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Hartely's Crocodile Adventure)’에 갔다. 원래 믹(Mick)이나 베티(Betty)가 우리와 함께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우리 둘만 가게 됐다.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는 케언즈(Cairns) 시내에서 북쪽으로 꽤 멀리 떨어져있었다.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믹이 아침에 우리를 데려다 주고 돌아갔다.
“나중에 나올 때 전화해. 데리러 올게.”
믹이 떠나며 이렇게 말했지만 우리는 입장권을 끊으면서 케언즈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봤고, 결국 다운언더(Down Under) 여행사에서 운행하는 관광버스(Bus)를 타고 케언즈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요금은 한 사람당 15 호주달러(Dollar, 1 Dollar = 거의 1,050 원)였다.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 입장권 가격이 한 사람당 64 호주달러였다. 흐미…… 이 놈의 호주는 뭘 해도 10 만원이다. 정말 죽을 맛이다. 다행히 베티가 어디서 구했는지 10% 할인권을 챙겨줘서 우리는 한 사람당 57.60 달러만 냈다. 그래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매표창구 옆에 악어알과 악어머리카락공(Crocodile Hair Ball)이 바구니에 담겨있었다. 설명문에 악어머리카락공이란 악어가 먹이를 먹고 소화시키지 못한 것들이 뭉쳐진 것이라고 되어있었다. 그게 똥 아닌가? 보아하니 똥은 아닌 것 같던데…… 어쨌든 신기했다. 창구직원이 입장권과 함께 안내도를 한 장 주면서 몇 시에 어디 가고, 몇 시에 어디 가라고 친절히 가르쳐줬다. 드디어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 안으로 들어갈 시각! 즐길 준비됐나요? 예! 진짜? 예!
호주 고유의 동물들을 정말 실컷 구경했다. 특히 악어는 속속들이 구경도 하고 배우기도 했다. 케언즈가 갖고 있는 관광자원 중에 아마 악어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다음으로 크게 차지할 것 같은데, 이렇게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악어에 대해서만큼은 더 이상 보고도, 만지고도, 배우고도 싶지 않았다. 그만큼 입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구경이 됐다. 사실 케언즈에서는 악어가 단순히 우리 속에 갇혀있는 동물이 아니다. 닥쳐있는 현실인데, 일례로 지난 번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믹이 우리에게 강가를 거닐 때는 조심하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기서는 강가를 거닐 때 정말 조심해야 돼. 안 그러면 나중에 한 쪽 다리가 짧아져있을 거야."
뉴스(News)에 야생 악어나 야생 상어에 관한 소식이 심심찮게 나오는 곳이 이 곳 퀸슬랜드(Queensland)다. 퀸슬랜드 해안에서는 상어주의보 같은 것이 발령될 때도 있는데, 우리가 케언즈에 있는 동안 뉴스에서 상어 한 마리가 수로를 따라 올라온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에서 즐긴 것 중에 정해진 시각에 찾아가서 즐긴 것만 쭉 나열해보면 이렇다.

11:00 - 바다악어(Saltwater Crocodile)에게 먹이를 주는 시각이다. 우리는 이 시각에 맞춰 바다악어 우리로 찾아갔는데, 정확히 11 시에 사육사들이 나타났다. 먹이를 주는 특별한 공간에 사육사가 들어가자, 악어들이 알아채고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볕을 쬐던 악어가 스르르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잠수해서 다가오는 모습이 그렇게 음흉할 수 없었다. 내가 만약 야생에서 맞닥뜨린다면 그대로 얼어붙어 한 발짝도 떼지 못할 만큼 공포스러웠다. 아니, 공포스럽기 보다 공포 그 자체였다. 천천히 다가오기에 더욱 큰 두려움이 이는 건 왜 그런지 모르겠다. 몇몇 악어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사육사가 작대기를 들고 물을 첨벙거렸다. 그러자 무관심하던 악어들이 즉각 반응을 보이며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그리고 다가왔다.
사육사가 먹이를 던질 때마다 악어들이 으르릉거리며 기싸움을 하거나 물속에서 풀쩍풀쩍 튀어올랐다. 먹이는 닭 한 마리 또는 반 마리였다. 먹이가 받아먹느라 악어들이 주둥이를 턱! 턱! 닫는 소리에 나는 소름이 짝! 짝! 끼쳤다. 악어 주둥이는 그대로 무기였다. 멀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사육사가 악어주둥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영어에서 숫자만 나오면 왜 자꾸 멍해지는지 모르겠다. 숫자가 나온 후 그 숫자의 초만큼 영어듣기가 안 된다.
