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의 보물'전
알사바 왕실 콜렉션 - 집으로 돌아가는 세계여행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의 자랑스럽고도 오랜 문화의 진수들을 모아둔 곳입니다.

그래서 중앙박물관 상설 전시관에 있는 우리의 유물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국민 중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을 한 번도 찾아보지 못한 분들이 많고,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분들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은 큰 맘을 먹어야 가볼 수 있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시는 분들 중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이미 여러 번 찾은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자라는 학생들이 국립박물관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자주 찾도록 하는 일은 국가 문화 정책의 매우 중요한 과제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 기획 전시 프로그램(Seasonal Program)입니다.

 

 

 

2013년 여름과 가을에는 넉 달에 걸쳐(2013. 07. 02 ~ 10. 20) '이슬람의 보물' 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쿠웨이트 왕가인 알 사바(Al Sabah) 왕실이 소장하고 있는 이슬람 유물들을 대거 전시하는 귀한 프로그램입니다.

알 사바 콜렉션은 알 사바 왕실의 공주가 주축이 되어 이슬람 전역에서 가치 있는 유물들을 수집하여 구성한 왕실 소장품입니다.

 

이번 특별전에는 8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이슬람 문화를 대변하는 다양한 주제의 유물 367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알 사바 왕실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왕실 소장품의 가치와 문화적 중요성을 자각하게 됩니다.

또한 이라크 침공은 왕실 소장품을 쿠웨이트 국내에만 두고 전시하는 것의 한계를 절감하는 계기였습니다.

 

 

그래서 알 사바 왕실은 이러한 귀중한 유물들을 전세계에 내놓음으로써,더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의 유물들을 접하도록 하는 세계 투어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러한 전시 투어가 이슬람 문명에 대한 외부 세계의 이해를 높이고 문화적 거부감을 해소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 위주로 진행되는 투어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한국 문화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라크 침공 당시 유물을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파손과 유실을 겪었던 알 사바 왕조는 유물의 보존에 극도로 주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분단과 휴전 상태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의 전시를 두고 쿠웨이트 문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었다고 합니다.

전시관 내부 인테리어가 다 끝날 때까지도 한국 전시가 결정되지 않아 이번 전시를 기획한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는 후문입니다.

 

 

어쨌거나 다행히 한국에서의 전시가 허가되어 어렵사리 성사된 전시전이니 더 많은 분들이 이번 '이슬람의 보물'전을 찾아 즐기고 느끼고 배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전시전의 유물들은 방대한 양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국보나 보물급의 귀중한 유물들입니다.

이슬람 문명권은 근대에 들어 많은 전쟁과 식민시대, 흥망성쇠를 겪었기 때문에, 이슬람의 유물들 역시 상당수가 유실되거나 파괴되었기에 그 희소성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또 우리가 쉽게 찾아갈 수 없는 쿠웨이트의 왕실 소장품으로 조만간 세계 투어를 마치고 쿠웨이트로 돌아갈 유물이기 때문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드문 기회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물은 367 점 정도의 중급 규모지만, 1천년에 걸친 중세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 종교와 관습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도자, 유리, 금속, 직물, 석재, 목재, 보석, 세밀화 등 다양한 주제의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고, 특히 '다마스쿠스의 검'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지배층의 칼과 검을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슬람 문명권이 같은 아시아에 속해 있으면서도 이슬람 문명은 범 중화문화권에 속한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슬람의 보물' 전에서 만난 이슬람의 유물들은 상당 부분 친숙하고도 동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문자를 예술로 승화시킨 서예(Calligraphy) 문화라던가, 동아시아의 도자기술의 영향을 받아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주자(주전자)들이 그러한 예입니다.

 

또 한편으로 서양 문명에 많은 영향을 미친 유리 공예나 아라베스크(꽃문양, 아랍양식이란 의미가 아님)로 대변되는 장식 문양 등의 유물은 이슬람 문명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유럽에 걸친 이슬람 문명권은 아랍어권으로 좁게 해석해도 50여 개 국가에 이르며, 해당 인구는 전세계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그처럼 방대한 문명권이면서도 애써 외면되고 홀대받았던 이슬람 문명이 다른 문명에 이해와 관용을 구하기 위해 손을 내민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요.                
 

전시회 관련 정보 및 문의 : http://www.museum.go.kr/main/index/index001.jsp

글쓴날 : [13-08-28 02:00] 김세호기자[saengtaeng@pb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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