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의 손수건..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오디토리움]아버지와 나와..

 

 

 

불효자의 손수건..'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불효자들을 울리려고 이 연극은 마련된 것 같다. 

이 연극 '아버니와 나와 홍매와'는 

그런 면에서 소셜 드라마(Social Drama)라 할 수도 있겠다. 

더구나 신 구, 손 숙 두 원로배우의

원숙하게 농익은 연기는

부모와의 이별에서 오는 슬픔을 몇 배나 배가시킨다. 

평소 부모에게 잘못했다 싶으면 이 연극을 보며 싫컷 우는 것도 

그동안 저지른 불효와 후회의 백분의 일이라도 면제되는 길.... 

이 연극을 보면서 훌쩍거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효자일까? 불효자일까?

효자는 부모 살아 계실 때 잘 하는 사람이고

불효자는 부모 가신 다음에 가슴을 치는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불효자다.

 

 

 

 

 

 

 

(후회막심 아들이 배를 쓸어주며 '안아프세요?' 하고 묻자 아버진 '괜찬다'며 마지막 숨을......)

 

 

자식들에게 이 세상에 가장 가슴 아픈 이별은 부모와의 이별이다. 

그런데 그 가슴아픔은 부모 살아계실 때는 전혀 오지 않는 아픔이다.

부모가 돌아간 다음에 오는 아픔...되돌릴 수 없는 아픔.

불효자의 아픔이다. 

철 없어 저지른 불효와, 철 들고 나서도 저지른 불효.

부모는 자식들 가슴에 '불효'만 안기고 간다.

부모 떠난 후 모든 자식들은

"부모에게 잘 한 일 하나도 없구나.."를 뉘우치며 운다. 

그렇게 부모는 자식들 가슴에 불효만 남겨주고 떠난다.

말하자면 자식들을 모두 불효자로 만드는 것이

부모와의 이별이다. 

 

 

(간암... 마침내 마지막은 다가오는데, 절망과 회한밖에 남은 것이 없는, 반평생을 함께 한  아내는...) 

 

 

이 연극이 초반부가 지날 때쯤부터  

훌쩍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기 시작했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어떤 좌석에서는 문득 흐느끼는 소리로 변하기도 했다. 

불효자들이 우는 소리가..

신 구, 손 숙 두 배우의 연기에 힘 입어

슬픔은 몇 배로 확장되고...

필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불효자들이 울고 있다고.

물론 필자도 울고 있었으니까.

 

 

 이 연극은 2013년 최고의 히트작으로 매스컴을 달궜던

차범석 희곡상을 받은 작품의 재상연이다.

이 달 말(3월 30일)까지 국립극장내 달오름극장에서 상연중이다. 

우리나라 연극계에선 참으로 드문 앵콜공연 작품이다.

이 연극 속에는 불가사의한 부부의 애정,

마지막으로 서로 미안해 하는 끊을 수 없는 애정.

부모와 자식의 정, 그리고 불효한 아들의 통곡...

그러나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것이 있다. 

눈물이다.

 

 

 

(한 번은 서로 헤어지게 되어 있는 큰이별 앞에,

그동안 말로는 다 못한 정에 겨운 시간도 별로 없으니...)

 

 

 

남편과 아내 사이.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관계가 아닌가?

살아생전에 못 느끼던 정을

죽음이 두 사이를 갈라놓은 후에야 뼈저리게 느끼는,

그래서 '원수 같은 관계'였던 부부도

사별한 다음에는 회한과 못 다 한 정으로

가슴을 치게 되는 것이 남편과 아내 사이 아닌가??

남편이 몸을 못 가눈 다음부터 새로운 부부애에 눈뜨는,

그것이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부부관계 아닌가?

 

'(할 말이 많은데, 당신에게 할 말이 많은데...서로 그 말만 되풀이 하던 노부부의 안쓰러운 이별은...)

 

무뚝뚝하기 짝이 없던 남편..저 인간이 날 사랑하나 싶었던 남편.

