띠아모 장터에 대한 입소문이 나고 방문객이 더 늘어나면서 판매 물품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내 아이에게 더 좋은 것과 더 비싼 것을 먹이고 입히고 주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출산율이 점점 더 낮아지고 외동자식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그런 부모의 마음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비싼 것, 새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내 아이가 입고 쓰던 것을 새롭게 자라나는 아이에게 물려주고, 또 이미 훌쩍 자란 아이의 것을 내 아이에게 물려주는 과정은 건강하고 밝은 성장의 과정이 유전되는 과정이다.

 

어떤 엄마의 사랑과 어떤 아이의 건강함이 벤 옷과 물건들은 또 다른 아이가 더 밝고 행복하게 자라는 자양분이 될 것이고 세상의 그 어떤 비싸고 멋진 옷보다 더 좋다.

이날 행사장에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박우섭 인천남구청장이 찾아 엄마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 이후 송영길 인천 시장과 잠시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그에게 들었던 지난 4년간의 시정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비전을 ‘아나바다’ 운동의 머리글자로 정리해 본다.

 

- 아끼자. 아름답게. 아이들.

 

송영길 시장은 과도한 성장 우선 정책과 전시 행정의 빚을 떠안고 2010년 민선5기 시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지난 4년간 인천시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부채를 갚는 일에 매진해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간 지자체의 부채를 산정하는 방식이 바뀌고 이전 시정부가 분식 회계로 숨겨놓은 빚을 새로 찾아내면서 인천시의 부채는 그다지 줄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 후보의 공격을 받고 있고 시민들로부터도 다소 오해를 사고 있다고 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빚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으며, 조금씩이지만 인천시의 부채는 줄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시장으로서 더 ‘아름다운’ 인천을 만드는 일에는 재정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했다.

 

2014년 9월에 있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아시아인들에게 인천의 발전상과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도록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자와 인천 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인천에 대한 관심은 인천의 각종 인프라 조성과 문화관광 아이템 발굴로 이어졌고 민선 6기에도 이러한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인천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배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인천시는 둘째 아이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우수한 중고등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동시에 좋은 공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인천에서 대학까지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 나누자. 나부터. 나사람

 

이날 행사가 진행된 인천시 남구 도화동에 최근 일명 ‘누구나 집’으로 불리는 소가족 도시형 임대주택이 분양되었다.

‘누구나 집’은 18평과 23평 규모의 소형 아파트를 소액의 보증금과 임대료만 받고 임대하는 주택이다.

지금까지 인천시가 진행해온 ‘사랑의 집짓기’나 ‘주택 환경 개선 사업’ 같은 주거 복지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 1인이나 2인 가구 같은 소가족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인천시가 미혼자나 딩크족, 노인층의 주거 복지에도 관심을 갖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말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송영길 시장은 ‘가능한지 안 한지 직접 신청보시면 안다’는 웃음 띤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 마침 다일공동체 ‘밥퍼’ 최일도 목사가 잠시 동석하게 되었다.

 

지난 수십 년 간 각 지역의 노숙자와 소외 계층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해온 최일도 목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송영길 시장은 ‘나부터’ 나눔을 실천하는 복지 전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최일도 목사는 ‘나는 밥퍼 목사. 시장님은 복지를 퍼주는 복퍼 시장이 되시라’는 말로 화답하였다.

 

최근 영화, 방송계에서는 ‘나는 ~다.’라는 타이틀의 작품과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이런 제목들은 누군가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표현하는 하나의 표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는 무엇보다 ‘나는 사람이다.’라는 선언이 절실해지고 있다.

사람으로서 대접받고 보호받고 존중받는 문화가 필요하다.

송 시장은 인천이 시민의 안전과 복지를 최상의 가치로 삼아 사람이 대접받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바꾸자. 바르게. 바다.

 

송영길 시장은 인천이 낡은 도시의 색채를 벗고 첨단, 혁신, 환경의 도시로 탈바꿈하도록 노력한 지난 4년이었다고 자평한다.

기존의 낡은 관행과 부조리를 버리고 새롭고 과감하게 변신하기 위해 시장뿐만 아니라 민관이 많은 노력을 기간이었으며, 이러한 노력이 인천시의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과 개혁은 ‘正道’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혁신과 과감한 추진이라는 목표에만 목을 매다 보면 자칫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이 간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양 운송과 해양 안전 분야에서 지자체의 역할 확대를 역설했다.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인천 소재 선박의 사고였지만, 지금까지 인천시가 해양 수송 분야와 해양 안전 분야에서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었기에 더 안타깝다고 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해양 분야에세도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이 중시되는 ‘분권으로의 바람직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수도권과 서해의 바다 관문으로서 인천의 위상은 앞으로 더욱 높아지고 그에 따라 바다에 대한 인천의 역할과 책임 역시 더욱 커질 것이다.

인터뷰가 있고 3일 후, 정부는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안행부의 안전 분야를 이관 통합해 부에 준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한다.

해양 분야에서의 역할 확대를 추진하는 송 시장에게 또 다른 도전이 주어진 셈이다.

 

- 다시하자. 다함께. 다산.

 

인천은 지난 10년 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상전벽해한 도시다.

인구 증가율도 가장 가팔라서 조만간 서울에 버금가는 제 2의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신도시가 조성되었고 또 추진 중이다.

많은 대학과 국제기구들을 유치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좌절과 부작용도 겪어야 했다.

부채가 커졌고 무산되거나 중단된 사업도 있었다.

 

송영길 시장은 지난 10년 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 수도 인천’을 지향하는 꿈과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목표 자체가 잘못 된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방법을 바꾸면 된다.

송시장은 성장의 과실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나누고 또 시민이 다 함께 참여하고 조정하는 인천을 만들겠다고 했다.

 

다산(多産)은 두 가지가 있다.

생산량이 많아져 경제가 커진다는 의미며, 동시에 각 가정마다 아이들을 많이 낳는다는 의미도 갖는다.

서로 다른 의미지만 또 서로 같은 의미기도 하다.

경제가 성장해서 나눌 것이 많아진다면 시민들은 권하지 않아도 많은 아이들을 낳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산은 균형을 요구한다.

성장의 과실을 누군가 독점할 뿐이라면, 부잣집에서만 많은 아이들을 낳는다면 ‘평균치로서의 다산’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이 균형 있게 성장하고 그래서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골고루 나눌 수 있기를, 그래서 집집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진정한 ‘경제 수도’가 되길 바라며 송시장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글쓴날 : [14-05-21 15:28] 김세호기자[saengtaeng@pb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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