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거리의 체중계
장사 밑천이라고는 낡아서 칠이 벗겨진 저울 하나뿐! 몸무게를 달아주는 데는 단돈 1루피, 약 30원이다.
거리를 슥- 지나가다가 문득, 나의 무시무시한 몸무게가 궁금해지면 슬금슬금 다가가서
체중계 위에 사뿐히 올라가면 된다.
그러면 낯 뜨겁게 "몇 kg!"이라고 정확한 발음으로, 동네 떠나갈 듯한 큰 목소리로 외쳐준다.
원하지 않더라도 굳이 종이에 적어서 손에 꼭 쥐여주는 사람도 있다.
온 천하에 몸무게를 공개 당하고 싶거든, 냉큼 올라가 보자.

2. 거리의 이발사
날카로운 면도칼과 허연 면도 크림, 약간의 물,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수건, 그리고
말끔해진 얼굴을 자랑스럽게 비춰줄 거울!
거리의 이발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몇 안 되는 도구다. 주종목은 면도지만, 머리 손질이나 이발도 한다.
날마다 궁둥이를 붙이는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손님이 마주 앉는다.
빛의 속도로 신속하게! 수염 한 가닥 남기지 않고 정갈하게! 면도를 해준다.

3. 릭샤왈라
자전거 뒤를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고쳐 만든 인도 서민들의 교통수단 사이클 릭샤.
앙상한 다리로 열심히 페달을 밟아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에게 죽도록 미안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언덕'이다.
오르막길에서는 누구나, 당장 뛰어내려서 직접 페달을 밟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만다.
심한 오르막에서는 잠시 깡총, 뛰어내렸다가 다시 올라타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4. 귀 파주는 사람
어찌나 집중해서 귀를 파는지!
눈을 가운데로 몰아 사팔뜨기를 하고서 어두컴컴하고 작은 귓구멍에 온 정신을 쏟는다.
그 와중에 나를 발견하더니, 하던 일을 멈추고 내 귀도 싹싹 파주겠다며 나를 불러 세웠다.
어쩐지 두렵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에, 이 양반에게는 귀를 파지 않았지만,
후에 뉴델리에서 왕 서방 닮은 푸짐한 인상의 아저씨에게 귀 청소를 했다.
처음에는 영화배우 닮았다며 칭찬 일색이었다가 귀 청소 후에
"베리 더티 걸" 소리를 듣긴 했지만, 기막히게 시원했다.

5. 물고기밥 파는 사람
강 근처에 가면 꼭 파는 요 물고기 밥.
반죽을 대충 뚝뚝 떼서 나뭇잎으로 만든 그릇에 가득 담아내면 10루피다. (약 300원)
물고기 밥을 한 접시 사서
강에 후두두두 떨어뜨리면, 얼마나 크고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는지 똑똑히 볼 수 있다.
이 아주머니는 나름 투잡이었는데, 이 옆에 돗자리를 하나 더 펼치셨다.
돗자리 위에는 어찌 된 영문인지 1루피짜리 동전만 가득하게 쌓아놓은 모양새였다.
놀라운 것은 10루피를 내면 8루피만 준다는 것! 아니 그러면,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10루피 내고 2루피를 손해를 봐 가면서 동전을 사는가 했더니만,
수많은 걸인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라는 의미의, 뜻있는 동전 교환 장사였다.
나도 그 정신 나간 사람 중의 하나였다.

6. 도비왈라
갠지스 강에 가면 빨래하는 것을 평생 업으로 삼는 사람, 도비 왈라가 있다.
이들은 빨래하는 것이 직업인데, 다른 지역 도비 왈라들의 사정은 잘 모르겠으나
갠지스 강의 도비 왈라의 수입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내 눈에는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 갠지스 강에 업어지고, 매치고 해서 빨래를 하는데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갠지스 강의 물을 머금었던 빨래니
얼마나 깨끗한 빨래일까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하랴.

7. 인력거 끄는 사람
2006년 12월 4일, 인력거를 비인간적인 교통수단으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콜카타 거리에는 여전히 인력거가 오가고 있다.
대부분 빼빼 마른 노인이거나 중년과 노년 사이에 걸쳐 있는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끄는 인력거,
간혹 달리기 어려울 만큼 오동통한 사람이 올라타기도 하고 버거울 만큼 많은 사람이 타거나
짐을 수두룩 싣기도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쓰러운 인력거, 타야 할까? 타지 말아야 할까?

8. 코끼리 몰이꾼
암베르 성에 가면 성 아래쪽에 화려하게 장식을 한 코끼리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다.
성에 올라가려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지나치게 저질 체력이거나 혹은 코끼리를 타고 싶은 사람은 코끼리를 타고 성으로 향한다.
문제는 날씨다. 머리꼭지를 따라다니며 뜨겁게 달구는 태양빛을 받으며,
느릿느릿 걷는 코끼리 위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앉아 있는 것도 만만치 않게 고달플 수 있다.

9. 버스 차장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사라진 존재지만,
인도 버스에서 버스 차장은 반드시 있어야 할 중요한 사람이다.
구간에 따라 버스 요금을 직접 받고 작은 가방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꺼내 거스름돈도 챙겨준다.
무엇보다 버스 운전기사와 호흡을 맞추어 버스를 운행하는데 톡톡히 한몫을 한다.
차장이 출발할 때 호루라기를 강하게 훅, 불면 출발하고 내릴 사람이 있으면 두 번을 이어 부는 식이다.
운전기사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차장이 돕는다.

10. 소똥 말리는 사람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둥글게 만든 다음,
바닥에 내려 놓으면서 지그시 눌러주면 햄버거 빵처럼 납작한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소똥인데, 소똥 말리는 것은 일반 가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이렇게 햇볕에 바싹 말린 소똥은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밥을 지어 먹을 때 쓰이는 등
야금야금 연료로 쓴다.
* 인도여행> 생활의 달인 - 인도편 travelindia.kr/70091109910
Posted by 인도를 여행하는 깔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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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성자 : 깔깔씨 원 글 : http://blog.naver.com/parangusl_/70103097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