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사당하면 역시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국가 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입구부터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고, 널따란 정원의 저 멀찍이 위무도 당당하게 서 있는 의사당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에 권오을 국회사무총장님과의 국회의사당 견학을 통해 저 깊은 지하 어딘가에 로봇 태권브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희극적 희망을 꿈꾸며 그때의 이야기를 좀 풀어볼까 싶다.
때는 4월의 들머리인 1일. 날씨도 적당히 따뜻하여 봄기운이 물씬한 목요일 오전에 국회사무총장님과의 오찬이라는 쉽지 않은 기회를 갖기 위해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하차했다. 출구를 빠져나와 국회의사당을 향하는 걸음, 지은 죄도 없는데 경찰을 보면 어쩐지 긴장이 되는 것처럼 그다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입구에 보초를 서는 경찰의 인사에 뻣뻣하게 마주 인사하고 들어섰다.
처음으로 가까이에 와보는 국회의사당 앞마당은 의외로 한가롭고 여유로운 공원의 풍경을 담고 있어 가슴 졸이며 걸음에 무게를 두었던 날 좀 우스워지게 만들기도 했다. 두리번두리번, 서울 상경한 시골쥐마냥 신기한 눈으로 둘러보고 파워블로거 얼라이언스 회원분들과 함께 드디어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선다.
의사당 뜰은 비교적 출입이 자유롭지만 본당은 아무래도 조금 절차가 있다. 방문증 하나 받아서 들어가면 되는데, 높은 문턱이라고 생각했다면 좀 허무할 수도 있겠다.

권오을 사무총장님이 말하는 G20 국회의장회의 진행 상황
국회의사당의 살림을 맡고 있다는 권오을 사무총장님과의 오찬은 파얼이 만난 사람들에서 늘 그렇듯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첫 질문은 앞으로 있을 G20 국회의장회의 진행 상황에 대한 것부터였다.
동방의 변방국가로서의 한국은 자체로 먹고 살기 바빠 여력이 없었으나 이젠 경제 10위권 나라로서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의 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이어 나가 지구촌의 공동번영을 위한 G20 국회의장회의를 국회의사당에서 진행합니다. 더불어 이번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원전 문제로 불거진 지구촌의 재난문제와 원전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도 별도로 다루어질 예정이에요.
이번 G20 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국회의장이 초청국가의 나라들을 방문하고, 의장들과의 만남을 가졌으며, 국회사무처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사무총장님께서 자신 있게 말하셨다.

사무총장으로서 보람된 일, 골치 아픈 일
그 외에 안동에서 발생했던 구제역에 대한 이야기나 안동의 진보적인 성향에 대해 말씀하시며 안동 출신으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주셨다. 뒤이어 사무총장으로서 보람된 일이 있었다면, 골치 아픈 일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국회에 자가용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국가의 주인 국민이 대접을 받기 위해 그것을 허용했어요. 주인이니까 당연히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해야하지 않나요. 국회는 국가기관 중에서 가장 문턱이 낮은 곳입니다. 또 국회는 입법기관이에요. 국회에 이런 법을 만들어 달라, 저런 법을 만들어 달라고 말해주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하여 입법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소통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에요. 박의태 국회의원의 모토가 요란한 변화보다는 조용하게 실질적으로 변화되자는 것입니다.
사무총장 일을 하면서 가정주부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해도 표가 나지 않더라고요. 일은 많고 고달프지만 빛은 나지 않는 가정의 일처럼 사무총장의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갑의 입장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다 을의 입장이 되니 그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맛난 오찬과 더불어 권오을 사무총장님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총장님 사무실에서 단체사진 촬영이 있은 후에 본격적으로 국회의사당 견학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역시 G20 국회의장회의장으로 쓰일 장소들이었다. 아직 제 모습을 찾아보기에도 어려운 공사장 분위기였지만 조만간 마무리가 되어 세계 각국의 국회의장들이 지구촌 공존번영에 대해 토론하게 될 곳이었다.

국회의사당의 심장 제1회의장을 직접 가보다
국회의사당의 상징인 푸른 돔의 내부도 구경한다. 24절기를 나타내는 스테인리스와 구리 띠로 표현되어 있는데 어쩐지 귀부인이 입었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보는 것 같다. 홀에서 국회의사당 제1회의장으로 향한다.

들어서지 않아도 TV에서 많이 보았던 그 유명한 장소라는 것을 단박에 알았다. 부채꼴로 펼쳐진 의원석과 그 정점에 있는 의장석, 그리고 그 위에 태양처럼 반짝이는 무궁화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국회의원들이 가득 차,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열띠게 토론하는 그 장소를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영광이다.

제1회의장을 나와 국회의 지하 비밀통로를 견학하러 가는 길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소인 정론관도 지난다. 그곳에서 상시 대기하며 국회의 가장 최신 정보를 담는 기자들의 표정 또한 참 엄숙해서 실내에서 사진 찍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다.
국회에는 지하 비밀통로가 있다?
국회의 지하 비밀통로는 역시 뭔가 다르다. 무려 레드카펫이 깔려 있고, 벽에는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다. 근데 비밀통로라고 해서 아무도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권오을 사무총장님께서 설명하시는 와중에 심심찮게 의원님들을 뵙고, 국회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계속 나타나는 것을 보아 조금 의심이 가기도 했다.

거기에 국회의사당 지하에 로봇 태권브이가 있다는 것을 아냐는 권오을 사무총장님의 진지한 농담까지 곁들어지니 어쩐지 비밀통로라는 은밀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좀 달아나는 것 같기도 하다.
공사다망한 사무총장님과의 국회의사당 견학은 여기에서 끝이 나고 급하게 헤어졌다. 그래도 견학이 아주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국회의사당 뒤뜰에 있는 의원동산. 국회가족은 물론 국회방문객들의 쉼터로 쓰이는 곳인데, 이곳에 G20 국회의장회의 때 쓰일 한옥 건물이 한 채 지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예식장의 용도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 완성되면 접견실로 쓰일 예정이며, 이름은 사랑재이다.

여기도 아직 한창 공사중이라 완성된 모습은 볼 수 없어 좀 아쉽지만 마찬가지로 잘 마무리가 되어 각국의 손님들을 잘 모시리라 기대해 본다. 의원동산을 끝으로 국회의사당 견학이 끝났다. 유쾌한 권오을 사무총장님의 설명 덕분에 눈을 반짝이며 보았던 국회의사당은 어렵게 생각했던 국회의 이미지를 조금 환기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낮아진 문턱만큼이나 국민과의 소통이 이루어져 열린 국회가 되길 희망하며 G20 국회의장회의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바이다.
권오을 사무총장님, 근데 정말. 나라가 어려워지면 국회의사당 지하에서 로봇 태권브이가 출동할까요?