먹이를 주는 동안 사육사가 바다악어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을 곁들였다. 바다악어는 먹이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와서 원하는 행동을 할 때까지 물속에서 가만히 기다린다…… 그러다 때가 되면 주저 없이 덮쳐서 물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죽을 때까지 물고 빙글빙글 돌린다…… 먹이가 완전히 죽으면 물 밖으로 나와서 먹는다…… 물속에서는 절대로 먹지 않는다…… 악어가 물속에 숨어있다가 몸을 꼿꼿이 세우면서 갑자기 튀어오를 수 있는 건 꼬리의 힘 덕분이다…….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정이 안 가는 놈이다.
바다악어를 다 먹이고 난 후 자리를 옮겨 민물악어(Freshwater Crocodile)를 먹이러 갔다.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 따라갔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적다 보니까 악어들이 마치 우리가 잘 아는 좁은 우리 같은 곳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 한 마디 덧붙여야겠다.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의 악어들은 모두 자연에 방치되다시피 한 거대한 늪지에서 살고 있었다. 이 늪지에는 실제로 악어뿐만 아니라 온갖 것들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 전 구역이 이런 식이다 보니 우리는 관람로를 따라 도는 동안에도 뱀 한 마리와 부지기수의 도마뱀과 온갖 살아있는 것들을 대면해야 했다.
다시 민물악어 이야기로 돌아와서, 조금 전에 바다악어에게 먹이를 줄 때 그렇게 조심하던 사육사가 민물악어에게 먹이를 줄 때는 숫제 우리 안에 들어가서 줬다.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악어에게 둘러싸여 먹이를 주는 모습에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저래도 괜찮을까?’
설명을 들어보니 민물악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악어 하면 보통 사람을 잡아먹는 위험한 동물로만 여기는데, 민물악어는 사람 같은 큰 동물을 잡아먹지 못 하고 그저 물고기, 개구리, 곤충 같은 조그만 것들만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사육사가 주는 먹이도 닭 같은 걸 그대로 주는 것이 아니라 조그맣게 조각을 내서 줬다. 그래도 위태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악어라는 게 전부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러다가 민물악어 사이에 바다악어가 한 마리라도 끼어있는 날에는,
‘어, 실수…….’
하는 순간 골로 가는 거다. 여기서 배운 민물악어에 관한 상식을 나중에 쿠란다(Kuranda)에 갔을 때 요긴하게 써먹었다. 쿠란다를 돌아다니는 동안 줌룸크릭(Jumrum Creek)이라는 으스스한 개울을 건너게 됐는데, 악어 한두 마리 정도는 반드시 나올 것 같은 음침한 개울이었다. 우리는 이 강을 아무 걱정 없이 건널 수 있었다. 왜냐하면 민물악어는 우리를 못 먹으니까. 악어를 보고 기절해서 나빠져서 익사하지 않는 이상 안전한 거다.


12:30 ? 여러 파충류 만져보기. ‘하틀리의 악어어드벤처’는 크게 5 구역으로 나뉘어있는데, 각 구역에는 야생발견길(Wildlife Discovery Trail), 곤드와나관문(Gondwana Gateway), 캐서워리정원(Cassowary Garden), 하틀리의 늪(Hartley’s Lagoon), 악어농장(Crocodile Farm)과 같은 고유이름을 주어져있다. 참고로 앞서 본 악어에게 먹이 주는 행사는 야생발견길 구역에서 있은 행사였다.
12 시 반에는 곤드와나관문 구역 내 쉼터에서 여러 종류의 파충류를 만져보는 행사가 있었다. 사육사가 뱀, 도마뱀, 거북이 등을 들고 나와 돌아가면서 만져보게 했다. 그 중에서 우리는 도마뱀만 2 마리 만져봤다. 뱀은 죽어도 못 만지겠고, 거북이는 싱거울 것 같아 그냥 안 만졌다. 참,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만진 게 아니라 내가 만졌다. 은영이는 이런 거 만지는 걸 정말 싫어해서 안 만졌다. 이런 은영이가 좋지, 이런 자리에서 나보다 더 나서며 팔을 걷어붙이고 파충류를 주물럭거리는 은영이는 싫다. 파충류의 피부가 생각보다 매끈매끈한 것에 많이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