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찬란했던 세계의 수도를 가다. | |
(수백년간 야만적인 행사가 열린 콜로세움의 야경, 지금 여름밤이면 음악회가 열린다.)
찬란했던 세계의 수도 로마
로마(Roma)는 테레베강 하류 구릉지대에 자리잡은 오래된 도시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물루스, 레무스 형제가 이 도시를 처음 건설했다고 한다. 이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대제국으로 번성했고, 지금도 로마에 가면 찬란했던 제국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많은 볼거리로 여행자를 지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동선만 잘 잡으면, 다음 유적지까지 그리 멀지 않으므로, 걸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굶주린 사자가 죄수를 갈기 갈기 찢어발기고, 검투사들은 묵숨을 건 전투를 벌렸다. 검투사의 목이 잘리고, 피가 튀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는 관중들. 수백년간 야만적인 행사가 진행된 콜로세움에서 인간의 야만과 광기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
(콜로세움의 내부. 벽은 무너져 내리고 바닥은 해골처럼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캄피돌리오 광장 테라스에 서 본 포로 로마노. 로마의 흥망성쇠를 한 눈에 보여주는 곳이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진실의 입과 나보나 광장 그리고 트레비 분수
수많은 여행자들이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처럼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어보는 곳이다. 그레고리 펙이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고는 마치 손이 잘린듯한 표정으로 오드리 헵펀을 놀라게 했던 장면 때문에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나도 입에 손을 넣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 판테온이 나온다. 고대 로마시대의 모든 신들에게 봉헌된 신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43.4m의 바닥 지름과 높이가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돔 가운데는 지름 9m의 원형으로 뚤려 있다. 이를 두고 영국의 역사가이자 신학자인 비드는 “판테온의 지붕에 있는 구멍은 보니파체 4세가 판테온을 신성하게 만들 때,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애쓰던 악마들이 만들었다.”고 했다. 판테온 내부는 묵직한 공기감이 들었고 천장 돔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 때문에 신비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로마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수가 트레비 분수다. 1732년 니콜라 살비가 설계를 담당해 1762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폴리 궁전의 벽면을 장식하는 분수에는 바다의 신 트리톤과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 등이 조각되어 분수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분수의 이름은 첫 번째 단 위의 조각상 중의 ‘트리비아’라는 소녀에게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뒤로 돌아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인지, 수많은 여행객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담아 동전을 던진다.
(뒤로 돌아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트레비 분수)
소설 <천사와 악마>에 나오는 과학의 제단을 향하는 지표를 찾아서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는 500년만에 부활한 일루미나티가 가톨릭 교회에 복수를 시작하고, 종교 기호학 교수 랭던이 그들을 막기위해 로마와 바티칸 곳곳에 숨어있는 단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부활한 일루미나티의 잔재가 유력한 교황 후보인 네 명의 추기경을 차례로 살해할 것을 예고하고, 랭던 교수는 바티칸 시국에 숨겨진 강력한 에너지원 ‘반물질’과 일루미나티의 정체를 24시간 내에 밝혀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다.
일루미나티는 ‘개화된 자들’이라는 뜻으로 고대 조직의 일종이다. 소설에서는 17세기에 교황청과 정면으로 대립하여 ‘신’보다는 ‘인간 중심’의 계몽주의에 이끌린 천재적인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비밀결사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도 이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사건 해결의 첫 번째 단서가 숨어있는 곳이 로마 북쪽의 포폴로 광장 한 켠에 있는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다. 포폴로 광장은 철도가 생기기전까지 많은 여행자들이 로마로 들어왔던 관문인 포폴로 문이 있는 곳이다. 광장 중앙에는 높이 36m의 오벨리스크가 있고, 19세기 바로크 양식의 쌍둥이 교회와 빌라 메디치, 보르게세 미술관 등이 있다.
(로마의 북쪽 관문이 있는 포폴로 광장. 광장 중앙에는 높이 36m의 오벨리스크가 우뚝 솟아있다.)
