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금빛 갈대의 바다를 산책하다, 시화호습지공원。



 

버스에서 내려서자 늦가을의 상쾌한 공기가 먼저 코끝을 간질인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조금은 쓸쓸한, 그러나 잘 정비된 작은 생태연못과 시화호환경생태관, 그리고 아직 안개의 여운이 남은 드넓게 펼쳐진 갈대습지이다.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한국수자원공사(이하 Kwater)에서 조성한 국대 최대의 인공습지가 바로 여기, 시화호갈대습지이다. 1997년에 착공해 2002년에 비로소 일반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갈대습지는 시화호의 상류에서부터 들어오는 오염원을 처리하고 여러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어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시화호갈대습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환경생태관에 들리는 것이 좋다. 시화호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 1층에는 시화호의 역사나 현황, 습지와 관련된 자료들, 여러 환경 관련 글과 그림을 두루 볼 수 있고, 2층에 올라가면 습지공원의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디를 어떻게 둘러봐야할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어느 무엇보다 관심이 갔던 것은 죽음의 호수라 불리던 시화호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재생하고, 다시 동물과 식물, 인간이 살 수 있는 조화로운 곳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시화호의 어제와 오늘의 코너였다. 개발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심사숙고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훼손된 것을 되돌리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보면서 앞으로 이루어질 국책사업 또한 심모원려 하여 진행하였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가졌다.

 

 

 

환경생태관을 나와 지금은 물이 마른 연못을 지나 관찰로를 걷는다. 무려 100만㎡ 규모의 습지를 모두 개방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 서식하거나 계절마다 들리는 동물들은 보호종이거나 외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야생종들이기 때문에 습지를 보호하고, 동물들의 안전한 터전을 위해 일부 사람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습지를 둘러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 못지않게 어렵게 복원한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가를 따라 걸어가다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곳에 놓인 어도를 보고 슬쩍 방향을 틀어 잘 정비된 나무데크로 오른다. 습지의 생태를 좀 더 가까이에 볼 수 있도록 조성된 것으로 무려 1.7km에 이른다고 하는데 다 돌면 넉넉잡아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벌써 11시도 넘어선 시간인데도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습지는 늦가을의 포근한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 갈대의 파도가 출렁인다.

 

 

이곳의 갈대와 수초는 오염된 물을 자연적으로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렇게 맑게 개선된 물은 시화호로 유입된다. 이곳으로 흘러들어오는 물의 수질은 BOD 10~30ppm인데, 시화호로 빠져나갈 때에는 BOD 8ppm 이하로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오염물질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질소나 인을 갈대나 수초가 흡수하여 정화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모래의 경우는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니 습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습지를 거의 다 둘러보고 버스로 돌아가는데 해설사님께서 이곳은 사계절 언제 와도 그 아름다움이 퇴색하지 않는 곳이라고 호언하셨다. 끊임없이 바뀌는 동식물의 생태와 잘 조성된 공원 덕에 가족단위, 친구,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도 했다. 더불어 아이들의 학습의 장으로서도 최고의 학교이니 언제 들러도 최적기라는 말씀이셨다. 사실 가을도 퇴색해 가는 습지의 갈대는 조금은 부스스한 감이 없지 않았고, 곳곳에 처참하리만치 꺾인 연꽃을 보자면 조금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해설사님의 말씀을 듣고 새삼스럽게 습지를 둘러보며,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나무데크를 뛰어 돌아다니며 습지를 누비는 아이들을 보며 진정으로 내가 아직 이곳의 매력을 다 느끼지 못했던 것이구나 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곳은 시각적으로 보는 아름다움보다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걸 제대로 눈여겨 볼 줄 알아야 자연과 사람, 생태와 공존하는 올바른 삶의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안산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공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이유는 한때 시화호 인근에 우후죽순으로 자리 잡았던 공업단지들과 그 공장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염물질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안산을 다녀왔던 나에게 안산은 참으로 여행하기 좋은 곳이었다. 주말이면 차가 밀릴 거라고 말하면서도 바다와 호스를 끼고 달리는 즐거움을 잊을 수 없어 가끔 가는 시화방조제, 바지락 칼국수를 먹겠다고 자주 들리는 대부도, 늦여름이나 초여름에 해바라기며 코스모스를 보겠다고 가는 고잔역, 레스토랑도 좋고 그 앞에 꾸며진 정원도 아름다워 들린 유니스의 정원, 메밀꽃을 보러 가는 호수 공원의 낮은 언덕 등 둘러보면 곳곳에 아기자기한 보석 같은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안산은 자연생태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안산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기도 참 좋은 곳이다. 지하철 4호선을 타면 수도권 어디에서든 안산의 곳곳에 내릴 수 있고, 광역버스를 타고서도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답답함에 조금 지쳤다면 주말을 이용해서 안산에 가보는 것, 괜찮지 않을까? 내가 시시때때로 꽃을 보러, 자연을 보러, 습지를 보러, 바다를 보려 가볍게, 안산에 가듯이 말이다. 공업도시의 안산은 이제 없다. 그곳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생태도시 안산만이 있을 뿐이다.

 

여행정보

 

1. 이용안내
- 3월~10월 : 10:00~17:30
- 11월~2월 : 10:00~16:30
- 매주 월요일 휴장, 명절 당일 및 기타 사정에 따라 휴장

2. 찾아가기
- 주소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1031-8 시화호갈대습지공원
- 대중교통
  상록수역 1번 출구 → 길건너 상록수B 버스정류장 52번 → 사동주유소 정류장 하차(20분 소요/배차시간5분)
  한대앞역 1번 출구 → 출구편 한양대역A 버스정류장 52번→ 사동주유소 정류장 하차(25분 소요/배차시간5분)

3. 문의전화 : 031-419-0504, 031-400-1440

4. 홈페이지 : http://sihwa.kwater.or.kr/

글쓴날 : [10-12-28 22:58] 황희숙기자[maskar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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