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도] 제주의 푸른밤, 푸른바다와 만나는 곳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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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오봉리 바닷가에서 본 석양, 한라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제주공항에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성산항. 우도행 도항선에 몸을 실었다. 성산항에서 4킬로미터 남짓. 바다에 누워있는 소의 모습을 한 우도(牛島)가 코앞이다. 성산일출봉이 멀어지는가 싶더니 금방 천진항에 닿았다. 섬의 길이는 동서 2.5킬로미터, 남북 3.8킬로미터, 둘레 17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섬을 일주하는 버스로 2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고, 자전거를 이용해 구석구석을 돌아보는데도 하루면 족하다.
(제주 성산포나 종달리에서 배를 타면 15여분만에 우도에 닿는다.)
우도는 ‘해녀의 섬’이라 불릴만큼 해녀가 많아 바다 곳곳에서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천진항에는 숙박시설과 식당, 자전거나 오토바이, 사륜구동오토바이를 빌려주는 대여점이 있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버스도 있다. 우도 여행의 시점이자 종점인 셈이다.
서광리 홍조단괴해안과 해녀들의 삶이 있는 오봉리 자전거를 빌려 서쪽 해안도로를 달렸다. 완만한 포장도로를 10여분 달리자 서광리 홍조단괴해변에 닿았다. 검은색 현무암과 비취빛 바다가 잘 어우러진 우도팔경의 하나인 ‘서빈백사’다.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담는 사람들, 모래장난에 흠뻑 빠져버린 아이들로 붐볐다.
이곳은 그동안 산호사(珊瑚沙)해변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결과 홍조류(紅藻類)가 굳어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우도와 성산 사이의 얕은 바다에 살고 있는 석회질의 홍조류가 강한 조류와 태풍의 영향으로 해안으로 밀려와 형성된 것이다. 이곳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색깔은 날씨와 수심에 따라 비취빛 혹은 에메랄드빛으로 펼쳐진다.
(우도 서광리 홍조단괴해변, 비취빛 바다와 하얀 모래가 눈부시다.)
또한 성산일출봉과 구좌읍 지미봉이 손에 잡힐듯 가까운 이곳은 해질녁 풍경과 밤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한라산으로 내리는 석양이 그렇고 환하게 불을 밝여 조업하는 어선이 멋진 야경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사진가, 영화감독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영화 <시월애>와 <인어공주>의 여러장면을 여기서 촬영했다.
서광리에서 북쪽으로 나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오봉리로 가는길. ‘휘유우, 휘유우….’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애달프게 들렸다. 해녀들은 날이 좋으면 ‘바당(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하고, 바다가 거친 날이면 ‘우엉(텃밭)’에서 농사일로 바쁘다. 오봉리 앞바다에는 넓미역과 전복, 해삼, 뿔소라가 많아 바다밭이나 다름없다.