포폴로 문 동쪽에는 소박한 모습의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소설에서 ‘악마의 구멍’이라 불리는 납골당에서 입에 흙이 채워져 질식사한 추기경이 발견된 곳이다. 가슴에는 ‘흙(earth)’을 상징하는 낙인이 찍힌채 살해당한 것이다. 또 다음 사건이 일어나는 곳의 단서가 되는 베르니니의 조각상 <천사와 하박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사와 선지자인 하박국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르키고 있는데, 천사의 손가락이 두 번째 추기경이 살해당하는 장소인 성 베드로 광장을 가르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가 있는 성 베드로 광장. 바티칸으로 들어서는 성 베드로 광장 앞에는 흰색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선을 넘으면 이탈리아를 넘어 바티칸 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광장 중앙에는 오벨리스크가 솟아 있고 좌우에 2개의 분수가 마주보며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 큐폴라에서 바라본 성베드로 광장과 로마시내)
소설에서는 오벨리스크 아래서 가슴에 ‘공기(air)’를 뜻하는 낙인이 찍히고 폐가 파열된채 살해당한 두 번째 추기경이 발견된 곳이다. 오벨리스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웨스트 포넨테(WEST PONENTE)’라고 쓰인 타원형의 둥근 대리석에 땅에 밖혀있다. 웨스트 포넨테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뜻하므로 이 바람을 따라 동쪽으로 향해야만 세번째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로마 동쪽 떼르미니역에 북서쪽에 있는 산타마리아 비토리아 교회. 이곳에는 베르니니의 유명한 조각상 <성 테레지아의 법열>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조각상은 발가락이 휘는 오르가즘의 와중에 있는 성 테레지아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했기에 많은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다. 소설에서는 가슴에 불(fire)의 낙인이 찍힌채 불타죽은 세 번째 교황이 발견된 곳이다. 또 이 조각상의 천사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따라 가면, 마지막 표지가 있는 나보나 광장의 <4개의 강이 흐르는 분수>가 나온다. 역시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나보나 광장 주변에는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한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교회, 산티보 교회, 알템포스 궁전 등 로마 시대의 유명한 건축물과 3개의 분수가 있다. 또 광장 주변에는 노천까페가 많아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소설에서는 이곳 분수에서 가슴에 물(water)의 낙인이 찍힌채 익사의 위기에 처한 추기경이 발견된 곳이다. 또 분수의 중앙에 솟아있는 오벨리스크의 끝에는 청동 비둘기가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비둘기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과학의 제단이자 ‘계몽의 교회’인 산탄젤로 성이 있다.
‘천사의 성’이라 불리는 이 성은 139년 황제의 무덤으로 지어졌다. 중세에는 감옥과 요새로 이용되었고, 때로는 교황의 긴급 피난처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이 성과 바티칸 궁전을 연결하는 비밀통로가 존재한다고 한다. 지금은 군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러 천사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는 산탄젤로 다리는 데베르 강의 여러 다리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다. 소설에서는 일루미나티의 은신처이자 여주인공 비토리아가 감금되어 있는 곳으로 나온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로마는 맨 마지막에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 나라 각지에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처음부터 로마를 둘러보고 다른 곳으로 가면 여간해서 눈에 차지 않는다. 위낙 뛰어난 문화유산들이 로마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로마는 맨 마지막에 둘러볼 일이다.
여행정보 TIP
음식 : 로마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것이 ‘젤라토’다. 이탈리아 전통 아이스크림인 이 젤라토는 쫄깃하게 씹히는 것이 특징이다. 피자의 본고장답게 이탈리아 어디에서나 맛있는 피자를 즐길 수 있는데, 토마토 소스와 모짜렐라 치즈로만 만드는 단순한 피자인 마르게리타를 맛보자. 이 피자가 맛있는 집이 피자를 잘 만드는 집이다.
기타 : 이탈리아는 치안이 비교적 잘 되어있지만,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린다. 소지품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하고, 현금자동화기기 이용시에 누가 도와준다고 접근하면, 단호하게 거절해야한다. 순식간에 신용카드를 가로채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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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10-11-22 16:31] | 김원섭기자[gida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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