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으로 떠나는 맛있는 여행 - 고수록, 에덴펜션, 향토음식체험장

 





좀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점심시간도 지난 서해안 고속도로는 그래서 북적이는 복잡함도 제법 덜 해져서 달리는 맛도 제법 났다. 차를 사고, 두 번째로 떠나는 여행길. 본래는 청도로 향할 길이었는데, 일주일 만에 일정을 변경하여 서천을 방향을 잡게 된 것은 얼마 전 향토음식 ‘고수록’이라는 것을 서천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서천에 들어서 일단 마량리 동백 숲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다를 느릿느릿 헤엄쳐 가는 거북이 같은 작고 아담한 섬 하나. 먼 옛날 마량에서 서쪽의 연도로 뛰어 넘어가려던 장수 하나가 떨어뜨린 신발 한 짝이 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가진 오력도의 위에는 아직도 쨍쨍한 해가 푸른 바다를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잘 다듬어진 길을 걸었다. 전통놀이 하나씩 조성해 놓은 길은 동생과 내겐 놀이터였다. 떨어진 솔방울 하나를 발 앞에 내려놓고 통통 앞으로 차며 나아가다 전통놀이 그림 하나만 만나면 금세 그 놀이에 빠져들었다. 지나가는 꼬마들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얼굴 가득 “놀고 싶어요!” 기운을 뿜어대는 것을 즐거이 바라보다 사시사철 푸른 동백 숲에 이르렀다. 아직은 그 탐스러운 꽃을 볼 수 없는 9월. 대신 까만 씨앗을 품고 있는 동백열매들이 곳곳에 떨어져 있다.







반으로 쪽 쪼개진 열매 하나를 들고 동생과 유심히 들여다보며 이게 그 ‘동백기름’을 만드는 동백이던가 아닌가를 두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말로만 동백기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 실제로 그 기름도, 열매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염소 똥처럼 새까만 녀석이 머릿결을 기름지게 해주고, 요리에도 쓰인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동그마난 언덕 위엔 정자도 하나 놓여 있었다. 동백숲에 놓인 정자라 하여 동백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어울리는 정자로 이곳에서 오력도로 내려앉는 낙조의 아름다움도 즐기고, 마량으로 떠오르는 해의 발간 얼굴도 볼 수 있는 명당이라는 제법 유명한 정자였다. 동백 숲과 어우러진 솔숲으로 내려와 서천의 바닷가를 산책할 수 있는 낭만길도 걸었다.





사실 이름만 낭만길일뿐 바닥은 거친 시멘트요, 오른쪽으로는 수로인지 해수로인지 도저히 파악이 안 되는 무언가가 길게 연결되어 있어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리고 주변은 바다를 제외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었으나 저녁으로 기울어가는 늦은 오후의 낭만만은 고집스레 간직한 곳이었다.

동백숲에서 멀지 않은 마량포구에 들렀다. 광어축제 때 이곳에 와서 눈에 쏙 들어오는 건물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때 가보지 못한 그곳을 오늘에서야 봐야지 싶은 생각에서였다. 그곳은 문을 닫은 교회의 기도원이었다. 마치 작은 성처럼 칠이 벗겨진 하얗고 네모난 건물의 정체를 알고 나자 어쩐지 조금 숙연한 기분도 들었다. 누군가가 깊은 신앙을 품고 드나들었을 장소가 이제는 관리도 관심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었다는 것이 애잔한 마음도 들게 했다.






마량포구에서 비인면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춘장대 해수욕장에 들렀다. 솔숲으로 둘러싸인 해변은 잔잔한 서해 바다와 반짝이는 은빛 모래, 은은하게 내려앉은 저물녁의 풍경이 그림 같이 펼쳐졌다. 잠시 해변을 걸으며 동생과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은 가족과 함께 먼 곳까지 여행오긴 무리겠지만 올해가 지나고 내년 즈음엔 온 가족이 함께 이렇게 바다도 걷고 맛난 것도 먹고 싶다는 조그만 소망을 담은 대화였다. 언제부턴가 동생과 여행을 떠나며 빠지지 않은 이야기는 그것이었다. 부모가 우리 어렸을 적에 방방곡곡 구석구석 여행을 했듯 이제 우리가 부모를 모시고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다는 그런. 아직은 조금 어려운 일이지만 앞으로 있을 즐거운 여행을 위해 더 좋은 곳, 더 맛난 것을 알아두겠다는 그런.







