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T.O.T.E - 박범신 북콘서트

 

 

 

 

봄바람 살살 불어오는 어느 목요일, 대학로로 길을 나섭니다. 

공연을 보는 것도,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것도 아닌 오늘은 좀 특별한 만남을 위해서입니다. 

 

소설가 박범신의 북콘서트가 있는 날이었거든요.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학로 거리를 휘영휘영 걸어 

오늘 콘서트가 열리는 ‘cafe&dining T.O.T.E’ 앞에 서서 심호흡도 해봅니다. 

생각해보니 작가와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북콘서트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네요.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크림색 조명이 카페를 은은하게 비추고, 많은 사람들이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어요. 카페라고 해서 디저트를 파는 곳으로 생각했는데, 파스타나 피자 같은 음식도 가능한 음식점이었네요. 홀보다 조금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세미나실에선 북콘서트를 위한 준비가 한창입니다. 세미나실과 이어진 테라스에는 맛깔스러운 샌드위치가 차곡차곡 쌓여 있고, 몇 가지 음료도 준비되어 있어요. 온실처럼 위도 옆도 유리로 되어 있어 빛이 내리는 테라스가 참 인상적이에요.

 

 

 

 

 

 

콘서트 시간이 다가올수록 베이지색 의자를 채우는 사람의 수도 점점 늘어갑니다. 

멀찍이 뒤쪽에 앉아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을 관객처럼 바라보며 어서 시작하길 바라지만 조금 더 애태우려는 듯 15분 정도 지연된다는 진행자의 무정한 말만 들려오네요.

 

기다림의 시작은 아름다운 소프라노의 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 

예전 예능프로그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해진 ‘Nella Fantasia’와 ‘You Raise Me Up’이 세미나 홀을 휘감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박범신 작가가 박수소리와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길을 걷는 와중에 마주쳤다면 

그저 나이 지긋한 중년의 남성쯤으로 보이는 이 분이 바로 대한민국 ‘청년’ 작가라 불리는 소설가 박범신이라는 게 조금 의외였어요.

 

박범신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외등이었어요.

세 명의 남녀를 통해 한국 근대사를 조명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진 소설이었는데 기실 그 자체보다 ‘외등’이라는 단어 하나에 꽂혀 읽었던 소설이기도 했지요. 나중에야 이 소설이 ‘권총을 뒤꼭지에 대고 쓰라고 해도 오늘부터는 단 한 문장도 쓸 수 없다.’는 작가가 절필 선언한 그 소설이었고, 8여년이 흐른 후에야 완성을 본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지요.

 

그 뒤 읽은 책은 나마스떼였죠. ‘세상이 화안해요―.’라고 시작했던 한 네팔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소설이 가슴에 사무쳤었어요.

 

 

 

 

 

 

많은 말을 토해내는 박범신 작가는 청년 작가라기 보단 이야기꾼 같았어요. 

왜 소설을 써야했는지, 여성관이나 결혼관은 어떠한지, 또 진행자의 질문에 하는 그 하나하나의 답변들이 어쩜 그렇게 능수능란하시던지 

작가는 천생의 이야기꾼이라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지요.

 

 

 

 

 

아쉬운 북콘서트가 끝나고 책 하나를 선물로 받아들고 T.O.T.E를 나섭니다. 

오늘은 박범신 작가의 북콘서트였지만 앞으로도 고은, 이외수, 마광수 등등의 북콘서트도 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챙겼어요.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작가의 별처럼 반짝이는 언어들로 한없이 가볍습니다. 오늘 돌아가면, 받은 책부터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지요.

 

 

 

 

 

 

 

 

 

 

 

 

 



원작성자 : 서하

원    글 : http://maskaray.com/130167153675

글쓴날 : [13-04-28 22:14] 파워블로거타임즈기자[pbatimes@pb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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