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국제SF영화제, 뤽 베송의 데뷔작 <마지막 전투>와 함께한 사람들

 

 

뤽 베송의 장편 데뷔작

 

뤽 베송(Luc Besson)은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이지만 그가 직접 감독으로 만든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지막 전투, Le dernier combat 1983>는 24살에 만든 데뷔작으로 그 이후 <서브웨이, Subway 1985>, <그랑 블루, Le grand bleu 1988>, <니키타, Nikita 1990>, <아틀란티스, Atlantis 1991>, <레옹, Leon: The Professional 1994>, <제5원소, The Ffth Element 1997>, <잔다르크, Joan of Arc 1999>까지가 뤽 베송이 감독한 작품들입니다.

 

다른 작품들은 모두 보고 DVD로도 소장하고 있지만 <마지막 전투>는 볼 기회가 없었는데 과천국제SF영화제에서 마스터피스로 상영한다고 하여 감상하고 왔습니다. 예전에 종로의 시네코아에서 개봉한다고 하여 찾아갔더니 관객이 없어 며칠만에 막을 내려 못보고 말았던 추억이 있는 영화입니다.

 

에릭 세라(Eric Sierra)

 

뤽 베송 영화 초기작을 함께하는 인물들이 이때부터 총 출동합니다. 음악을 담당한 에릭 세라(Eric Sierra)는 뤽 베송과 동갑인 1959년생으로 뤽 베송과는 18살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답니다. 뤽 베송이 감독한 모든 영화음악은 에릭 세라가 작곡하였습니다. <마지막 전투>에서도 특유의 몽환적이면서 차갑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에릭 세라 음악이 펼쳐집니다.

 

<마지막 전투>는 이상기후와 핵전쟁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시대인지라 대화가 하나도 없습니다.  에릭 세라의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입니다. 데뷔작부터 마치 무성영화처럼 대사도 없고 흑백으로 찍은 뤽 베송의 20대 패기가 느껴집니다.

 

 

 

피레르 졸리베(Pierre Jolivet)와 장 부아즈(Jean Bouise)

 

주인공 "The Man"의 배우인 피레르 졸리베(Pierre Joilvet)는 1952년생으로 뤽 베송 감독과 초기 영화 3편의 대본을 함께 작업하였습니다. 나이상으로 보아 뤽 베송의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다듬어주는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마지막 전투>에선 직접 주연까지 맡았습니다.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미래소년 코난>의 코난이 나이든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의사 "Doctor"역할의 장 부아즈(Jean Bouise)도 뤽 베송의 단편영화시절부터 <니키타>에 이르는 초기작에 항상 등장하는 배우입니다. <그랑 블루>에선 주인공 장 자크 마욜의 삼촌 루이스로 욕조속에서 발퀴레의 기행을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안타깝게도 1989년 사망하여 <니키타>가 유작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전투>의 의사는 인류의 멸망기에도 문명을 잃지 않은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장 르노(Jean Reno)

 

장 르노(Jean Reno)는 뤽 베송의 페르소나라고까지 불리우는 배우입니다. 뤽 베송이 직접 감독한 영화는 물론 뤽 베송이 제작자로 만든 영화 <22블렛>에 이르기까지 뤽 베송과 함께 대배우가 된 인물입니다. 그가 주연을 맡은 <레옹>은 언제 다시봐도 멋진 영화입니다.

 

1948년생으로 이제는 환갑이 넘은 나이이지만 <마지막 전투>를 찍을 때는 35살로 한창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전투>의 야수 "The Brute" 역할에서 그랑 블루의 엔조 모리나리의 모습을 미리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멍청한 듯 하지만 유머러스하고, 동물적인 인간으로 충실한 역할입니다.

 

만일 인류 문명이 종말한다면?

 

지구온난화와 종말론이 대두될 때마다 만약 다 멸망하고 소수가 살아남는다면 나는 그 세계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농사도 지을줄 모르고, 뛰어난 기계를 만들어낼 재주도 없으며, 물과 전기도 없는 그 시대에 무얼 할 수 있을까요? 그저 살아남는 것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마지막 전투>는 그런 생각을 대변하는 듯한 영화입니다. 사막이 된 도시에서 빌딩은 꼭대기 몇 층만 모래 위에 보이고 살아남은 인간은 호랑이처럼 몇 킬로씩 구역을 나누어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서로 만나면 공생하기보다는 죽여야 내가 살 수 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과 여자는 살기 위해 죽였을테고 물은 지하 깊숙히 들어가야 구할 수 있는 귀한 존재입니다.

 

 

 

 

지구는 인류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주인공이 사막 위를 비행기를 타고 나는 장면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을 연상시킵니다. 알타미라 벽화를 모방한 그림을 그리는 의사의 모습을 보니 현생인류가 멸망하는 것이지 지구가 멸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게합니다. 뤽 베송의 영화 중 데뷔작인 <마지막 전투>를 마지막에 보니 뤽 베송의 다른 영화들과의 퍼즐조각이 모두 맞추어지는 듯 합니다.

 

<마지막 전투>는 블루레이로도 해외에 발매되어 있습니다. 대사가 없는 영화이니 언어의 부담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꼭 구해서 다시봐야겠습니다.

 

 

 

 

장준환 감독과 GV

 

영화가 상영된 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과 <마지막 전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장준환 감독은 <마지막 전투>를 비디오로만 봤고 영화관에서는 처음  봤다면서 다시 보니 새롭게 재발견한 점이 있었답니다. 단순히 종족번식이나 쾌락만을 위해 여인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 사랑, 인간애를 찾는 주인공의 모습이 느껴졌답니다. 1983년작임에도 독특한 영화 촬영기법과 표현력이 인상깊었다는 그의 소감에 공감하게되더군요.

 

관객들의 정제되지 않은 질문에 조리있게 답변하는 재치가 돋보였습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된 장준환 감독의 <카멜리아>가 머지않아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장준환 감독에게 관심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막바지에 들어선 제1회 국제SF영화제

 

제1회 과천국제SF영상축제도 이제 중반을 넘어 막바지에 돌입하였습니다. 학교에서 과제를 내줘서 왔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관객이지만 이들이 언젠가는 지금 봤던 영화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게 될 씨앗이 되리라 믿습니다.

 

내년도에는 더 많은 외계인과 지구인들이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아주길 기대합니다.

 

 

글쓴날 : [10-11-05 14:52] 신종현기자[vader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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