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사이공.. 전쟁, 사랑, 모성애, 흐느끼는 음악

 

    [오디토리움] 미스 사이공

 

    미스 사이공.. 전쟁, 사랑, 모성애, 흐느끼는 음악

 

 

뮤지컬 '미스 사이공'... 1950년대엔 우리 얘기였고 

70년대엔 베트남의 얘기였다. 

그러나 다시는 지구상에 '미스 사이공'이 또 있어선 안된다. 

한국을 둘러싼 위기상황에 대해 

최근 국내외 매스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의 대치,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특히 중국과 일본은 전쟁 직전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리뷰하며

'미스 사이공'의 비극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결론을 내리지만.... 

 

 

 

 

'미스 사이공'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고 베트남의 아픔

 

전쟁은 베트남에서나 코리아에서나 비극이긴 마찬가지다. 

'미스 사이공'의 비극도 베트남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1950년 6.25와 그 이후 미군이 진주하는 동안, 

전쟁의 유산으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했던 혼혈아와 미혼모의 문제도

우리의 아픔이고 역시 베트남의 아픔이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도 

부이도이(미군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지칭함)가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그 부이도이 엄마 킴의 사랑과 동양적인 모성애가 중심이다. 

거기에 미셸 쇤베르그의 흐느끼듯 감미로운 음악이 이 뮤지컬의 명성을 더 하게 했다. 

 

 

 

 여자를 돈으로 사서 아이 낳게 하고 저 혼자 떠나는 미군은...

 

세계 4대뮤지컬 가운데서도 1위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은 

1989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전세계 거의 모든 도시에서 

지금도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초연되고 그 외 여러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기본적인 스토리나 인물 구성 등은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모티베이션 했다고 보여진다.  

 

 

 

동양에 파견 나온 미군(핀커톤, 크리스)이 중매쟁이(고로) 혹은 포주(엔지니어)의 소개로

동양 여자(초초산, 킴)를 사서 결혼을 하여 얼마쯤 같이 살다가, 

저 혼자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여자는  그의 아이를 혼자 낳아 혼자 기르며 

남편이 자신들을 미국으로 데려가기를 기다리지만, 

그걸 알리 없는 미군은 미국 여자와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3년후 미군은 친구(샤프레스, 존)에 주선으로

자기가 한 때 동거했던 동양 여자와 재회하지만,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양여자는 

아이를 그에게 맡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두 작품이 그리는 이야기의 공통적인 큰 줄기다. 

 

  

 

'미스 사이공'의 여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옷을 벗는다. 그러다가...

70년대..한창 전쟁중인 사이공의 한 술집에서

 미스 사이공 선발대회가 벌어진다.

미스 사이공 선발대회에 응모한 여성은 모두가 술집 아가씨들이다. 

이름이 미스 사이공 선발대회이지

사실은 술집에서 양키들이 좋아할만한 몸매를 지닌 아가씨를

뽑는 대회이다. 

이 대회에 뽑히기를 바라는 여성들의 꿈은 

그 자체가 이미 비극이다. 

그녀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비키니에 가까운,

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끄러운 차림으로

양키의 눈에 뜨이고 그의 마음에 들어

미국으로 가는 것 뿐...

 

 

 

 

 

  '미스 사이공'은 포주인 엔지니어가 주최한

미스사이공 선발대회라는 상징적인 장면을

오프닝에서 화두처럼 내건다. 

 

'미스 사이공'은 무대 연출에서도

세계 제1뮤지컬이란 소리를 들을만한 장면을 보여준다. 

즉 17세 미혼모 킴의 악몽 속에 등장하는 사이공 함락 장면에서는

실물 크기의 헬기가 무대에 배치되기도 했다. 

 

 

 

 

전쟁 속의 사랑이 끝나고 나면 비극을 혼자 떠맡게 되는 '미스 사이공'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미스 사이공'의 진짜 매력과 작품성은

드라마 구성의 빈틈 없는 갈등 구조와

감동적인 스토리, 그리고 흐느끼는 듯 아름다운 

미셸 쉔브르그의 음악이다. 

 

 

전쟁 중에 피어난 17세 베트남 소녀 킴과 

미군 파일러트 그리스의 사랑,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린 미혼모 킴의 눈물겨운 모성.

미국의 아내 엘렌과 킴 사이에서 방황하는 무책임남 크리스.

