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으신 어머니의 설운 손길이 묻어나는 송현시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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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북광장으로 나서자 황폐한 부지에 뜨거운 태양만이 내리쬐고 있었다. 5월 중순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더웠던 날이고, 그래서 개발도 현상유지도 하지 못한 채 버려진 북광장의 모습이 더 묵직하게 내려오는 풍경이었다. 시간은 이미 12시에서도 반이 넘게 흘러가는 중이었고, 이렇게 덥다면 다른 무엇보다 시원한 게 제격이겠다 싶어 동인천역을 등에 지고 왼쪽 길로 직진해 걸었다.
고된 삶과 노동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푸짐한 한 그릇, 화평동 냉면
북인천역 북광장에서 대략 300m쯤 걸어가는 곳에 일렬로 죽 서 있는 화평동 냉면거리의 입구를 알리는 간판이 머리 꼭대기에 걸려 있다. 1997년 인천 동구 특색 음식거리로 지정되었고, 1980년대 최대의 번영을 누렸던 화평동 냉면거리는 그러나 재개발의 여파로 뚝 반 토막이 나고 10여개의 가게가 자리하고 있었다.
화평동냉면은 세숫대야 냉면으로 유명하다. 넓적하고 커다란 냉면 그릇이 마치 세숫대야 같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구한말에는 조계지에서 쫓겨난 사람들로, 한국전쟁 때에는 북에서 내려온 피란민들로, 한국 산업화 시대에는 서울에서 견디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로 달동네를 이루던 송현동과 화평동 일대에는 싸고 맛있는, 그러면서도 양도 푸짐한 것이 가장 최고였다. 고된 삶과 노동에 지칠 때로 지친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게 가족의 사랑 아니면 다음에 무엇이겠는가. 푸짐한 음식 앞에 두고 잠시라도 시름을 내려놓고 배가 부를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이었겠다 싶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피와 공기와 영양소를 소통시키는 혈관과도 같은 곳 송현시장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비워내고 값을 치르고 송현시장으로 향한다. 인천의 근현대를 함께 했다 할 만큼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 송현재래시장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또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위해 새롭게 탈바꿈하여 둥근 아치형 지붕을 얹은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다시 문을 연 것은 이제 갓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동인천 일대는 온통 새로운 역사의 물결이 출렁이는 곳이었다. 경인선이 관통한 지역이었고, 바다가 뭍과 만나 배가 정착하는 배다리가 있는 지역이었으며 한국전쟁과 한국의 산업화, 고도 성장화를 함께 거친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안에는 송현시장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바지락을 팔기 시작했다는 두 할머니의 손은 풍파와 오랜 세월을 묵묵하게 가슴에 새긴 고목과도 같았고 역사 속에서 함께 휘몰아치며 자리하고 있던 송현시장과도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송현시장의 문을 연 것이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으나 터를 잡은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다고 운을 뗀, 오래전부터 송현시장 일대에 살던 아저씨께서는 이른 새벽 첫 배를 타고 나물이며 어패류며 온갖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선 섬의 어머니들이었다고 말했다. 유난히 사람 사는 섬이 많은 인천 옹진군의 섬마을에는 사람이 적어 물건을 팔아도 벌이가 마땅치 않았고 들고 나는 사람의 왕래가 잦고, 배가 자주 오가는 이곳에 자연스럽게 터를 잡았다는 말씀이었다. 그렇게 송현시장엔 바지락을 까며 묵묵히 세월을 견디던 늙으신 어머니의 설운 손길이 묻어난 곳이었다.
새롭게 단장한 송현시장은 141개의 점포가 있고, 아직 입점이 되지 않은 빈 상점들도 눈에 뜨였지만 그래도 시장 특유의 부산스러움과 정겨움이 풍기고 있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살롱 미용실과 지구촌을 실감케 하는 각 나라별의 곡식들과 야채들, 푸짐한 상차림을 책임질 갖은 반찬들과 장을 보러 나와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한 작고 허름하지만 맛만큼은 일품인 분식집에 이르기까지. 사방팔방에 시장으로 통하는 길이 뚫린 송현시장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피와 공기와 영양소를 소통시키는 혈관과도 같은 곳이었다.
시장 곳곳에는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는 타이틀답게 ‘우리가 바라본 송현시장’이라는 사진 갤러리도 보이고, 아직은 완성이 되지 않은 벽화 그림도 보이며, 빨래터 앉아 열심히 빨래를 두드리는 어머니와 동생을 돌보는 몽실언니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의 송현동 순대골목과 중앙시장
송현시장 한 바퀴 돌고 다시 동인천으로 향한다. 동인천 북광장에서 보자면, 역 왼쪽으로 걸어가면 점심을 먹었던 화평동냉면거리가, 쭉 직진하면 송현시장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지금은 침구거리로 유명하지만 한때는 양키시장으로 알려졌던 중앙시장과 순대골목이 자리하고 있다. 한때는 동인천 인근의 시장들로 번성했던 이곳은 아직도 극성거리는 재개발의 여파로 외려 그 기세가 많이 꺾인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현시장 일대를 걸으며, 언젠가 다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사람들로 북적일 시장거리를 기대해 보았다. 그곳은 한국 근현대사의 선두에서 가족을 위해 애쓰던 우리 부모님들의 삶의 터전이 아니었던가.
- 화평동 냉면거리 위치 : 인천 동구 화평동 찾아가기 : 동인천역 북광장 출구 → 왼쪽 300m 직진 → 2차선 도로 건너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거리 간판 확인
- 송현시장 위치 : 인천 동구 송현동 99 찾아가기 : 동인천역 북광장 출구 → 길따라 순대골목 빠져나가 2차선 도로 건너 송현시장 간판 확인
원작성자 : 서하 원 글 : http://maskaray.com/130110895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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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날 : [11-06-13 20:39] | 파워블로거타임즈기자[pbatimes@pba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