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빼재에서 러시아 모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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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돌아오는 날 이렇게 멋진 곳을 지나왔습니다. 대덕산은 1290m요,
삼봉산은 1254m, 덕유산은 1508m...천! 천!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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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신풍령이라고 했는데, '수령'이란 표지석이 있네요..그리고 이 지점이
'빼재' 해발 930m라고 합니다. 왼쪽으로 산악회 버스가 한대 서 있었고, 대원들은
산행을 떠난 모양이었습니다. 흠흠 그들도 해발 930m까진 자기 발로 걸어오르진
않았단 말이지...하며 사진 넉장 찍고, 팔각정 전망대에서 구불구불 우리가 올라 온
험한 길을 조망한후 부르릉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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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는 아주 기분이 좋아서, 예전에 시아버님 살아계실 때, 이 신풍령을
넘어 무주리조트 갔던 이야기도 하며...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뒷좌석을
아무리 둘러보고, 짐을 치워봐도 내모자가 없어진걸 알았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일단 신경질부터 내는 남편이 무서운데, 채근하는 그에게,
나는 아무래도 시부모님 산소에 벗어두고 온 것 같다고 말했지요. 절 할때,
벗은건 사실이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는 쓰고 왔는지, 안 쓰고 왔는지...
아침도 굶고 무주구천동에서 잘 먹자고 왔는데, 때는 12시 20분, 점심먹기 딱 좋은
시간이었건만 둘 다 밥먹을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온갖 풍성한 음식거리를 통과
했어요. USB 고르고 고른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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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왔던 신풍령길은 무주에서 오르는 길쪽은 눈 주의보 때문인지, 길을 차단
하는 표지를 봤기에 이번에는 나제통문을 지나 김천시 대덕면으로 가기로
그가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 나제통문을 통과하니 무주군 무풍면...주유소만
들리고 그냥 달렸지요. 반딧불 육모원이니 이상하게 생긴 나무도 보였지만...
 
모자가 비싸냐고 물어요..93년에 모스크바에서 40불 줬는데, 지금은 140달러에도 못살꺼야...산소에도 없으면 어떻할꺼냐고 또 묻습니다. 그건 나랑 그모자랑 인연이 끝난거니, 잊어버려야지, 뭐.
 
속으로는 "당신은 와이프가 모자를 썼는지, 안썼는지도 볼 줄 모르냐?
도대체 이제는 얼굴도 뒤통수도 안보인단 말이지...마주 보기 안하면, 나란히
보기는 해? 나란히 볼 게 뭐가 있어야지..취미가 같길 하나..함께 바라 볼 무슨
목표가 있길 한가..."계속 꿍얼꿍얼 맘속에서 말이 솟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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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산소가 있는 동호리에 왔어요. 나무 다리를 건너 내가 앞서서 아침에 왔던
길을 바삐 걸어올라갔습니다. 믿고 한시간이나 걸려 돌아왔건만 산소에는 없었어요.
어지간한 바람에도  날라갈 리 없는 털모자인데...아무리 살펴봐도 없었습니다. 조금
아래에 있는 그에게 없으니 오지말라고 소리쳤는데도 그가 와서 무덤 아래 양쪽 옆골짜기,
다 살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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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구나! 그냥 가기 섭섭하여 내가 사진 찍는다고 맴
돌았던 東湖 언저리에도 가보고...
남편이 우리가 숙박했던 모텔에도 전화를 걸어보고 하더니,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내린 곳이라곤 신풍령 뿐인데, 코트 입다가 벗어 둔
모자가 쓸려서 길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그럼 신풍령으로 가자!
안 돼..그 길 너무 험하니 다른 길로 그냥 귀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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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잡은 그가 고제면으로 해서 신풍령으로 다시 올라 갑니다. 거의 두시간이
지났고...우리는 둘 다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슬슬 농담도 해가면서
다시 그 길로 왔습니다.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니 경찰차가  앞서 가는데,
아무래도 길을 막으러 가는 것 같아 추월은 못하고 거리를 둔채, 열심히  따라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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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소에 왔습니다. 그런데 12시경에 본 그 버스가 아니었어요. 그 버스는
빨강색이었는데...버스 뒷 길이 백두대간 오르는 길인가 봐요....택시도 한대
서 있네요...일단 실망 비슷한 감정이 스쳐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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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기적중의 기적! 내모자가 얌전히 돌팍에 앉아있었어요. 나는 와락 끌어
안았습니다. 성탄절 미사도 못가고 남편따라 시골여행을 갔는데, 이런 기적을
내려주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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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내가 눈을 털고 난후 다시 찍은 거라 깨끗합니다. 내가 내 모자를
여기다 떨어트렸을 리는 없습니다. 산행을 하시는 분이나, 버스 기사가 길바닥에
떨어진 내 모자를 한쪽으로 눈에 띄게 모셔 둔거 같아요. 분명 그런 위치였습니다. 
 
 
등산을 하시는 분들, 더구나 백두대간을 산행하시는 분들은 여간 마음이 멋진
분들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밍크 모자가 별로 쓸 일이 없어서 잘 모셔
뒀기에 참 고급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가운데는 까망 양털..둘레에는 브라운의
밍크로 특별해 보이죠. 두시간 동안 빙빙 돌다왔는데, 그자리에 있다는 건...
한마디로는 기적인데, 예의..배려..양심..선진문화...행운...희망적 국민성... 仁者 樂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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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털모자는 '93년 2월, 러시아 공산주의가 붕괴된후 한참 우왕좌왕할 때,
모스크바의 굼 백화점에서 샀어요. 내 모자는 45달러, 엄마 모자는 통째로 밍크
인데 60달러를 줬습니다.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인듯 무뚝뚝한 여인이 한참
꾸물대며 러시아 돈과 미국돈을 글로 써줬어요. 110달러를 백화점 환전소에서
러시아돈으로 줄서서 바꾸고, 다시 계산하는 곳에가서 또 긴 줄서서 전표를 받구요.
그들은 모든게 너무 너무 느렸습니다.  그 전표를 가지고 모자가게에 가서 봐 둔
모자 두개를 샀지요.
백화점에도 비닐 봉투가 없을 때였으므로 회색 모조지로 모자를 싸서 주더군요.
어머니는 제가 선물한 그 모자를 무척 애용하십니다. 늙으면 머리에 바람이 슝슝
들어온대요. 저도 이담에 내 모자를 애용하게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던 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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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무주리조트 가는 길의 많은 음식점들을 모두
또 통과해버렸어요. 무주IC가 상당히 구불구불하고 멀리 있다며 남편은 일단
고속도로에 진입해야 안심이라구요...그래서 인삼랜드 휴게소에 4시 5분전 도착,
아침겸 점심겸 식사를 했습니다. 나는 메생이국, 그는 해물 볶음밥...모자 쓴
나를 사진 찍어주며,추억딱지가 붙은 모자이니, 길이 잘 간수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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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시속 20킬로로 엉기며 갔는데, 저절로
비틀거리는 봉고차를 꽤 보았어요. 대전 지나서 부터는 도로가 괜찮아서 8시
반쯤 집에 왔습니다. 우리 블로거들 중에도 등산하시는 분들 많은데,
진정한 멋쟁이들이라고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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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10-12-28 19:04] 손금지기자[Liberum@hitel.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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