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키야! 내겐 따뜻한 대화가 필요해! | |
| 제키 시리즈의 미래를 가늠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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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모뎀 통신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대화 서비스가 도입된 지도 벌써 20년이 되어 갑니다. 인터넷 환경이 조성되고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활성화 된 분야가 사이버 채팅이었습니다. 모뎀 통신상에서 우연히 대화하게 된 두 남녀가 현실에서 사랑을 이루는 해피 엔드를 다룬 영화 ‘접속’은 상영 당시 엄청난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고, 지금도 역대 한국 영화 톱10안에 드는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가상현실(사이버) 공간에서 대화하는 것을 우리는 채팅(Chatting)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Chat’은 원래 ‘재잘대다, 가볍게 대화하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채팅은 원래 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하는 것이 맞겠지요. 사실 인터넷 초기에 채팅이 ‘음성’이 아닌 ‘문자’를 기반으로 하게 된 데는 기술적인 이유가 컸습니다.
음성 자체를 디지털화 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도 했고 또 음성이 차지하는 데이터 용량은 문자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지요. 물론 음성 채팅 서비스는 이미 ‘전화’를 통해 가능했던 것도 있겠고, 익명성과 신비감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문자 채팅이 주는 새로운 즐거움과 은밀감도 한 몫 하였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하고 21세기 들어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급변하면서 인터넷 채팅 환경도 급변하게 됩니다.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고화질의 동영상 채팅까지 가능한 수준입니다. 모바일 네트워크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4G 서비스가 상용화 되면서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고음질, 고화질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모바일 통신 기술 발전의 집적체가 최근 선보인 ‘제키플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성 기반 SNS 어플 서비스 ‘제키톡’으로 잘 알려진 벤처 기업 ZEKITALK (대표 하승준)이 2013년 3월 27일 기존의 음성 대화 서비스인 ‘제키톡’과 양방향 라디오 서비스인 ‘타이푼’을 업그레이드하여 한 차원 높은 서비스와 품질로 무장한 ‘제키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제키톡과 타이푼이 국내외에서 어느 정도 기술을 인정받고 인지도를 높이기는 하였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새로운 아이템이 갖는 장점을 잘 부각시키고 입소문을 타는 일이 시급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제키 시리즈’가 기존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에 피로감이나 싫증을 느끼는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가 성패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마케팅 전략을 구축하여 단기간에 사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면, 기존 서비스 시장의 강자들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기존 인터넷 환경을 놓고 본다면 ‘제키플레이’는 인터넷에서 이미 보편화된 기술을 모바일 환경에 적용한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라고는 해도 휴대전화의 본래 기능이 ‘음성 통화’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위험부담이 큰 아이템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모바일 음성·영상 채팅 시장이 커지면 기존 인터넷 채팅이 갖는 부작용들이 발생할 위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키시리즈’가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고유성입니다. 무전기와는 다른 채널의 고유성입니다. 무전기는 채널이 한정되어 자신만의 채널로 대화할 수 없고 그래서 남들이 엿들을 수도 있는데 제키톡은 휴대전화처럼 채널 고유성을 지녔습니다. 또 문자로는 한계가 있는 개성을 자기 자신만의 목소리라는 유일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둘째로, 보존성입니다. 제키톡은 카카오톡처럼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음성 내용)을 상당 기간 저장해 두었다가 반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음성 통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목소리가 저장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굉장히 신중해 지고 점잖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좀 더 멋있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또 사랑하거나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몇 번이고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느낌을 줄 것 같습니다.
셋째로, 압축성입니다. 제키톡과 제키플레이는 용량상의 제한이 있습니다. 물론 기술상의 문제긴 하지만, 이러한 시간상의 제약은 새로운 감성과 트렌드를 생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길고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15초는 짧은 시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짧은 분량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자들은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작업이 짜증나는 분들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개성과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문자 메시지가 그렇듯 원래 짧은 것이 더 강렬한 법이니까요.
마지막은 소통성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채팅이나 SNS 서비스도 ‘소통’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기존 음성 통화나 채팅 서비스의 경우 오히려 소통이 상실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현대인의 가장 큰 병폐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잘 듣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대인들은 듣거나 기다리는 법을 모르고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 합니다. 일상적인 대화가 그렇고 전화 통화나 채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키톡의 경우 일단 상대방의 음성을 듣고 나서 응답할 말을 고민하게 됩니다. 전화 통화나 실시간 채팅과 달리 그 텀이 길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한 좋은 조건을 형성해 줍니다. 제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라디오나 동영상 서비스는 피드백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짧은 라디오, 동영상 방송은 짧은 만큼 반응과 응답이 신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키시리즈가 과연 ‘새로운 소통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접속하다 또는 연락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단어 ‘콘택트(Contact)’의 본래 의미는 ‘접촉하다’입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요? 혼자서는 접촉을 할 수가 없고 느낄 수도 없습니다. 사람 사이의 접촉 역시 일방적이어서는 진정한 소통이 일어날 수 없겠지요. 지금 현대인들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부재한 삶을 살아갑니다. 대중이 영화 접속(Contact)에 열광한 이유는 영화 속의 콘택트가 사실은 접속이 아닌 접촉이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SNS 서비스는 기술적 우위를 지닌 서비스가 아니라 진정한 소통의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그 소통이 따듯하고 인간적이라면 사람들은 열광할 것입니다. 한편, 기존의 SNS 서비스는 개인들로 하여금 지나치게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이버 공간에 접근하게 만든 문제점도 낳습니다. 제키시리즈가 이러한 '가식을 조장하는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네요.
새로운 소통 문화를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인간적이고 개성 있으면서도 진솔한 나를 표현할 수 있는가? 본래 의미의 '채팅'으로 돌아가는 길을 제시할 수 있는가? 이것이 제키시리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솔직한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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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날 : [13-03-29 00:53] | 김세호기자[saengtaeng@pba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