그러나 그 남편이 평소 말하지 않던 사랑이,

죽음을 앞 둔 시간에 다시 솟아 난들....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두 먼 다시 없을 이별을 예감하면서

주고 받는 말끝마다 맺히기 마련인

가슴 저미는 회한과 아쉬움이

정신 못 차릴만큼의 슬픔으로 전신에 스며든다.

'당신에게 할 말이 많은데...' 죽음을 앞두고

그 말만을 되풀이하던 노부부의 

말하지 않고 보이진 않으나 분명히 끈끈하게 살아있는 애정. 

 

 

 

 

(처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업어 본 아버지.. 가지 마세요, 만류한다고 될 일이라면....)

 

 

부모 돌아간 다음에 후회할 짓 하지 마라.

부모가 안 보는 곳에서 부모가 말리는 일 하지 마라. 

부모에게 가슴 아픈 소리 하지 마라.

부모가 서운해 할 일 하지 마라. 

그 부모

돌아가신 다음에 주체 못 할 후회가 죽을만큼 클터이니...

불효인 줄 모르고 저지른 일이,

부모 떠난 후 감당 못할 후회로 다가올 때

대부분의 자식들은 그 후회를

그냥 몇 방울의 눈물로 때우지만...

 

 

(머지 않아 떠나갈 아버지. 생전 처음 그 아버지를 가슴에 안고...)

 

 

내일? 아니면 모레? 

언제 영원히 떠날지 모를 아버지를 등에 엎고,

몸을 못가누는 아버지를 가슴에 안고,

불효를 가슴 저미게 후회 하는 아들의 전신에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갈망....아, 그리고 불효자만이 느끼는

땅이 꺼질듯한 후회.

철 없어 불효했고, 나이 들어서는 사느라고 불효했고....

간암에 걸린 아버지는 하고 싶은 말 모두 참으며

곁에 온 아들을 그저 바라만 보던 그 처연한 눈빛...

 

 

(약으로도 안 되는 효도..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불효...우리에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리고 불효자들은 따나려는 부모에게 갈망한다.

"조금만 더 살아주세요.

제가 효도 좀 한 다음에 가세요."

울며 그렇게 울부짖은 들 

가던 길 되돌아 올 부모는 없다.

아버지 생전에 불효만 했다고 자책하는 차남.

성공한 장남은 콧배기도 안 보이고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며 기저귀도 채워 주고

똥도 받아내고, 약도 먹여 주며 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통곡하는

그 아들, 그 불효자의 멍든 가슴..

그리고 병든 아버지를 등에 엎고 이제야 철이 나는가 싶은 

그 아들을 쳐다만 보는 서러운 어머니의 가슴.

 

 

(연극이 끝난 후의 무대인사..

신 구는 저 세상 사람 되고 나서, 생전에 즐겨 입던 차림으로 아내를 다시 찾아온 것이라는데..)

 

(모두 다섯명의 출연진이 온몸 연기로 앵콜 공연을 끌어낸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이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끝까지 관객에게 선물한 눈물을 회수하지 않는다.

죽어 저 세상 사람이 된 아버지.

그러나 수시로 혼자 있는 어머니를 찾아온다.

살아 생전 어머니의 꿈 속에선 

"단 감은 다 다른 여자들에게 주고, 나한텐 덜 익고 떫은 감만 주던 남편

어쩌자고 저 세상 사람 된 후에는 

이렇게 달고 연하고 맛있는 감을 갖다주는지...."

마지막 장면, 저 세상 사람 되어 나타난 아버지는

어머니와 관객들에겐 또 한 번 눈물일 뿐..... 

 

 

(죽어 저 세상 사람 된 뒤에도, 아내에게는 살아있는 그런 모습 그대로 찾아오는 남편의 빈 자리는...)

 

 

(읽으신 소감이 괜찬으시면 덧글 한 말씀 꼭 남겨주세요)

 

 

 



원작성자 : 여원김대변인

원    글 : http://blog.naver.com/yeowonagain/150187425588

글쓴날 : [14-03-23 01:40] 파워블로거타임즈기자[pbatimes@pb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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