가족과의 여행을 품은 춘장대 해수욕장을 벗어나고 드디어 오늘의 목적이자, 최종지인 고수록으로 향했다. 고수록은 서천에서 나는 해초의 이름으로 높을 高, 빼어날 秀, 초록빛 綠자를 지닌 말 그대로 바다의 향긋함을 가득 담은 풀이라 했다. 고수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이름도 그대로인 ‘고수록’은 예전에는 에덴펜션으로 앞바다에서 갯벌체험도 하고, 손김체험도 하던 체험 펜션이었는데 이번에 향토음식을 새롭게 선보이는 향토음식 체험장으로 탈바꿈한 곳이기도 했다.





펜션은 낙낙한 논과 울창한 송림, 그리고 서해를 아우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방을 배정 받고, 잠시 앞바다로 산책을 나섰다. 이제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인 선도리의 해변은 파도 모양을 닮은 계단들이 바다에서부터 차곡차곡 물결치고 있었다. 잠시의 산책을 마치고 식당에 돌아오니 식탁에는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정성들여 차려져 있었다.







오늘 우리가 먹을 음식은 고수록을 쌀가루에 입혀 바삭하게 튀겨 하얀 쌀밥에 올리고, 돼지고기와 양파와 집고추장으로 양념한 짜글이 비빔장을 넣어 스윽스윽 비벼먹는 고수록 비빔밥이었다. 거기에 서천에 오면 잊지 않고 맛봐야 한다는 김국과 김전, 담백한 나물과 새콤한 오이장아찌 등이 어우러진 한상차림에 절로 침이 고였다.

식사를 마치고 쉴 틈도 없이 곧장 조개구이 판이 벌어졌다. 알고 보니 고수록 펜션 사장님 내외의 아드님이 나이가 같아 자연스럽게 친해진 덕에 더욱 흥이 났다. 술이 돌고 조개도 돌고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특별한 서천에서의 시간이 그렇게 깊어 갔다.



간단정보


1. 마량리 동백나무 숲


  - 찾아가기

    자동차 :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IC 진출 → 서천, 비인 방면 우측

        → 충서로 따라 약 3.25km → 성내사거리에서 서면, 춘장대 방면 좌측

        →  서인로 따라 약 4.91km → 우회전 → 마량리, 동백정 방면 좌측

        → 동백숲, 성경전래지, 해돋이마을 방면 좌측 → 서인로 1.92km

        → 서천화력, 동백나무 숲 방면 우측 → 서인로235번길 따라 985m

        → 마량리 동백나무 숲

   

    대중교통 : 서울 남부터미널 → 서천시외버스터미널 → 서천-동백행 버스 탑승

        → 마량정류장 하차(약 1시간 16분 소요)

 

    대중교통 : 서천특화시장정류장 → 서천-동백(비인,역전) 행 버스 탑승

        → 마량정류장 하차(약 1시간 23분 소요)

   


2. 마량포구


    - 찾아가기

      자동차 :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IC 진출 → 서천, 비인 방면 우측

        → 충서로 따라 약 3.25km → 성내사거리에서 서면, 춘장대 방면 좌측

        → 서인로 따라 약 4.91km → 우회전 → 마량리, 동백정 방면 좌측

        → 동백숲, 성경전래지, 해돋이마을 방면 좌측 → 마량포구

    
      대중교통 :마량 동백나무숲과 동일



3. 춘장대 해수욕장


   - 찾아가기

   자동차 :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IC 진출 → 서천, 비인 방면 우측

        → 충서로 따라 약 3.25km → 성내사거리에서 서면, 춘장대 방면 좌측

        → 서인로 따라 약 4.91km  →  춘장대해수욕장 방면 우측

        → 춘장대길 따라 3km → 춘장대7번길 200m → 우회전 →춘장대해수욕장


4. 고수록 향토음식 체험장

    - 주소 : 충청남도 서천군 비인면 갯벌체험로 452-7(선도리 103-10)

    - 전화 : 041-952-5906 / 017-409-0787

    - 홈페이지 : www.에덴펜션.com



▼ 마량리 동백숲



 











▼ 마량포구














▼ 춘장대 해수욕장










▼ 고수록 & 에덴민박













원작성자 : 서하

원    글 : http://maskaray.com/130146945075

글쓴날 : [12-09-15 23:23] 파워블로거타임즈기자[pbatimes@pb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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