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3'으로 읽는 아산 탕정 블루크리스탈
블루크리스탈의 미래를 읽어보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협동조합 마을 ‘블루 크리스탈’이 단장을 끝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마을 협동조합’의 기치를 내세운 블루 크리스탈이 마을 공동체 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블루 크리스탈의 성립 배경과 가능성, 개선점 등을 숫자 ‘3’으로 풀어본다.  

 

- 3개의 날개를 단 아산 신도시

 

아산은 과거 온양과 도고 등으로 대표되는 온천 휴양지, 아산만 방조제로 대변되는 근교 농업의 중심지 정도로만 여겨졌다.
천안이 수도권 전철 연장과 삼성 공장 이전 등의 수혜를 입고 대도시로 성장하는 동안에도 아산은 천안의 위성도시 정도로만 인식되며 입맛을 다셔야 했다. 
수도권 전철이 아산까지 연장되고 KTX 역사를 유치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다졌지만 대규모 산업단지가 없다는 점은 아산 발전에 늘 걸림돌이었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아산만 방조제 건조를 통해 현대 성공 신화를 쌓았고 그래서 재단이름을 ‘아산’이라 지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었지만, 현대가 아산의 산업 발전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기흥, 천안에 이어 아산에 제3공장을 건립하면서 비로소 아산은 본격적인 부흥의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아산신도시 1단계 구역이 완공되었다.
관광과 교통에 더해 산업이라는 3개의 날개를 달면서 비로소 아산은 인구 30만에 육박하는 지방 대도시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 탕정 주민들의 3가지 선택

 

아산시 탕정면이 삼성디스플레이 3공장 부지로 선정되면서 탕정면은 상전벽해의 바람을 맞이하게 된다.
삼성의 공장 건립이 아산과 탕정에는 엄청난 수혜가 되었지만, 공장부지에 살고 있던 200여 가구 주민들은 낯설고도 어려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두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비교적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던 주민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고작해야 텃밭 정도만 일구고 살던 주민들이 받은 보상금은 새로운 주거지로 떠나기에 턱없이 적었다.
200여 가구 중 상당수의 주민은 보상을 받아 타지로 떠났고, 또 비교적 넉넉하게 보상을 받은 일부 주민은 인근 대토(代土)에 개인 상가 건물을 지어 정착했다.
문제는 대토를 받았지만 거기에 건물을 지을 만한 여유가 없는 주민들이었다.  

 

- 독지가, 전문가, 그리고 주민들

 

아산 블루크리스탈은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시내에 새로운 주택을 구입할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향 마을을 떠날 엄두도 나지 않는 막막한 66가구 주민들에게 마을 공동체 조성 사업은 고마운 빛이 되었다.
마을 협동조합이라는 낯선 형태의 공동체 사업을 통해 블루 크리스탈은 그렇게 올해 세상에 나왔다.

 

블루 크리스탈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희생과 헌신, 양보가 있었다.
비교적 많은 보상을 받은 주민 중 일부가 마을 건설에 기꺼이 힘을 보탰고, 외부의 전문가들이 협동조합 일을 맡아서 진행시켰다.
무엇보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마을 조성 사업에 66가구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또 조합이 기반을 둔 ‘공동 번영’의 기치에 동조해 주었다.  

 

- 파르테논, 산토리니, 프로방스

 

블루 크리스탈 마을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건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을은 블록을 나누어 각기 다른 테마로 조성되었다.
기본적으로 남유럽의 건축 양식들을 도입했지만, 획일적인 분위기를 주지 않기 위해 세 가지 테마를 적용했다.

 

파르테논 블록은 그리스의 대리석 건축 양식을 본 딴 황토색 건물로 지었고, 산토리니 블록은 이탈리아의 지중해 건축 양식을 차용해 흰색으로, 프로방스 블록은 남프랑스 지역의 주택을 따라 원색으로 지었다.
주변 상권과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도로변 건물은 모던 양식으로 둘렀다.
마을 안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주민을 위한 주차공간도 따로 만들지 않았고, 마을 조성 공사가 끝나면 마을 내부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차가 들어갈 수 없도록 외부에 주차장을 마련했다.

 

- 1층과 2층, 그리고 3층

 

66개의 건물은 기본적으로 3층 건물로 통일시켰다.
3층은 마을 협동조합 주민들의 주거 공간이다.
2층은 애초에 임대 주택이나 사무실용으로 설계되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협동조합의 가치에 부합하는 형태로 활용하기로 합의하였다.

 

물론 갑작스런 부동산 경기의 침체라는 현실적인 배경도 있었지만, 블루 크리스탈은 마을을 좀 더 친 문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방향을 바꾸었다.
조합측은 2층을 작가나 화가, 음악가 등을 위한 문화 실험 공간으로 무상 임대할 계획이며, 하우스 콘서트나 미니 전시회 등을 위한 소규모 공연 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1층은 기본적으로 마을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기 위한 임대 수입을 얻는 공간으로, 카페나 북카페, 음식점과 패션숍 등이 입점할 수 있다. 

 

- 외지인, 이주민, 토착주민

 

블루 크리스탈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삼성트라팰리스 건물이다.
물론 삼성 디스플레이 직원이 아닌 사람들도 입주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삼성 디스플레이 직원을 위해 건설된 타운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은 직장 때문에 아산에 들어온 외지인일 것이다.

 

그리고 주변 주상복합 건물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 보상을 받아 각자 건물을 올린 이주민들과 블루크리스탈 마을 주민이 존재한다.
그리고 좀 더 시선을 넓히면 보상과 개발에서 소외되어 여전히 농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토착 주민들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도농 도시들이 대개 이러한 혼합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그래서 탕정 마을 역시 이러한 도농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목과 격차의 확대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좀 더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고 변화의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 예상되는 갈등도 더 복잡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장과 분배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블루 크리스탈의 도전은 여러모로 많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될 듯하다. 

 

- 기업과 지자체, 주민 3자의 협력 모델

 

삼성디스플레이는 공장부지 확보를 위한 선정과 보상 작업 이후의 인근 개발 사업과 블루크리스탈 조성에는 직접적으로 간여하고 있지 않다.
아산시와 탕정면 역시 다른 지역이나 마을과의 형평성 문제로 특정 마을 사업에 특혜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도시의 외관과 달리 여전히 좁고 불편한 도로의 현황은 지역 공동 개발의 한계점과 모순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기업과 지자체의 조력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블루크리스탈은 지금 협력과 형평의 균형점 사이에서 발전적으로 상생하는 방향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지역 기업과 지자체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작업은 분명 고되고 어렵지만 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 탕정 주민, 아산 시민, 외부 방문객

 

탕정면 주민들은 블루크리스탈의 가장 안정적인 1차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러한 수요만으로는 분명 부족하고 입점 희망 업체에게도 어필하기 어렵다.
아산 지역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을 수 있는 유인을 만들어야 하고, 아산을 찾은 관광객들도 이곳에 들를 수 있도록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블루크리스탈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하지만, 어쨌거나 그 첫 시작만으로 충분히 평가받고 칭찬 받을 일임은 분명하다.       
주변에 현충사와 은행나무길, 온양 온천 관광 단지 등이 있어 관광지로서의 입지는 충분하며 삼성디스플레이를 찾는 출장객이나 답사객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애용될 수도 있다.
KTX 역사와 수도권 지하철 배방역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교통 입지도 훌륭한 편이다.

 

블루크리스탈이 모범적이고도 대안적인 마을 공동체 사업의 효시가 되길 기대한다. 

 

글쓴날 : [13-08-20 00:06] 김세호기자[saengtaeng@pb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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