북쪽 끝자락에 있는 전망대인 답다니탑에 도착했을 때 해녀들은 뿔소라를 잡아 올리고 있었다. 현지어로 ‘구쟁이’라 불리는 뿔소라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단다. 어둠이 내릴쯤 해녀들의 물질이 끝나고 뿔소라를 운반하기 위해 트럭이 왔다. 해녀들이 뿔소라를 망태에 골라담는 사이 남정네가 돌멩이로 뿔소라를 깨어주며 먹어보란다. 입안에 넣자 향긋한 바닷내음이 입안 가득 퍼진다.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뽈소라를 잡은 해녀들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첫 등대 테마공원과 우도봉
다음날 아침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동쪽하늘엔 먹장구름이 가득했다. 검멀래 해안 뒤로 난 산책로를 따라 쇠머리오름(우도봉)에 올랐다. 세찬 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쉽지 않았다. 서쪽으로 천진리와 서광리, 북쪽으로 오봉리와 동쪽의 조일리, 망망한 대해로 둘러싸인 우도의 멋진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도는 본섬 제주도의 화산활동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신생대4기(약 10만년~1만년전) 홍적세에 화산의 분화로 만들어진 섬이다. 소머리오름(우도봉, 해발 132m)에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도등대가 눈길을 끈다. 이 등대는 1906년 제주에선 처음 세워진 등대로 당시에는 ‘등간(燈竿)’이라고 불렸다. 석유를 사용하는 버너 방식의 호롱불을 켜 나무기둥에 매단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공원안에 옛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등대 테마 공원에는 홍보관, 전시실, 영상실, 전망대, 사진촬영코너가 있고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등대모형이 전시되어 있어 두루 돌아볼 만하다. 등대에서 좌우로 해안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는데, 동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검은모래로 유명한 검멀래해수욕장에 이르고, 서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천진리이나 돌깐이 해안에 이른다. 거의 수직으로 깍아지른 절벽탓에 산책로에서 내려다보는 검푸른 바다는 아찔했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등대와 영일동)
해오르는 영일동과 검멀래 해안 그리고 비양동
우도에서 가슴시린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 서광리라면 가슴벅찬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영일동이다. 우도 동쪽바다 수평선에서 오르는 아침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해를 맞이하는 마을’이라는 영일동(迎日洞)이다. 우도 등대가 있는 쇠머리오름 정상에서 보는 일출 또한 장관이다.
이곳은 검은모래가 펼쳐진 검멀래해변으로 유명한 곳이다. 계단을 이용해 모래사장까지 내려갔다. 검은색 현무암 모래를 밟는 느낌이 부드러웠고 거친 파도에 밀려온 미역이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모래사장 끝 절벽 아래에는 ‘콧구멍’이라고 하는 큰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물이 빠진 틈을 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매년 동굴음악회가 열릴 정도로 큰 규모다. 왼쪽으로 두 번째 동굴로 통하는 작은 출구가 있다. 이 굴에는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여 우도팔경의 하나인 동안경굴(東岸鯨窟)이라 부른다.
(고래가 살았다는 경굴, 우도 8경의 하나다.)
영일동에서 북쪽으로 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해가 비상하는 마을’이란 뜻의 비양동(飛陽洞)이다. 비양동에는 우도에서 제일 큰 하고수동해수욕장이 있고 시멘트 도로로 연결된 비양도가 있다. 이곳 비양동 앞바다에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인어공주>의 여러 장면이 촬영되었고 비양도 초입의 초원은 전지현, 이정재 주연의 영화 <시월애>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비양도로 들어서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거친 파도가 부서지는 현무암 바닷가끝에 서 있는 등대가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비양도 등대에 서면 뒤 동쪽으로는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소 뿔같이 솟아있는 우도등대가 있는 우도봉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
비양도는 길이가 100미터도 안되는 작은 섬이지만 볼거리가 많다. 섬의 북쪽 끝 바위언덕위에는 봉화를 올리던 연대와 바다를 관찰하던 망대가 있고 제사를 지내던 돈짓당도 볼 수 있다. 돌을 차곡 차곡 쌓아 만든 돈짓당은 바람을 관장하는 영등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우도는 작은 섬이다. 차나 스쿠터를 이용하면 두 세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우도는 그렇게 대충 둘러보고 나갈 섬이 아니다. 해녀의 숨비소리도 들어보고, 구멍 숭숭 뚫린 돌담길도 걸어볼 일이다. 마을에서 바닷가 코앞까지 펼쳐진 돌담은 여러겹의 석성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해녀의 검질긴 삶이 빚어내는 가슴시린 풍경도 느껴볼 일이다.
섬에서 섬으로 향하는 여행길은 가슴 뿌듯하다. 그곳에 가면 온통 푸른밤, 푸른바다를 만날 것만 같다. 아름다운 풍경과 검질긴 삶의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우도가 나는 늘 그립다. 우도를 떠나던 날 비가 내렸다. “누이야, 오늘은 어머니가 키우는 눈물 속 바다에 비가 내린다”라고 시인 문충성은 <제주바다>에서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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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날 : [10-11-23 14:05] | 김원섭기자[gida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