 

 

 

 

떠난 후 소식 없는 그리스를 기다리는 킴의 사랑과 믿음은

'나느 여전히 당신을'에서, 

그리고 같은 노래를 달리 편곡한 '희생당한 새'는

특히 여성 관객의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하다. 

또 있다. 

부모님이 정해준 남자 투이와 자신이 선택한 남자 크리스 사이에서

당당히 자신의 선택을 주장하는 킴.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풍요로운 땅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이별을 택한 17세 미혼모의 가슴 저미는 슬픔.

그리고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는

17세 어린 미혼모의 뜨거운 동양적 모생애는

관객들의 손수건을 적시게 했다. 

 

 

 

'미스 사이공' 한 편으로 하루 아침에 세계적 스타가 된 레이 살롱가 

 

'미스사이공' 제작진은 17세 미혼모 '미스 사이공'을 찾기 위해

 영국 전역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을 누비며 오디션을 열었지만 

선뜻 눈에 뜨이는 적임자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 TV에서 방영된 필리핀 영화에서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노래하는 한 소녀를 발견한다. 

그녀가 17세의 동양의 보석 레이 살롱가였다.

사이공의 오디션 첫날, 

미셸 쇤베르크는 영화에서 보았던 그 어린 소녀를 만날 수 있었다. 

 

 

'레 미제라블' 포스터를 들고 오디션 장에 들어와서 자기에게 사인을 부탁하고,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Sun And Moon’을 부른다.

까다로운 제작진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온다.

 ‘환상이다!’'멋져부려!!' 등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던 소녀는

레이 살롱가 바로 그녀였다. 

지금은 40대 여인이 되었지만 팬들은 아직도

17세 미혼모 살롱가만을 고집스럽게 기억한다.

 

 

  반전을 되풀이하는 극적 상황과 인물의 심리, 

격한 대립 속에서의 감정의 변화, 

그리고 장차 일어날 사건의 모티프를 노래마다 숨겨 놓고 반복 확장시키며 

드라마적인 통일감을 부여한 음악만으로도 '미스 사이공'은 

세계 최고의 뮤지컬 소리를 들을만 하다.

 

아름다운 선율 안에 비극을 예고한 킴과 크리스의 듀엣곡 ‘Sun and Moon’, 

다가올 이별을 예상하지 못하고 사랑을 나누는 

‘The Last Night of The World’, 

엘렌과 킴이 각자의 심정을 애절하게 표현한 ‘I Still Believe’ 등

주옥같은 노래들은 드라마와 떼어놓고 감상해도 충분히 아름답다.

 

 

'나비부인과'는 비교가 안될 소셜 뮤지컬로서의 '미스사이공'

 

'미스 사이공'은  오페라 '매담 버터플라이(나비부인)'와 

그 스토리의 유사성으로 해서 종종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두 작품은 의식적으로 같다고 하기는 힘들다. 

 초초산의 지극한 사랑을 테마로 하는 '나비부인'과 달리 '미스 사이공'

 킴과 크리스의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운명적인 사랑과 

목숨까지 내놓은 뜨거운 모정, 

아메리칸 드림의 희망과 좌절, 

전쟁과 고아, 

혼혈아 등의 사회 문제들을 

작품 속에 복합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선 소셜드라마적 성격을 지닌다. 

전쟁과 굶주림, 

고문까지 이겨내며 버티는 킴의 강인함은 

수동적인 여인 초초산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일면이다. 

 

 

자식을 위해 살인도 하고 몸을 팔아 살아가지만 

자식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강인한 모성 또한 마찬가지다.

친구 존에 이끌려 드림 랜드에 왔다가 킴과 사랑에 빠지고, 

어쩔 수 없이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버린 죄책감에 악몽을 꾸는 크리스의 순수함 또한 

점령지마다 첩을 두고 다니는 

'나비부인'의 무책임남 핑커톤에게서는 없는 면이다.

 

베트남의 비극을 테마로 한 '미스 사이공'을 다시 리뷰하며

다시는 한국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미스 사이공'은 다시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것은 아마도 필자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다시 나와 커튼콜에 응하는

세계 제1의 뮤지컬 '미스 사이공'출연진들.)

 

 

 



원작성자 : 여원김대변인

원    글 : http://blog.naver.com/yeowonagain/150179258719

글쓴날 : [13-11-15 23:21] 파워블로거타임즈기자[pbatimes@pb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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